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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적 여성 돋보여" "전투신은 실망"…대하사극 '태종 이방원' 어땠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 [사진 KBS]

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 [사진 KBS]

KBS 주말 대하사극이 다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KBS1 '태종 이방원'이 11일 첫 방송했다. 2016년 '장영실' 이후 5년 만에 부활한 KBS 대하사극이다. 주인공 주상욱(이방원) 외에도 김영철(이성계), 예수정(한씨), 엄효섭(이방우), 홍경인(이방의), 김규철(민제), 이광기(정도전), 남명렬(이색) 등 이전부터 사극에서 연기력을 검증받은 캐스팅이 기대감을 높인 터였다. 첫 주 시청률은 8.7%(11일), 9.4%(12일). 직전 방영했던 '장영실'의 첫 주(8.5%, 8.6%)보다 나은 성적표다. 무난한 출발을 보인 셈. 전문가들의 평을 들어봤다.

KBS1 대하사극 5년 만에 부활

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 [사진 KBS]

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 [사진 KBS]

① 반갑다, 대하사극
일단 정사(正史)를 기초로 한 대하사극이 다시 나왔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세종처럼』, 『정조평전』 등을 낸 박현모 여주대 교수는 "위화도 회군도 잘 묘사했고,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하자 개성에서 남아있던 이방원이 포천으로 가서 두 어머니를 모시고 달아나는 장면 등 사료에 나온 팩트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회 만에 9%대 시청률이 나온 것을 보면, 주말 밤 시간대에 정통 사극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인 KBS는 트렌드한 팩션 사극보다는 이러한 대하사극을 과감하게 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기대했던 만큼의 높은 완성도는 아니었다"면서도 "정통 대하사극을 시작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아직 초반인 만큼 시작부터 날을 세워서 보기보다는 따뜻한 시선으로 기다려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②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여성
기존 대하사극과 비교해 여성 캐릭터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이전에 잘 드러나지 않았던 부인들이 여걸로 등장해 흔들릴 때마다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부인은 늘 나보다 한참 앞서 있는 것 같소" (이방원)
"조금 앞서서 생각해보는 것뿐입니다." (민씨)

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 [사진 KBS]

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 [사진 KBS]

이방원의 부인으로 훗날 원경왕후에 오르는 민씨(박진희)는 초반부터 비중 있는 역할로 등장했다. 위화도 회군 이후 어지러운 정국에서 고민하는 남편에게 적절한 조언을 해주거나, 관망하려는 친정 식구들을 설득해 이성계 집안을 돕도록 하는 식이다.
이성계의 둘째 부인 강씨(예지원)도 마찬가지. 남편의 회군 소식에 당황하고 자식들의 안부만 걱정하는 첫째 부인 한씨와 달리 향후 남편의 정치적 기반을 확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여성으로 그려졌다.
"삼봉과 포은 두 사람만으로는 충분치가 않다." (강씨)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저 두 분의 정치력만으로는 이 시국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민씨)

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 [사진 KBS]

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 [사진 KBS]

박현모 교수는 "그동안 대하사극은 남성 중심이고, 여성은 사랑을 얻으려 애쓰거나 경쟁하는 캐릭터로 그려졌는데, 이번에는 과감하게 리더로 그려낸 것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③아쉬운 전투 장면
첫 회 후반부에 등장한 개경 공방전에 대해선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다. 위화도에서 회군한 이성계·조민수(박상조) 군대에 맞서 최영(송용태)이 이끄는 방어군이 개경에서 벌인 전투다.
하재근 평론가는 "'태종 이방원'에서 대규모 전투는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일텐데, 대하사극에서 가장 물량투입이 될 지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 간소했던 거 같다"며 "제작비 부담 때문일텐데 여러모로 아쉬운 지점"이라고 말했다.

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 [사진 KBS]

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 [사진 KBS]

정덕현 평론가는 "'장영실' 이후 5년간 OTT에서 대규모 물량을 투입한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들이 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개경 공방전인데 완성도가 너무 허술했다. 전투신이 약하다 보니 무장들이 앞에 나와서 대사로 긴박함을 처리하는 과거의 클리셰도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태종 이방원'은 과거 조선 건국을 다룬 여타 드라마에 비해 이성계 집안에 대한 비중을 끌어올려 눈길을 끌었다. 위화도 회군 직후부터 이성계의 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 첫째 부인 한씨와 둘째 부인 강씨 사이의 미묘한 불협화음 등을 밀도 있게 묘사했다.

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 [사진 KBS]

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 [사진 KBS]

『태종실록』 전편을 완역 중인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은 "'태종 이방원'의 부제가 '가(家)를 넘어서 국(國)으로'이다. 태종은 국가를 반석 위에 올리기 위해 형제, 아버지, 처가 나중에는 아들과도 불화했던 인물"이라며 "우리가 태종으로부터 얻어야 할 메시지는 공(公)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문제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공(公)의 붕괴인데, 드라마에 이런 메시지가 잘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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