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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통한 무기 구매, 독일이 막았다"…우크라이나 발끈

중앙일보

입력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대비하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로부터 무기를 구매하려 했지만 독일이 이를 막았다고 비판했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지난달 나토 지원·조달청을 통해 구매하려던 드론 대응용 소총과 저격수 대응 시스템 도입을 독일이 막았다"고 밝혔다. 다만 독일이 재논의를 거쳐 일부 무기 구매엔 동의했다고 FT는 전했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지난달 4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의회 회의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지난달 4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의회 회의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레즈니코프 장관은 독일이 우크라이나의 무기 도입에 반대한 것은 노르트스트림2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노르트스트림2는 독일과 러시아를 직접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으로, 완공은 됐지만 가동되기 전이다. 그는 "독일은 (러시아와 협업해) 노르트스트림2를 건설해놓고, 우리의 방어 무기 구입은 차단하고 있다. 이것은 매우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FT는 올라프 숄츠 신임 정부가 우크라이나 무기 도입과 관련한 논평을 거부해 독일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독일은 딜레마 상황에 놓여 있다.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틀어쥔 러시아와 전통적 우방국인 미국이 대립하고 있는데, 어느 한쪽 편에 서기 어려워서다. 영국 가디언은 9일 "노르트스트림2 문제는 집권당인 사민당(SPD)과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의 협력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녹색당 공동대표는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로 독일의 정치·경제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녹색당은 노르트스트림2 제재에 동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중도 성향의 실용주의자로 알려진 사민당 소속 올라프 숄츠 총리는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노르트스트림2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와 제재에 조심스러운 편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다만 미국은 노르트스트림2 제재 문제를 새 독일정부와 협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7일 미-러 정상회담 이후 "서방은 노르트스트림2 파이프라인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며 "우리는 러시아의 침공가능성에 대비해 물러날 독일 정부는 물론 새 독일 정부와도 집중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노르트스트림2 파이프라인 건설을 위한 물자가 독일 북동부 뤼겐의 한 항구에 쌓여 있다. [AFP=연합뉴스]

노르트스트림2 파이프라인 건설을 위한 물자가 독일 북동부 뤼겐의 한 항구에 쌓여 있다. [AFP=연합뉴스]

레즈니코프 장관은 "나토를 통해 무기 조달이 어렵다면 미국·영국·프랑스 등 동맹국과 양자 협상을 통해 무기 도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대(對) 미사일 및 대공 시스템, 전자전 키트, 사이버 방어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다른 서방 지지 국가들과 무기 도입을 논의한 회담에 대해 "낙관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군사 지원을 촉구해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에서 "러시아의 예상 침공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군사 장비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의 군 정보부 국장인 키릴로 분다노프 장군은 9일 뉴욕타임스(NYT)에 "우크라이나는 서방 국가의 도움 없이 러시아를 막아낼 충분한 군사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동맹이라면 서로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10일 러시아 군인들이 로스토프 지역에서 전술 전투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10일 러시아 군인들이 로스토프 지역에서 전술 전투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에 병력 증강을 계속하고 있다. 12일 가디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Buk-M1을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이 미사일 체계는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여객기를 격추해 탑승자 298명 전원이 사망한 사건에 사용된 미사일로 악명이 높다.

한편 12일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들은 영국 리버풀에서 러시아의 군사 위협을 규탄하는 별도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사 공격을 가할 경우 막대한 결과와 심각한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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