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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향기로운 장미목, 호랑이 무늬 보고테…자연 품은 나무 반지 내 손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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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울창한 숲을 이룬 모습을 보면 가슴이 뻥 뚫리고, 가까이서 뜯어보면 왠지 모를 따뜻함과 포근함을 안겨주는 식물, 나무입니다. 나무는 집·가구·종이·생활 소품 등 우리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이는 재료인데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활용해 세상에 하나뿐인 ‘나무 반지’를 만드는 곳이 있다고 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나섰습니다. 연규원·이서정 학생모델이 서울 구로구에 있는 나무 공방 ‘악토버 핑거스’의 문을 두드리자 정승주·황정하 대표가 반갑게 맞았어요.

이서정(왼쪽)·연규원 학생모델이 각자 만든 나무 반지를 끼고 포즈를 취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직접 만들어 더 뿌듯하다”며 웃어 보인 두 사람.

이서정(왼쪽)·연규원 학생모델이 각자 만든 나무 반지를 끼고 포즈를 취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직접 만들어 더 뿌듯하다”며 웃어 보인 두 사람.

악토버 핑거스는 나무 반지·케이스 등 작은 소품을 만드는 곳이에요. 어릴 때부터 이것저것 만드는 것을 좋아하던 정 대표가 8년 전 만든 공간이죠. “대학 시절 패션디자인을 공부했지만, 아무래도 패션은 상업적 목적이 크다 보니 어릴 때 생각한 예술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아하는 것들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플리마켓 같은 데서 팔았죠. 그런 경험을 쌓다 보니 공예가 하고 싶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워킹 홀리데이(여행 중인 방문국에서 취업 자격을 주는 제도)를 통해 1년간 일본에 머무르며 마켓도 나가고, 큰 전시도 체험했죠. 한국에 돌아와 액세서리 회사에 잠깐 다녔고, 결국 창업을 해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정 대표의 짧은 소개에 궁금한 게 많은 학생기자단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악토버 핑거스’ 공방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나무 반지. 소재·디자인·크기 등을 택해 나만의 나무 반지를 만들 수 있다.

‘악토버 핑거스’ 공방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나무 반지. 소재·디자인·크기 등을 택해 나만의 나무 반지를 만들 수 있다.

목공예·나무 주얼리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공예에 관심이 많아 도자기·가죽·금속 등 여러 공예를 체험해봤어요. 그중에서도 목공예는 특히 직관적이죠. 내가 깎는 대로 표면·형태가 보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바로 수정할 수 있어요. 따뜻하다는 것도 장점이죠. 일반적으로 액세서리에 많이 쓰이는 금속 같은 경우 외부 온도에 따라 착용감이 달라지거든요. 겨울에는 차갑기 때문에 이질감이 많이 느껴지죠. 하지만 나무 액세서리는 외부 온도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포근해요. 또 나무는 부드럽기도, 거칠기도 하면서 곡선·각·면이 살아있죠. 소재 자체에서 다채로운 힘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좋아요.  
나무로 만든 주얼리가 유명해진 건 언제부터인가요.
제가 공방을 처음 열었을 때만 해도 나무 반지라는 개념 자체가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았어요. 드라마 같은 대중매체에서 주인공이 나무 반지를 착용하거나 만드는 모습이 노출되면서 점차 알려졌고, 여러 공방에서 원데이 클래스 같은 교육을 진행하면서 대중화됐죠. 아직 다른 공예에 비해서는 덜 알려진 면이 있지만, 최근 코로나19로 힘든 와중에도 꽤 많은 분이 나무 반지 공예 클래스를 찾아주셨어요.
이서정(왼쪽)·연규원 학생모델이 나무 반지 샘플을 살펴보며 마음에 드는 소재·디자인 등을 고르고 있다.

이서정(왼쪽)·연규원 학생모델이 나무 반지 샘플을 살펴보며 마음에 드는 소재·디자인 등을 고르고 있다.

나무 반지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디자인·조각·형태 만들기 등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 몸에 붙어있는 액세서리라서 착용감이 가장 중요해요. 나무로 만든 책상·의자 등 가구도 쓰다 보면 거칠어지거나 가시가 돋곤 하거든요. 사포·연마 등 마무리 작업이 중요한 이유죠. 나무 반지 수업 때도 마무리에 공을 들이라고 강조해요. 손은 여기저기 부딪히거나 물에 자주 닿기 때문에 반지와 오래 함께하기 위해 꼼꼼한 마무리 작업은 필수입니다.
착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나무이기 때문에 격한 운동이나 심한 충격에는 주의해야 해요. 나무 특성상 수분에 취약할 거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반지를 만들 때는 합성·소프트 우드가 아닌 하드 우드(원목)를 사용해서 손 씻을 때 물에 닿는 정도는 괜찮아요. 하드 우드는 아주 단단하고 수분에도 강해 웬만해서는 썩거나 종이처럼 찢기지 않죠. 단, 사람 피부처럼 건조해질 수 있으니 가끔 오일로 관리하면 나무 고유의 색도 살아나고 단단해져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어요. 오일 관리법은요. 포도씨유나 베이비오일을 살짝 끓였다 식힌 뒤, 반지 표면에 발라 나무가 오일을 충분히 흡수하도록 5~10분 정도 두세요. 남은 오일은 키친타월을 이용해 닦아내면 돼요.
사포를 담은 기계를 이용해 반지 모서리 부분을 다듬는 모습(위 사진)과 줄을 이용해 V컷 모양내기를 하는 모습.

