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쥴리 봤다는 초인적 기억력…오세훈 ‘생태탕’보다 놀랍다” [보이스]

중앙일보

입력 2021.12.13 18:00

업데이트 2021.12.15 14:05

“진짜 세상 무섭다는 걸 톡톡히 실감했죠”

스스로를 한 때 ‘비판적 친노(親盧)’라 칭했던 1세대 정치평론가 유창선(61)은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출연하던 방송에서 하루아침에 다 잘렸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보수를 비판해왔으니 감당할 몫을 채웠다”고 했다. 박근혜 정권까지도 이런 “박해”가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반전의 기회가 생겼을까 싶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노무현 비판의 후과(後果)가 문재인 정부까지 이어졌다”는 그의 말처럼 ‘비문(非文)’ 평론가에게는 ‘마이크’가 허락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명박에서 문재인으로, 대통령이 세 번 바뀔 동안, 그는 ‘회색인’으로 살았다. 재작년엔 예기치 못하게 뇌종양 수술을 받았다. 생사의 고비를 넘긴 그는 재활했다. 올해 초 책을 쓰고, 평론도 재개했다. 지난 9일 그를 만났다. 수술 후유증으로 투박해진 말투 사이로 정치권을 향한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9일 유창선(61) 시사평론가가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지난 9일 유창선(61) 시사평론가가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9년 뇌종양 수술 후 활동 재개했다. 많이 회복됐나.
당시 방송을 많이 했는데, 이상하게 몸이 힘들었다. 머리가 무겁고 쉬어도 피곤했다. 길을 걷다 평형을 잃고 몸이 한쪽으로 기운 적도 있다. 뇌 검사를 해보니 뇌종양이었다. 수술을 해서 종양은 깨끗이 없앴는데 후유증이 심했다. 혀가 마비됐고, 식도가 안 열렸다. 성대 기능도 많이 잃었다. 지금은 95%쯤 회복했다. 말하는 게 조금 어색한데 요즘 가끔 방송 나갈 기회가 있긴 있다. 조심스럽게 방송을 하는데 별 욕심은 없다. 죽을 고비를 한 번 넘기면 그동안 매달렸던 집착 같은 게 ‘아무것도 아니구나’란 생각 든다.
어떤 집착을 벗어났나.
젊었을 땐 진보 운동하며 구국을 결의하며 정신없이 살았는데, 이제 세상과 거리를 두고 관조할 건 관조하며 산다. 나 자신과 가족을 돌보며 운동하고, 건강한 음식 먹고, 보고 싶던 공연보고, 음악 듣고 산다. 이런 거면 충분하지 않나 싶다.

보수·진보 정권에서 배제된 ‘회색인’

과거 보수 정권 시절부터 방송 뜸했다.
시사평론 방송에 나간 게 1998년부터다. 당시엔 “(시사 평론가는) 뭐하는 직업이냐”고 묻던 시절이었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고 한두 달 사이 방송에서 다 잘렸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방송에 많이 나왔다”는 게 퇴출 이유였다. 그런 기조가 박근혜 정권까지 이어졌다. ‘세상 무섭다’는 걸 톡톡히 실감했다. 근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고 방송을 많이 했을까. 그건 또 아니다. 난 또 ‘친문(親文)’은 아니라서….
과거 ‘친노(親盧)’ 아니었나. 
노무현 정부 초기엔 친노 범주에 포함됐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잘한 건 잘했고, 못한 건 못했다’ 비판하며 ‘친노’와 틀어졌다. 그 후과가 문재인 정부까지 이어졌다. 마음이 참 힘들었다. 보수 정권 시절엔 그들을 비판했으니 ‘감당할 몫이자 박해’라 생각해 마음이 편했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세상이 바뀌었다는데 실감이 안 됐다. 문재인 정부 열성 지지자들이 그 (방송했던) 자리를 꿰차고, 마이크를 잡았다. (방송계) 판이 그렇게 짜였다. ‘이런 희극이 어디 있나’ 탄식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1998년 방송에서 정치·시사 평론을 시작했다. 이명박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보수·진보 정권에서 배제된 '회색인'으로 살았다고 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1998년 방송에서 정치·시사 평론을 시작했다. 이명박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보수·진보 정권에서 배제된 '회색인'으로 살았다고 했다.

평론가 활동은 생업인데.  
지지자 입맛에 맞는 얘기를 몇 번 하면 스타가 된다는 걸 알았지만 난 못하겠더라. 타협 안 했다. 요구에 따라 말을 맞추지 않았다. 내 생각과 판단대로만 얘기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얼굴 바꿔가며 평론하나 싶었다.

