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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킹] "프랑스 요리는 어렵다는 편견, 가정식 맛보면 달라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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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음식, 특히 양식을 좋아했어요. 양식 셰프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찾아볼수록, 모든 답이 프랑스를 향하더라고요.

프렌치 레스토랑 ‘윌로뜨’의 이승준 셰프가 20년 전, 프랑스로 떠난 이유다. 토목공학을 공부하고, 대기업에서 근무하며 커리어를 쌓던 안정감도, 요리를 시작하기엔 조금 늦은 20대 중반의 나이도 프랑스 요리를 배우고 싶은 열정을 막지 못했다. 부르고뉴 디종의 와인 학교에서 와인을 공부한 그는 미쉐린 원스타 레스토랑을 비롯해 특급호텔에서 경력을 쌓았고 프랑스 디종에 자신만의 레스토랑을 열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셰프로서 길을 묵묵히 걷던 그는 2016년 서울에 레스토랑을 열었다. 이 셰프는 “언젠가 내 나라에, 프랑스에서 배운 요리를 선보이고 싶었고, 그게 나의 의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촌에서 시작한 레스토랑은 두 번의 이사를 했고 올 초, 지금의 자리인 청담동에서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그동안 5년이 흘렀고, 그동안 이 셰프는 한국에 올 때의 각오대로 프랑스 요리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레스토랑의 주방을 지키며, 방송에서 프랑스 요리를 소개했다. 프랑스에 가보지 못한 직원들을 모두 데리고 프랑스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 셰프의 애정과 노력이 가득 담긴, 윌로뜨에서 그를 만났다.

요리 경험이 없는, 20대 후반의 외국인이었는데, 요리 학교가 아닌 레스토랑에 취업한 이유는요.   

와인 학교를 졸업한 후, 레스토랑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야 요리를 더 빨리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레스토랑에 이력서를 보내기 시작했어요. 200여통 보낸 끝에야, 미쉐린 원스타 레스토랑 스테판 데호보(Stephane Derbord) 셰프에게 회신이 왔죠. 견습을 시작했는데 정말 녹록지 않았어요. 남들보다 배워야 할 게 많고, 그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노력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2년 동안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며 배웠어요.

실제로 노력과 성실함은 그를 성장시킨 원동력이 됐다. 스테판 셰프는 그를 호텔 바리에르 르 푸케츠 파리(Hotel Fouquet'sBarriere Paris)에 추천했다. 이곳은 프랑스의 아카데미라 불리는 ‘세자르 영화제’ 공식 피로연 장소이자, 전(前)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의 당선 피로연을 연 곳으로, 이 셰프는 파트장을 맡아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파리 하얏트 방돔, 하얏트 마들렌에서 셰프로서의 경력을 쌓았고, 자신만의 레스토랑을 현지에 열기도 했다.

세자르 영화제의 연회를 준비한 50여명의 셰프들, 이들은 연회를 시작하기 전 연단에 서서 사진을 찍고 시민들을 맞이한다. 사진 이승준

세자르 영화제의 연회를 준비한 50여명의 셰프들, 이들은 연회를 시작하기 전 연단에 서서 사진을 찍고 시민들을 맞이한다. 사진 이승준

한국에도 프렌치 레스토랑이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프랑스 요리를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 많아요.  

한국에서 프랑스 요리가 고급스럽게 포장돼 있습니다. 아무래도 특급호텔이나 파인 다이닝 등에서 주로 접하잖아요. 식사 시간도 길고요. 한국에선 ‘밥 먹을 때 말하면 복이 달아난다’고 하지만, 프랑스에선 단순히 음식을 먹는 시간을 넘어,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거든요. 가정집에선 코스는 아니더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죠.

프랑스 가정집에선 어떤 요리를 즐겨 먹나요.  

집집마다 대대로 내려오는 레시피가 있을 만큼 프랑스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요리가 많아요. 송아지 고기나 생선을 화이트소스로 끓여낸 블랑케뜨, 닭고기를 감자·토마토·양파 등의 채소와 함께 구워먹는 뿔레호띠가 대표적이예요.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는 달걀 요리인 키슈, 노르망디의 전통 음식으로 에멘탈 치즈와 달걀, 토마토, 잠봉을 넣은 크렙 콩쁠레트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 중 하나예요. 이름은 낯설어도, 가정식 요리를 맛보면 볼수록 프랑스 요리가 친근하게 느껴질 거예요.