사포를 담은 기계를 이용해 반지 모서리 부분을 다듬는 모습(위 사진)과 줄을 이용해 V컷 모양내기를 하는 모습.

나무 고유의 색·결도 매력적이지만, 조금 단조롭기도 한 것 같아요. 나무 위에 색을 입힐 수도 있나요.
페인트·오일스테인 등 화학적 재료를 입히는 방법이 가장 흔하죠. 천연 재료로는 옻나무의 수액을 바르는 옻칠도 있고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방법은 아니에요. 아무리 비싼 나무를 사용해도 코팅하거나 색을 칠하면 인공적인 느낌이 강해져 원목 고유의 미를 살릴 수 없거든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느낌도 달라지고, 자연스럽게 세월이 녹아드는 게 원목의 장점이니까요.
주로 어떤 이들이 공방을 찾나요.
커플링을 만드는 20~30대 커플이 가장 많죠. 요즘엔 조용히 내면에 집중하길 원하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혼자 오는 분들도 늘어나는 추세고요. ‘나무 반지는 처음 본다’며 좋아하는 외국인 손님도 있죠. 여러분 같은 청소년도 부모님과 와서 가족 반지를 만들곤 해요. 가끔 외부에서 청소년 교육을 하는데, ‘어려서 만들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저희의 예상이 무색하게도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더군요. 사실 목공예라 하면 막연하게 느껴지는데, 나무 반지처럼 상대적으로 간단한 분야를 체험하면서 재능·소질이 있는지 미리 알아보고 진로를 고민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목공예를 하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나요.
저조차도 목공예 전공이 아니에요(웃음). 전공보다 ‘무엇을’ 만들 것인지가 중요해요. 큰 가구를 만들고 싶은지, 집을 짓고 싶은지, 저처럼 소품을 만들고 싶은지 등에 따라 달라지겠죠. 목공 관련 직업 학교·학원 같은 경우 요즘 목공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경쟁률도 세다고 들었어요. 분야가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목공 중에서도 어떤 것을 전문으로 하고 싶은지 결정한 뒤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보세요. 인테리어·가구 디자이너, 목수, 소품 디자이너, 액세서리 공예가 등 다양한 직업이 있답니다.

궁금증을 해소한 뒤 본격적으로 나무 반지 만들기에 돌입한 두 사람. 나무 소재를 택하기에 앞서 황 대표가 원목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가장 밝은 너도밤나무의 경우 향·독성이 없어 식기류를 만들 때 많이 쓰여요. 올리브 나무는 매끈하고 기름이 많으며 무늬가 있고요. 호두나무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나무색, 밝은 갈색이죠. 유창목은 굉장히 특이한 나무예요. 초록빛을 띠고, 깎다 보면 풀 냄새 같은 향기도 느낄 수 있죠. 기름이 매우 많아 가공 후 반짝반짝 빛나는데, 물에 강하고 단단해서 배를 만들 때 쓰이기도 해요. 장미목은 소리 울림이 좋아 바이올린·기타 같은 악기에 많이 쓰여요. 색이 10가지 정도 섞여 아름답고, 깎을 때 은은한 장미 향이 나죠. 레드하트와 퍼플하트는 나무의 심장, 즉 심 부분이 각각 빨강·보라색인 데서 붙은 이름이고요. 보고테(보코테)는 마치 호랑이 같은 무늬를 띠죠. 또 다른 붉은색 나무 파덕은 아프리카에서 주로 자라는데, 원주민들이 신성시하는 나무 중 하나예요. 마지막으로 흑단은 유청목처럼 단단하고 검은색을 띤 나무로, 칼자루·장식품 등에 쓰입니다.”

기계를 이용해 나무 반지에 음각으로 무늬를 새긴 뒤(위 사진), 은(silver)을 더해 반짝이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가운데 사진). 마지막으로 오일 처리를 하면 하나뿐인 나무 반지 완성.

기계를 이용해 나무 반지에 음각으로 무늬를 새긴 뒤(위 사진), 은(silver)을 더해 반짝이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가운데 사진). 마지막으로 오일 처리를 하면 하나뿐인 나무 반지 완성.

