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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 채굴 반대" 유럽 최악 '오염국가' 세르비아 3주째 시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4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벨그라데 지역에서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고 리튬 광산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벨그라데 지역에서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고 리튬 광산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AP=연합뉴스]

발칸반도 내륙국 세르비아에서 리튬 채굴 반대 시위가 3주째 열렸다고 AP통신이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전날 환경단체를 비롯한 수천명의 세르비아인들은 비와 추위에도 불구하고 도로를 점거하고 "리튬 광산 개발 반대"를 외쳤다. 리튬은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원료로, 전기자동차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커지는 가운데 전략 자원으로 부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리튬 매장량이 풍부한 세르비아가 이런 이유로 유럽에서 강력한 전략적 위치를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주말마다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 주최 측 알렉산다르 요바노비치는 "리튬 개발이 금지되고 '리오 틴토'가 세르비아에서 추방될 때까지 평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과 호주에 본사를 둔 다국적 광산 회사 '리오 틴토'는 세르비아의 자다르(Jadar) 지역에서 리튬 광산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24억 달러(약 2조 820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시위대는 리오 틴토와 같은 대기업이 세르비아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으며, 세르비아 정부가 환경 보호보다 외국인 투자자의 이익을 더 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세르비아를 비롯한 발칸 반도 국가에서는 대기 오염과 수질 오염 문제가 누적되면서 환경 문제에 대한 민감도가 올라가고 있다. 시위 주최 측 보잔 시미시크는 지난달 유로뉴스에 "유럽환경청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르비아의 사망률이 유럽에서 가장 높고 베오그라드(세르비아 수도)가 유럽에서 가장 오염된 대도시"라고 했다. 지난해 세계 보건 및 공해 연합(Global Alliance on Health and Pollution)에 따르면 세르비아에서 환경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175명으로 유럽 국가 가운데 1위를 차지했고, 인도보다 열악한 세계 9위를 기록했다.

시위는 독재자로 불리는 세르비아 대통령 알렉산다르 부치치를 압박하고 있다. 2017년 대통령에 당선된 부치치 대통령은 젊은 층으로부터 공정하지 못한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부치치 대통령은 취임 반대 시위 속에서 취임 첫 날을 맞기도 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지난주 초 시위대의 요구대로 법안 두 건을 포기했음에도 시위가 사그라들긴커녕 3주째 이어지자 시위의 성격이 "정치적"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반면 대기오염 문제를 다루는 환경단체 크레니프로메니(Kreni-Promeni,Go-Change)는 "(법안 철회는) 2012년 이후 시민의 첫 승리"라며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르비아 진보당(SNS)은 2012년부터 집권해왔다.

리튬 채굴 문제로 정부를 압박하는 세르비아인들이 부치치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정권 교체를 하고 싶어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환경단체 포트리스무브먼트(Fortress Movement)의 니콜라 크리스틱은 "우리는 선거에서 부치치를 교체하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실질적으로)자유 선거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며 "이는 거의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르비아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다만 FT는 집권 진보당에 대항할 만한 야권의 정당이 지난 10년 동안 세력을 키우지 못한 만큼, 대중의 이런 압력이 부치치의 권력을 약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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