“쥴리 봤다는 초인적 기억력, 가능한가”

TV 외에 개인 인터넷 방송도 한때 활발히 했었다.
아프리카TV를 2009년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방송 장악 당시 방송을 다 그만뒀는데, 못 참겠더라. 오기가 생겼다. 내 ‘마이크’로 직접 아프리카TV에서 개인방송을 했다. 매일 밤 1~2시간씩 일요일도 없이 악으로 버텼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정론을 펴는 게 가능했던 시절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2012년 무렵부터 제가 기반을 뒀던 야권(현 여권) 층이 친문·비문으로 선명하게 갈렸다. 시청자층을 보니 ‘큰 손’ 친문들이 다 빠져나갔다. 그렇다고 억지로 그들에게 맞출 수는 없었고.
정치 유튜브와 비슷한 건가. 요즘 정치 유튜버들이 대선을 흔든다.
요즘 유튜브를 보면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이게 숭고한 대의인지, 아님 돈벌이인지 분간 안 갈 때가 많다. ‘열린공감TV’와 ‘가로세로 연구소(가세연)’가 대표적이다. ‘쥴리’ 논란만 해도 그렇다. 82세 노인이 25년 전에 딱 한 번 본 사람을 두고 ‘쥴리가 맞다’고 한다. 이런 초인적인 기억력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 지난 4월 오세훈 시장 선거 당시 ‘16년 전에 생태탕 집에 왔던 사람이 그 사람(오세훈)이다’ 했던 것보다 더 놀라운 광경이다. 25년 전 기억과 주장, 그것 말곤 아무런 근거와 실체가 없다. 어떤 팩트를 제시했나. 경험상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주장이라 판단한다. ‘쥴리면 어떠냐’로 말할 게 아니다. 터무니없는 마타도어다.
최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와 '열린공감TV'는 대선 캠프 영입 인사들과 후보 배우자 검증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유튜브 캡쳐

최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와 '열린공감TV'는 대선 캠프 영입 인사들과 후보 배우자 검증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유튜브 캡쳐

믿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유튜버들은 ‘장사가 되니 저러나 보다’ 생각하겠는데, 참담해지는 건 따로 있다. 한 나라의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여당 정치인이 아주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이 이런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나서 올린다. 또 수천 명이 탄성을 올리며 ‘좋아요’를 누른다. 이런 극단이 낳은 광기의 모습이 참담하다. 합리적인 이성이 지켜질 수 있는 사회가 불가능한가 생각이 든다.
‘가세연’의 조동연 의혹 제기도 계속된다.
가세연이 이제 ‘성폭력범이 누군지 잡겠다’는데, 멈춰야 한다. 본인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지, 가세연이 할 일이 아니다. 물론 이 논란이 ‘불륜’이었다면 조 교수가 정치하는 게 부적합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상상하지 못한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나. 그 이야기는 믿어야 한다고 본다. 처음엔 나도 알려진 일면만 보고 사퇴를 주장했는데, 이후 사과했고, 더는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캠프들의 인재영입은 계속 실패했다.  
보여주기식 영입 경쟁 결과다. 여러 의미가 담겼다. 우선 영입을 시도한 기존 정치인들의 안일한 문제의식이 문제다. 결격 사유들이 대수롭지 않았던 거다. 문제를 알았더라도 쉽게 넘긴 거다. 공감 능력이 없다는 뜻이다. 최소한 인터넷 검색만 해도 나오는 문제도 있었다. 논란됐던 노재승 씨 경우도 마찬가지다. 검증과정도 문제였지만 당사자가 처신을 잘못했다. 본인 사고와 가치관이 어떤지 다 드러났는데 안 물러섰다. 사과하고 말조심한다고 극우적인 사고가 달라지나. 이렇게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공당에서 정치해도 되는가’ 이게 본질적인 물음이었다.
 이재명·윤석열 후보 선대위는 각각 조동연 교수와 노승재씨를 선대위에 영입하려다 실패했다. 조 교수는 사생활 논란, 노씨는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이 불거졌다.

이재명·윤석열 후보 선대위는 각각 조동연 교수와 노승재씨를 선대위에 영입하려다 실패했다. 조 교수는 사생활 논란, 노씨는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이 불거졌다.

