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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메타'로 사명 바꾸더니 10년된 개인계정 멋대로 차단

중앙일보

입력

페이스북이 '메타'로 사명을 교체한 뒤, 자회사 인스타그램에 10년 전 개설된 '메타버스'라는 이름의 개인 계정을 '사칭'이라 통보하고 일방적으로 차단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10월 28일 마크 저커버스 메타 CEO가 페이스북의 새로운 이름 '메타'를 소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0월 28일 마크 저커버스 메타 CEO가 페이스북의 새로운 이름 '메타'를 소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호주 브리즈번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테아 마이 바우만은 2012년 증강현실을 이용한 앱으로 창작물을 만드는 회사 '메타버스 메이크오버'를 창업한 뒤 사명을 본떠 인스타그램에 '@metaverse'라는 계정을 만들어 지금까지 운영해왔다.

아무 문제 없이 사용해온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최근 갑작스러운 제안과 경고가 잇따랐다. 지난 10월 28일 인스타그램의 모기업인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바꾸겠다고 발표하면서다. 마크 저커버그 당시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가상·증강 현실(VR·AR) 콘퍼런스에서 "서로 다른 장소에서 다른 사람과 진정 같이 존재하는 것이 소셜 테크놀로지의 궁극적인 꿈"이라며 사명 교체를 공식화했다.

그러자 낯선 사람들이 팔로어 1000명에 불과한 바우만의 계정을 사겠다고 제안했다. 누군가는 "페이스북이 이 계정을 사지 않고 가져갈 것이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들의 경고는 페이스북이 사명 교체를 선언한 지 5일 만에 현실이 됐다. 지난달 2일 새벽,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로그인한 바우만은 다음과 같은 문구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당신의 계정은 사칭으로 인하여 차단되었습니다"

테라 마이 바우만의 인스타그램(@metaverse) 계정. 그는 지난 11월 2일 10년 동안 사용하던 계정을 차단당했다. 인스타그램의 모기업인 페이스북이 '메타'로 사명을 교체하겠다고 선언한 지 5일 뒤에 벌어진 일이었다. [@metaverse 인스타그램 계정 캡쳐]

테라 마이 바우만의 인스타그램(@metaverse) 계정. 그는 지난 11월 2일 10년 동안 사용하던 계정을 차단당했다. 인스타그램의 모기업인 페이스북이 '메타'로 사명을 교체하겠다고 선언한 지 5일 뒤에 벌어진 일이었다. [@metaverse 인스타그램 계정 캡쳐]

바우만은 인스타그램 측에 어떻게 된 일인지 문의했지만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는 "이 계정에는 10년간 나의 인생과 일이 담겨 있었다"며 "메타버스에 대한 나의 기여가 인터넷에서 지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스타그램은 지난 2일 NYT가 바우만의 계정 차단과 관련해 취재에 들어가자 그제서야 사유를 알려왔다. 이에 인스타그램 대변인은 “사칭을 이유로 계정을 차단한 것인데 (우리의) 실수였다”며 “오류가 발생해서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틀 뒤 바우만은 계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측은 계정 차단 오류가 왜 발생한 것인지, 해당 계정 차단이 페이스북이 ‘메타’로 사명을 바꾼 것과 연관됐는지 등에 대한 NYT의 추가 질문엔 답변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28일 캘리포니아 페이스북 본사에 세워진 메타(구 페이스북)의 로고 간판 앞에서 사진을 찍는 직원의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10월 28일 캘리포니아 페이스북 본사에 세워진 메타(구 페이스북)의 로고 간판 앞에서 사진을 찍는 직원의 모습. [AP=연합뉴스]

NYT는 이를 두고 “페이스북의 불투명한 정책과 알고리즘이 사용자 계정 통제까지 확장됐다”고 지적했다. 호주 멜버른 대학의 지식재산권 연구소 레베카 기블린 소장은 “페이스북은 기본적으로 이용자의 계정에 대한 제한 없는 재량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누군가를 모욕하거나 사칭할 때 페이스북의 재량권은 좋게 사용될 수 있다”면서도 “@metaverse 계정 차단 사례는 그 힘이 남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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