황 대표는 “표면이 매끈한 나무는 완성 후 반질반질해지고 부드러운 나무는 보들보들한 느낌이 살아있다”며 “햇빛·공기에 노출되면서 색이 더 선명해지고 무늬도 눈에 잘 띈다는 점을 고려하라”고 당부했죠. 속에 나무를 덧대면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말에 소중 학생기자단은 퍼플하트·레드하트 등 각각 2개의 나무를 선택했어요. 규원 학생모델은 V컷 디자인을, 서정 학생모델은 앞면이 평평한 디자인을 선택한 뒤 손가락 호수까지 재자 정 대표가 기계를 이용해 나무 반지의 전체적인 틀을 잡았어요.

본격적으로 나무 반지 만들기에 돌입한 두 사람. ‘악토버 핑거스’ 대표진은 “집중력이 놀랍다”며 감탄했다.

본격적으로 나무 반지 만들기에 돌입한 두 사람. ‘악토버 핑거스’ 대표진은 “집중력이 놀랍다”며 감탄했다.

이제부터는 학생기자단의 몫인데요. V컷 디자인을 택한 규원 학생모델은 나무를 깎는 ‘줄’이라는 도구로 가장자리를 깎아내야 합니다. 반지를 다듬을 때는 엄지·검지·중지를 이용하고, 작업대가 움직이지 않도록 손으로 꼭 눌러요. 줄의 거친 부분이 나무에 닿기만 해도 쉽게 밀려 나가기 때문에 힘을 빼고 여러 번에 걸쳐 깎으면 됩니다. 평평한 디자인을 고른 서정 학생모델은 반지의 가장자리 부분을 부드럽게 다듬는 작업에 나섰어요. 사포를 감은 기계를 악수하듯이 잡고, 곡선을 그리며 둥글게 지나갑니다. 한 번에 많이 다듬고 싶은 마음에 힘을 지나치게 세게 주거나, 너무 오래 대고 있으면 울퉁불퉁해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한껏 집중한 두 학생모델의 모습에 정 대표·황 대표가 “집중력이 정말 좋다”며 감탄했죠. 모양이 얼추 나오면 기계가 아닌 사포 조각을 이용해 손으로 직접 문지르는데, 사포가 지나갈수록 매끈해지고 부드러워지는 반지의 모습에 학생기자단의 손길이 빨라졌어요. 마지막으로 새기고 싶은 무늬를 택합니다. 해리포터를 좋아하는 규원 학생모델은 ‘HP’ 이니셜과 번개 모양을, 가수 아이유의 팬이라는 서정 학생모델은 팬클럽 ‘유애나’의 마크와 달 모양을 새겼죠. 오일 코팅까지 마치면 구석구석 내 손길이 닿아 더욱 소중한 나무 반지 완성입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숨 고르며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황정하(맨 왼쪽)·정승주(맨 오른쪽) 대표의 철학이 담긴 나무 공방 ‘악토버 핑거스’에서 포즈를 취한 소중 학생기자단.

황정하(맨 왼쪽)·정승주(맨 오른쪽) 대표의 철학이 담긴 나무 공방 ‘악토버 핑거스’에서 포즈를 취한 소중 학생기자단.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평소 장신구라고 하면 금속·보석 같은 재료에만 익숙했는데, 나무가 주재료인 주얼리를 만든다 하니 새롭게 느껴지고 무척 기대됐어요. 작업 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아 조금 두려웠는데, 생각보다 쉽고 간단해 초보자인 저도 재미있게 만들 수 있었어요. 중간에 나무가 잘 깎이지 않아 당황하기도 했고 사포질을 하며 혹시 형태가 일그러지는 건 아닐까 조급한 마음도 들었지만, 원하는 반지를 만들 수 있어 기뻤어요. 지금 후기를 쓰며 제 손에 끼워진 나무 반지를 보니 흐뭇합니다. 온기가 느껴지고 은은한 향이 깃든 나무 반지! 새삼 나무가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생각을 했어요.  연규원(서울 언남초 6) 학생모델

평소 간단한 만들기는 해본 적 있지만, 나무를 깎아 무언가를 만들어본 적은 없어 취재 전 걱정되는 마음이 컸어요. 하지만 공방을 찾아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나무에 대해 공부하면서 ‘얼른 나무 반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졌죠. 나무 소재를 선택하고, 디자인과 어떤 무늬를 새길지 고민하는 과정 모두가 즐거웠어요. 나만의 반지를 만든다는 생각에 평소보다 더 집중해 사포질하고, 나무를 다듬었죠. 완성된 반지를 보니 뿌듯하고 행복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디자인의 나무 반지를 만들고 싶어요.  이서정(서울 언북초 5)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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