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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3억 벌었다, 횡재이긴 한데..." 美미화원의 씁쓸한 연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월 폭설이 내린 미국 뉴욕 거리에서 시 위생국 소속 환경미화원이 도로 정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월 폭설이 내린 미국 뉴욕 거리에서 시 위생국 소속 환경미화원이 도로 정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쓰레기 속에 금이 있었다?"

미국 신문이 지난해 뉴욕시 환경미화원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소개하며 붙인 문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뉴욕시 환경미화원의 '초과근무'가 늘어나며 지난해 일부는 최고 3억5000만원 넘는 연봉을 수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관이나 경찰의 경우 오히려 초과근무가 줄어들었지만, 환경미화원의 경우 오히려 격무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12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는 미국 뉴욕시 위생국 소속 미화원들과 감독관 94명이 초과근무 수당으로 10만 달러(약 1억1780만원) 넘는 돈을 수령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이 대규모의 인원이 초과근무 수당으로 10만 달러 넘게 받은 건 드문 사례다. 지난 2018-19회계연도엔 한명도 없었고, 2019-20년엔 단 2명뿐이었다.

코로나 격리, 폭설 등 겹쳐…"미화원 25% 빠졌다" 

이들이 거액의 초과근무수당을 받게 된 데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인력 부족, 대체인력 고용 지연, 지난 겨울 폭설 등 때문이었다. 위생국의 조슈아 굿맨은 "한때 부서원 25%가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거나 자가격리조치에 들어갔다. 미화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선 일 년 내내 12시간씩 교대로 일한 미화원들에게 초과근무를 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원이 적어도 작업량이 변하지는 않는다"며 "뉴요커들에게 깨끗하고 안전한 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항상 열심히 일해왔다"고 덧붙였다. 특히 매년 여름 신규채용을 진행하거나 승진 교육을 실시하는데, 지난해 여름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마저 진행되지 않아 직원 수가 감소하기까지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겨울엔 폭설까지 내렸다. 뉴욕의 미화원들이 지난해 '억대'의 초과근무수당을 받을 정도로 격무에 시달렸던 이유다.

지난 5월 뉴욕 맨해튼의 거리에 쌓인 쓰레기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월 뉴욕 맨해튼의 거리에 쌓인 쓰레기들. 로이터=연합뉴스

수당으로 연봉 높이면, 퇴직 후 연금수령액도 ↑

위생국 직원 중 초과근무수당을 받은 사람들 대부분은 20년 이상 근무한 감독관급이었다. 이들은 희망퇴직 자격이 있으며, 초과근무수당이 더해져 연봉이 높아질 경우 퇴직 후 받을 연금 금액도 많아진다. 초과근무수당 수령액 상위 10명은 모두 기본급이 10만8846달러(약 1억2800만원)였다.

퀸즈지역에서 감독관급 미화원으로 일한 데번 그레이엄은 초과근무수당으로 15만3393달러(약 1억8000만원)를 수령했다. 그레이엄은 "횡재이긴 한데, 일할 당시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며 "지난 2년간 눈 밑에 다크써클이 없어질 날이 없었다. 코로나19 때문에 계속 일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2주 전 퇴직했는데, 전년에 받았던 연봉보다 지난해 두배가량 높은 급여를 받았다고 한다. 3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은 다른 미화원은 "일을 하라고 하면 일을 한 게 다일 뿐"이라고 말했다.

2000년 환경미화원으로 입사해 브롱크스지역 관리자급 업무를 담당하는 크리스토퍼 타마스는 지난해 초과근무수당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다. 초과근무수당으로 17만883달러(2억130만원), 기타급여로 9623달러(1134만원)를 받아 지난해 연봉으로 29만9160달러(약 3억5200만원)를 수령했다.

"결근율 높고 노조 규칙 탓…노동비효율 드러낸 것"

하지만 보수성향 민간 싱크탱크인 '엠파이어 공공정책센터'(Empire Center for Public Policy)는 코로나19가 뉴욕시 위생국의 노동비효율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센터에 따르면 뉴욕시 위생국만 다른 부서와 달리 초과근무수당 예산이 86%가량 늘어났다.

연구 책임자인 피터 워런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특히 상황을 악화시켰다"면서도 "미화원들이 과도한 초과근무 수당을 받게 된 건 높은 결근율과 비효율적인 노조 작업규칙 탓"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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