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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부족·전세난 해법" 웃돈만 수억···투기수요도 몰린 아파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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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지난 8일 공사가 한창인 경기도 과천시 지식정보타운. 이곳을 포함, 내년 1월 공공임대 1181가구가 입주자를 모집한다. 무주택자만 지원할 수 있고, 임차권 전매를 막은 공공임대와는 달리 민간 건설사가 지원 자격과 임차권 전매 여부를 정하는 민간임대주택에 최근 수요가 몰린다. [연합뉴스]

지난 8일 공사가 한창인 경기도 과천시 지식정보타운. 이곳을 포함, 내년 1월 공공임대 1181가구가 입주자를 모집한다. 무주택자만 지원할 수 있고, 임차권 전매를 막은 공공임대와는 달리 민간 건설사가 지원 자격과 임차권 전매 여부를 정하는 민간임대주택에 최근 수요가 몰린다. [연합뉴스]

최근 민간임대 아파트 임차인 모집에 청약자가 몰리면서 경쟁률이 수백 대 1까지 치솟는 경우가 속출한다. 새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데다 임대차 3법 등에 전세난이 심해지자 실거주 수요가 몰리고 있어서다. 여기에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까지 가세해 생긴 현상이다. 특히 임차권 거래가 가능한 일부 단지에서는 많게는 수억 원의 웃돈(프리미엄)이 붙는 등 과열 도 나타나고 있다.

13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이달 6일 청약을 마감한 제주시 애월읍 ‘제주애월남해오네뜨’는 204가구 모집에 21만9124명이 몰렸다. 84A-1타입의 경우 전국(기타지역) 청약경쟁률이 2464대1에 달했고, 같은 타입의 제주도민 청약경쟁률도 117대1을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서울 도봉구 ‘도봉롯데캐슬골든파크’는 시행사 측에서 아예 경쟁률을 발표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숫자를 공개하기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이들 단지는 민간 건설사가 조성하는 ‘10년 장기 일반 민간임대주택’이다. 무주택자만 지원할 수 있고 임차권 전매를 막은 공공임대주택과 달리 민간임대는 무주택 자격 요건, 임차권 전매, 분양 전환 여부 등을 민간 건설사가 정할 수 있다.

민간 건설사들은 임차인을 빨리 모집하기 위해 대부분 자격 제한 없이 만 19세 이상 누구에게나 청약 기회를 주고 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최소 임대 보장 기간인 10년 동안 임대료 상승률이 5% 이내로 제한돼 안정적인 거주가 가능하다. 또 임대라 소유 주택 수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취득세, 양도세 등 거래세는 물론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도 임차인이 낼 필요가 없다.

민간임대주택 사업자들은 임차권 전매를 허용하거나 분양가를 조기에 확정하기도 한다. 또 10년의 임대 의무기간 종료 후 분양전환 우선권을 부여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당첨 후 곧바로 임차권 전매가 가능한 단지에 대한 정보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주요 민간임대 아파트 청약 경쟁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요 민간임대 아파트 청약 경쟁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실제 서울시 도봉구의 도봉롯데캐슬골든파크는 지난 9일 당첨자 발표 이후 2000만~5000만원의 웃돈이 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 주변을 서성이던 이른바 ‘떴다방’이 온라인으로 넘어오며 투기 수요를 부추긴다. 이들은 청약 희망자를 온라인에서 모집해 사전의향서를 받고, 당첨된 사람에게 매수 대기자를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영업한다.

최근 민간임대 아파트에 청약이 몰리자 건설사가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전세 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한 이 제도의 취지가 퇴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급자가 임대 보증금을 결정할 수 있다 보니 실수요자에게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10년 민간임대로 분양한 경기도 용인시의 수지구청역롯데캐슬하이브엘은 715가구 모집에 16만여명이 몰려 평균 22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84㎡의 임대보증금이 8억원대 후반에, 매달 임대료가 100만원 수준이다. 그런데도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높은 경쟁률에 수천만원의 웃돈이 붙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거주가 아니라면 투자에 신중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청약 단계에서 우선 분양권 여부, 분양가 산정 방식 등을 미리 고지해도 분양 시점에 가선 항상 문제가 생긴다”며 “특히 프리미엄을 주고 임차권을 산 임차인들이 분양 전환 시에 조건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다주택자 규제 등으로 인해 투자 수익이 나는 곳으로 시중 유동 자금이 몰리면서 생긴 현상”이라며 “입지 등을 미리 살펴보고, 계약서 내용을 세심하게 검토한 뒤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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