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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탁한 정치공방 멈추고 공론의 장으로”… 민주화 원로 124명 촉구 성명

중앙일보

입력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등 학계, 종교계, 문화예술계, 법조계 등 각계 사회 원로들이 '민주개혁을 위해 고심하는 사회원로 124명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등 학계, 종교계, 문화예술계, 법조계 등 각계 사회 원로들이 '민주개혁을 위해 고심하는 사회원로 124명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상대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이 난무하면서 정책 경쟁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1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 모인 사회원로들은 “이번 대선은 나라의 운명을 가름하는 중요한 계기임에도 혼탁한 정치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날 ‘민주개혁을 고심하는 사회원로 124명 성명 발표’에서 이들은 “기후위기 극복 등 나라 안팎의 주요 사안들이 공론의 장에서 활발하게 논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124명 사회원로 “혼탁한 정치공방 난무” 지적

내년 3월에 치러질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화 원로 124명이 여야 대선 후보를 향해 ‘정책 중심의 선거’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 등 전직 대학총장 세 명의 제안으로 마련된 이 날 기자회견에서 사회원로들은 성명서를 통해 대선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져야 할 9가지 정책 의제를 제안했다.

124명의 사회원로가 모여 성명을 발표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여야 각 대선 후보 측이 선거전략에 따라 인신공격을 일삼고 사법처리 가능성도 언급하면서 혼탁한 정치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정책을 중심으로 한 경쟁이 뒷전으로 밀리는 분위기를 바로 잡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성명서에는 한국 경제학계의 원로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와 역사학계 원로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신경림 시인, 황석영 작가, 함세웅 신부, 고영구 변호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기후위기·비핵화 등 정책선거 이뤄져야”

사회원로들은 대선에서 최우선으로 논의돼야 할 의제로 ‘기후위기 극복’을 꼽았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국민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만을 내세우다 보니 환경 문제가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며 “생태계 파괴와 기후 위기로 빚어지는 자연재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인류 문명의 어두운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독재와 부패 시대로의 회귀를 망상하는 정치세력은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이번 선거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입구에서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거꾸로 갈 것인지를 가름하는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봤다. 남북문제에 대해서도 “남·북 정부가 서울과 평양에 임시대표부를 설치해야 한다”며 “미국과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협상은 지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극화와 빈부 격차는 지방분권이 해법”

한국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미국·중국의 시대착오적인 패권 경쟁은 중단돼야 한다”며 “두 강대국은 국제적인 합의에 따른 자유무역 질서를 존중해야 하고 우리나라는 두 나라와의 협력과 교역 관계를 치우침 없이 존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구 일본제국의 가치관을 청산하지 못한 일본 자민당 정권과 군사협력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성명서에선 수도권 비대화, 가짜뉴스 문제 등 국내에 고착화된 사회 문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삼열 숭실대 명예교수는 “중앙권력과 수도권의 초비대화가 한국 사회의 양극화를 촉진하고 빈부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며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홍범 조선투위 전 위원장은 “한국의 언론자유는 세계 수준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것으로 평가받지만, 언론의 신뢰 수준은 최하위”라며 “일부 대형언론의 의도적 왜곡 보도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로들의 해결책, “미래의 희망 젊은 세대와 동행해야”

사회원로들은 한목소리로 “젊은 세대와의 동행”을 중요한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들은 “우리의 의병운동도, 독립운동도, 민주화운동도, 평화통일운동도 청년세대들의 과감한 도전으로 성취해왔고 극복했다”며 “우리의 희망인 젊은 세대와의 동행으로 불평등과 양극화 등을 극복하며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세웅 신부는 “단순히 ‘미래’는 우리가 노력하든 안 하든 시간이 흘러가면 다가오기 마련이지만 ‘선취적 미래’는 우리의 노력으로 미래를 앞당긴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의 열정이 결국 나라를 지킨 것처럼 민주주의와 평화공존의 공동체를 위한 노력으로 선취적 미래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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