국내 첫 '배터리학과' 신설…"대학이 변화 못 따라가면 낡은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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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이 8일 경기도 성남 가천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1.12.08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이 8일 경기도 성남 가천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1.12.08

가천대에는 '국내 대학 최초' 타이틀을 달고 있는 학과가 여럿 있다. 2002년 국내 대학 최초로 소프트웨어 단과대학을 만들었고, 2020년엔 국내 최초로 학부 과정에 인공지능(AI)학과를 개설했다. 이번에는 국내 최초로 학부 과정에 '배터리학과'를 만든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산업의 핵심 인력을 양성하는 배터리학과는 2023학년부터 신입생을 뽑는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 #국내 첫 AI학과·소프트웨어 단과대 개설 #"변화 선도 대학, 신지식으로 무장해야" #체계적인 첨단산업 교육, 미래인재 양성 #학교·기업 '원팀' 학산불이(學産不二) 학교

새로 도입한 교수 채용 방식도 전례가 없다. 내년 3월 1일 신규 부임할 100여명의 교수는 ‘전공 불문’으로 뽑는다. 학과별로 필요한 인원을 모집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유능한 지원자라면 현재 가천대에 없는 학과, 전공자라도 뽑겠다는 취지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혁신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바꾸고 또 바꿨다"고 말한다. 이 총장에게 대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물었다.

학과 구분 없이 신규 교원 100명 선발  

-교수를 100명이나 뽑는 이유는?
"세상이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면서 매일 수많은 아이디어와 이를 구현하는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국가와 사회,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고, 나아가 선도하기 위해서는 신지식으로 무장한 교수들이 많아야 한다."

-대학의 재정난이 심한데.
"교육은 돈이다. 13년째 등록금 동결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교수를 100명이나 초빙한다는 게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재의 초빙은 대학의 미래를 위한 투자다. 교육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수 경쟁력이 곧 대학의 경쟁력이고, 이들에게 배우는 학생들의 경쟁력이 된다."

-교수 지원자에게 전공 선택권을 준다는데.
"지금까지 대학의 교수 채용은 대상 학과를 먼저 정하고, 거기에 맞춰 지원자를 뽑는 방식이었다. 아무리 좋은 역량을 갖췄어도 대학에서 원하는 학과와 전공에 맞지 않으면 지원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구조다. 가천대는 그 장벽을 허물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우수교수를 확보하기 위해 ‘전공 자율선택제’를 도입했다. 빼어난 연구 실적과 경력을 갖추고 있다면 전공 불문하고 채용해 관련학과 혹은 신설학과에서 강단에 설 자격을 준다."

-기존 교수들의 반발은 없었나.
"사실 이런 채용 방식은 다른 학교라면 기존 학과 소속 교수들이 반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천대는 융합학문, 신산업 학문으로의 혁신에 단련됐다. 기존 교수들이 더 적극적으로 숨어 있는 인재들을 발굴하고 추천했다. 지난 9월 말에 공모가 마감됐는데 무려 1274명의 우수자원이 지원했다. 현재 선발 절차를 진행 중인데 산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교수도 있고 연구 능력이 뛰어난 교수도 있다. 기대가 크다."

미래 유망기업 50개, 캠퍼스 안에 유치

-대학 교육이 사회 변화에 뒤쳐진다고 보나.
"지금의 대학 교육은 사회의 요구, 특히 산업 현장과 많은 괴리를 보이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대학이 충원해주지 못한다. 대학이 사회의 변화와 요구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건 이미 낡은 교육이다. 가천대는 기업과 대학의 수요공급 불일치 해소를 최우선 해결과제로 삼고 있다."

-특히 첨단산업 교육에 집중하는 것 같다.
"세상은 빅데이터와 AI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이미 바뀌었다. 당연히 대학도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미래를 이끌어 나갈 경쟁력 있는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 가천대는 2015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소프트웨어중심대학 1단계 사업에 선정됐고, 올해 2단계 사업에도 연속 선정됐다. 2단계 사업은 1단계 사업을 수행한 수도권 6개 대학 중 단 2개 대학만 선정되는 것이어서 정말 바늘구멍을 뚫는 것보다 어려웠는데, 유명 대학들을 제치고 가천대가 선정됐다. 그만큼 가천대의 첨단산업 교육이 경쟁력 있다는 증거다."

-이번엔 배터리학과를 만든다고 들었다.
=2023학년도 50명의 신입생을 모집할 예정이다. 학부 과정에 배터리학과가 신설되는 건 국내 대학에선 가천대가 최초다.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얼마나 무궁무진한가. 그런 첨단산업 현장에서 일할 우수 인력을 양성하는 게 목표다.

-학생 창업을 위해선 어떤 지원을 하고 있나.
"대학 유휴부지에 기업을 유치하는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내년 2월 AI 공학관 6~7층을 실습 및 창업 공간으로 특화할 계획이다. 60개 모듈을 만들어 미래 유망기업 50개사를 유치, 학생들의 현장실습이 캠퍼스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른바 '학산불이(學産不二) 생태계 조성' 사업이다. 신토불이(身土不二)처럼 학교와 산업이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뜻이고, 이곳에서 탄생한 것이 좋은 것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10년 후 가천대를 그리자면.
"가천대는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10년간 가장 순위가 급상승한 대학 중 하나다. 매년 50~60명의 우수교원을 뽑아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였고, 첨단 학과를 지속해서 신설했다.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해를 거듭하며 구성원들의 자신감과 자부심도 높아졌다. 가천대의 향후 10년은 지금보다 10배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다. 2032년, 통합 가천대의 20년을 맞았을 땐 국내 최고 명문대학이라는 명성도 얻을 것이라 자신한다."

이길여 총장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퀸즈 종합병원(Queen's Hospital)에서 레지던트 수료, 일본대 의학부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가천대 길병원,가천문화재단,가천박물관 설립자로 가천길재단 회장을 맡고 있다. 국민훈장 무궁화장과 과학기술훈장 창조장(1등급)을 받았으며, '국제라이온스 인도주의상'을 수상하고 뉴스위크 '2012 세계를 움직이는 여성 150인'에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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