최근 피코크에서 출시한 이승준 셰프의 닭가슴살 블랑케뜨. 사진 SSG

최근 피코크에서 출시한 이승준 셰프의 닭가슴살 블랑케뜨. 사진 SSG

최근 밀키트 제품도 선보였어요. 메뉴로 블랑케뜨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밀키트 시장에서 프랑스 요리를 찾기 어렵더라고요. 블랑케뜨는 한국에서 생소한 요리지만, 프랑스에선 한국에서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처럼 자주 먹는 요리여서 더 소개하고 싶었어요. 화이트소스는 프렌치 요리의 기본으로, 요리에 익숙하지 않으면 제맛을 내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소스 만드는 과정을 밀키트로 대신하면 누구나 손쉽게 블랑케뜨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부드러운 식감의 닭가슴살을 넣어 누구나 편안하게 맛볼 수 있고요.

윌로뜨를 운영하며, 꼭 지키려고 노력하는 원칙이 있나요.   

자연주의를 지향한다는 점이요. 여기에서 자연주의는 자연에서 나는 식재료로 요리하는 것을 뜻해요. 농부들과 직거래해서 신선한 식재료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허브나 잎채류는 뿌리가 땅에 닿아 있을 때 최상의 맛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직접 기른 허브나 잎채류를 채집해 요리에 사용하려고 노력해요. 파슬리나 민트 같은 허브는 조그만 화분에 직접 키워 보면, 사 먹는 것과 향이 달라요. 한번 키워 보세요.

윌로뜨는 시즌마다 새로운 주제의 스토리텔링을 담아내는 것으로 유명해요.  

매번 똑같은 요리를 선보일 순 없다보니, 시즌마다 고민 끝에 한 가지 주제를 정해 메뉴를 만들어요. 올겨울엔 프랑스의 국민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생애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아무래도 20~30대를 프랑스에서 살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프랑스 배우, 그림, 노래가 생겼어요. 제가 유독 힘들 때 습관처럼 찾았던 노르망디의 에트르타가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고향이예요. 이번 시즌에 그의 삶을 요리에 담았어요. 불우한 어린 시절 한 그릇 가득 먹고 싶었던 블랑케뜨, 그 시절 성공한 사람들의 전뮤울이라 했던 모렐 버섯과 샴페인으로 만든 적채카르파치오 등으로 코스를 구성했어요.

5년 동안 다녀간 손님 중 어떤 분들이 기억에 남으세요.  

추억을 함께한 분들이 많아요. 매년 1년에 딱 한 번 찾아와, 스스로 주는 선물이라며 홀로 다이닝을 즐기는 손님도 있고, 외국에 사시는데 한국에 오실 때마다 찾아와주시는 노부부도 계시죠. 소개팅으로 왔다가 상견례, 임신 축하, 아이 돌잔치 등 가족이 된 후 기념하고 싶은날 찾아오는 부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후 부모님께 선물로 밥을 사달라며 함께 찾아온 고3 학생도 있고요. 음식은 단순히 먹거리를 넘어 마음을 나누는 통로가 되거든요. 마음의 선물, 위로가 필요할 때 맛있는 요리가 필요한 이유죠.

에디트 피아프에서 영감을 받아 구성한 윌로뜨의 메뉴. 사진 윌로뜨

에디트 피아프에서 영감을 받아 구성한 윌로뜨의 메뉴. 사진 윌로뜨

파인 다이닝에서 멋진 프렌치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지만, 코로나 19 확산으로 홈파티나 홈다이닝을 계획하는 분들도 많으신데요. 프렌치 스타일의 홈 다이닝 메뉴를 추천해 주세요.

블랑케뜨 같은 밀키트를 활용하면 편하게 홈파티를 열 수 있죠(웃음). 메인 요리와 함께 니스와즈 샐러드를 준비해보세요. 참치와 감자, 달걀을 넣은 프랑스 니스 지방의 샐러드로 가볍고 산뜻해 입맛을 돋우는 전채 요리로도, 메인 요리와 함께 내도 잘 어울려요. 프랑스 요리에 와인이 빠질 수 없는데요, 블랑케뜨와 니스와즈로 차린 홈 다이닝엔 부르고뉴 샤르도네를 추천합니다. 보나뻬띠(Bon appétit)!

※이승준 셰프의 프렌치 스타일 홈파티 준비하기 클래스는 아래 영상에서 확인하세요.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영상 박재현·공성룡PD, 강민영·강지율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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