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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임대아파트 입주 경쟁률 수백 대 1....수천만원 웃돈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최근 민간임대 아파트 임차인 모집에 청약자가 몰리면서 경쟁률이 수백 대 1까지 치솟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새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데다 임대차 3법 등에 전세난이 가중되면서 실거주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까지 가세했다. 특히 임차권 거래가 가능한 일부 단지에서는 많게는 수억 원의 웃돈(프리미엄)이 붙는 등 과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3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이달 6일 청약을 마감한 제주시 애월읍 '제주애월남해오네뜨'는 204가구 모집에 21만9124명이 몰렸다. 84A-1 타입의 경우 전국(기타지역) 청약경쟁률이 2464대1에 달했고, 같은 타입의 제주도민 청약경쟁률도 117대1을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서울 도봉구 '도봉롯데캐슬골든파크'는 시행사 측에서 아예 경쟁률을 발표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숫자를 공개하기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이들 단지는 민간건설사가 조성하는 '10년 장기 일반 민간임대주택'이다. 무주택자만 지원할 수 있고 임차권 전매를 막은 공공임대주택과 달리 민간임대는 무주택 자격 요건, 임차권 전매, 분양 전환 여부 등을 민간 건설사가 정할 수 있다.

민간건설사들은 임차인을 빨리 모집하기 위해 대부분 주택소유 여부 등 자격 제한 없이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에게나 청약 기회를 주고 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최소 임대 보장 기간인 10년 동안 임대료 상승률이 5% 이내로 제한돼 안정적인 거주가 가능하다. 또 집을 빌려 사는 것이기 때문에 소유 주택 수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취득세, 양도세 등 거래세는 물론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도 임차인이 낼 필요가 없다.

주요 민간임대 아파트 청약 경쟁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요 민간임대 아파트 청약 경쟁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민간임대주택 사업자들은 임차권 전매를 허용하거나 분양가를 조기에 확정하기도 한다. 또 10년의 임대 의무기간 종료 후 분양전환 우선권을 부여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당첨 후 곧바로 임차권 전매가 가능한 단지에 대한 정보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과거 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 주변을 서성이던 이른바 '떴다방'이 온라인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투기 수요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이들은 청약 희망자를 온라인에서 모집해 사전의향서를 받고, 이 가운데 청약에 당첨된 사람에게 매수 대기자를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영업한다. 실제 도봉롯데캐슬골든파크는 지난 9일 당첨자 발표 이후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 이상의 웃돈이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민간임대주택의 매력이 높다. 장기 임대수익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한 뒤 임대 기간이 끝난 후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를 피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민간임대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설사가 임대보증금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당초 전세 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한 이 제도의 취지가 퇴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공급자가 임대보증금을 결정할 수 있다 보니 실수요자에게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10년 민간임대로 분양한 수지구청역롯데캐슬하이브엘은 715가구 모집에 16만여명이 몰려 평균 22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84㎡의 임대보증금이 8억원대 후반에 매달 임대료가 100만원 수준이다. 그런데도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수백 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수천만원의 웃돈이 붙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거주가 아니라면 투자에 신중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청약 단계에서부터 우선 분양권을 주는지, 분양가 산정 방식이 어떤지 등을 미리 고지해도 분양 시점에 항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프리미엄을 주고 임차권을 산 임차인들이 분양전환시에 불만을 터트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다주택자 규제 등으로 인해 투자 수익이 나는 곳으로 시중 유동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임대 주택의 입지나 해당 지역의 임대 수요 등을 미리 살펴보고, 계약서 내용을 세심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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