단순한 정권교체? 윤석열의 ‘아킬레스건’은…

정권교체 열망보다 야당 후보 지지율이 낮다.
윤석열 후보 아킬레스건은 ‘새로운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는 점. 후보가 기존 국민의힘 정치인들을 우선했다. 새로운 정치적 흐름을 만들겠다는 소명의식을 찾기 힘들다. 집권하더라도 이런 의지가 없다면 지지를 계속 얻기 어렵다고 본다. 여론조사 상 정권교체를 원하는 50% 이상 국민은 단지 여·야가 바뀌는 걸 원하는 게 아니지 않나. 그런데 윤석열 후보는 ‘민주당이 잘못했으니까 국민의힘으로 교체하면 되지 않느냐’란 생각에 갇힌 듯하다.
김종인 합류, 이런 우려 불식될까.
나이 80 넘은 노정객이 킹메이커 역할을 반복하는 게 정상적인 장면은 아닌데, 바꿔말하면 이런 김종인 위원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치권의 현실을 고백하는 장면 같다. 물론 현실적으로 김종인은 대체 불가능한 인물이다. 최근에 보지 않았나. 김종인 없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가 얼마나 혼란에 빠졌는지. 당 대표는 가출하고, 상임선대위원장은 시작부터 설화에 휩싸인다. 특히 윤 후보가 우편향적 생각을 가진 지점이 위험한데, 김 위원장이 이걸 중도로 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하지 않겠나 전망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이재명의 변신 또는 변칙, 진정성은…

최근 여권에선 유시민 작가의 지원 사격 있었다.
이재명 후보 지원을 위해 유시민 작가가 참전하는 게 과연 이 후보에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 지지층 결집은 될 텐데, 불안한 건 중도층 포섭이다. 어떻게든 중도층 마음을 얻어야 대선에서 승리하는데, 유 작가 참전은 자칫 중도층 표심을 자극해 이 후보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다. (라디오) 방송에 나와 “욕설, 이제 (이재명 후보가) 안 그런 거 같다. 그럼 됐다”고 했다. 이걸 들으면서 ‘왜 같은 얘기를 해도 저런 식으로 하지’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후보 형수 욕설은 국가지도자의 품위·품격·인성 차원에서 불편하게 느끼는 국민이 많다. 그들 마음을 조금 헤아린다면 대수롭지 않다는 식으로 ‘앞으로 안 하면 돼, 됐지?’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 오히려 마음 불편해한 사람들에게 ‘이건 뭐지?’라는 자극만 된다.
최근 유시민 작가는 방송 활동을 재개하며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지원 사격에 나섰다. 유창선 평론가는 유 작가의 '참전'이 오히려 중도층 포섭에 불리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최근 유시민 작가는 방송 활동을 재개하며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지원 사격에 나섰다. 유창선 평론가는 유 작가의 '참전'이 오히려 중도층 포섭에 불리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중도층 포섭에 또 다른 걸림돌이 있을까.
앞서 말한 도덕성 논란, 또 하나는 ‘불안’이다. 이재명 후보가 (당선 후)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는 심리가 중도층에 있다. 국회 절대다수가 여당인데, 이재명식 밀어붙이기가 더해지면 어떻게 되는 건가란 우려다. 이런 걸 의식해서 기존 대표 정책을 급선회하는데,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비칠지 모르겠다.
이재명의 반복적인 말 바꾸기, 유연한 변신일까. 전략적 변칙일까.
이 후보가 자신의 말이나 생각, 정책을 너무 하루아침에 쉽게 바꾼다. 그런 변화를 보여줄 땐 국민에게 과정이 전달돼야 한다. 뭔가 고민도 하고, 곤혹스러워하기도 해야 하는데, 이재명에겐 그런 게 없다. 너무나 태연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히려 신뢰의 문제를 낳고 지켜보는 사람들은 겁이 난다.
연일 문재인 정부와의 ‘선 긋기’도 계속된다.
결국 중도층 공략을 위한 포석일 텐데, 조국 사태 사과도 민주당 내에서 어느 정도 양해가 되고, 청와대도 너무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이해하지 않겠나. 그게 정치니까…. 근데 진정성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이 후보 주변엔 여전히 조국을 열렬하게 엄호한 이들이 가까이 포진해있다. 이렇게 달라진 게 없는데, 말 한마디로 사과하니 얼마만큼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연일 문재인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선긋기'에 나섰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연일 문재인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선긋기'에 나섰다.

진보·보수의 10년 정권 주기, 이번에 깨질 가능성 있을까.
문재인 정부는 촛불 혁명 수혜자로 그 정치적 과실을 독점했다. 그런데 5년도 안 돼서 다수가 등을 돌렸다. 기대가 컸기에 실망의 골도 그만큼 깊었다. 박근혜 대통령 욕하며 들어선 정권이 똑같은 짓을 하니 더 밉다. 과거 민주당은 지금과 달랐다. 다양한 의견이 공존했다. 다른 의견은 정치로 조정한다는 개념이 있었는데, 지금 민주당은 이런 ‘정치’가 사라졌다. 윤석열 후보 캠프에 간 금태섭 전 의원 경우나, 이 후보 비판해 징계받은 이상이 교수를 보면 민주당에 민주주의가 사라졌다. 이게 결국 대분열과 갈등이 점철된 시간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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