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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동박 세계 1등은 바로 여기…“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중앙일보

입력 2021.12.13 07:00

요즘 화학기업들의 변신이 대세죠. 그 중 가장 놀랍게 변신한 기업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SKC. 비디오테이프·플로피디스크 만들던 회사가 2차전지주로 대 변신.

1973년 ‘선경석유’로 출발한 SKC. 이름은 들어봤어도 정작 뭐하는 기업인지 잘 모르실 수 있는데요. 원래는 비디오테이프를 만들었고, 2000년대 들어서는 폴리우레탄 원료인 프로필렌옥사이드(PO)를 열심히 만들었죠(지금도 PO가 ‘캐시카우’ 노릇).

SK넥실리스가 제조한 동박. 사진 SKC

SK넥실리스가 제조한 동박. 사진 SKC

그리고 지금은 이걸로 유명합니다. 동박! 구리를 아주 얇게 펴서 종잇장처럼 만든 건데요. 앤츠랩 오랜 구독자라면 5월 썼던 ‘솔루스첨단소재 편(동박이 대박이래...2차전지 떡잎주, 될성부르다)’을 기억하실 수도.

2020년 동박제조업체 ‘SK넥실리스(구 KCF테크놀로지)’를 인수한 덕분인데요(SKC가 100% 지분 보유한 자회사). 이후 해외공장을 지으며 공격적으로 투자 중.

동박이 왜 핫할까요. 동박은 예전엔 주로 인쇄회로기판에 쓰였는데요. 이젠 전기차용 2차전지의 필수소재로 더 유명합니다. 2차전지 음극재를 감싸는 데 쓰는 동박을 ‘전지박’이라고 따로 부르기도 하죠.

세계 동박 수요 전망.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세계 동박 수요 전망.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아시다시피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는 급증하는데요. 동박 공급이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 한마디로 없어서 못 팔 지경. 게다가 구리가격이 오르면서 가격까지 오름세!

자료:키움증권, 각 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자료:키움증권, 각 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무엇보다 이미 말레이시아엔 동박 공장을 새로 짓고 있고(2023년 상업가동)와 폴란드에도 짓기로 했거든요(2024년 생산 시작). 2025년이면 SKC의 동박 생산능력이 25만톤으로 확 불어납니다.(2025년 기준 일진머티리얼 20만톤, 솔루스첨단소재 8만8000톤) ‘동박 대장’ 자리는 떼어 놓은 당상.

그런데 걱정거리가 하나 있었죠. 동박 자회사 SK넥실리스가 IPO를 하면 어쩌나, 하는 점이요. SKC의 알짜가 동박인데 SK넥실리스가 따로 상장을 하면 SKC는 앙꼬 빠진 찐빵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인 건데요. 마침 SK넥실리스가 해외공장 증설을 하려면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한 터라(그런데 SKC 재무구조는 썩 좋지 않아서) 더 우려가 컸습니다.

SKC 광화문 본사. 사진 SKC

SKC 광화문 본사. 사진 SKC

다행히 한숨 돌려도 되겠습니다. SKC가 얼마 전 산업은행에서 1.5조원 자금을 조달한다고 발표했거든요. “SK넥실리스 상장은 2024년 이후”라던 SKC 약속, 이제 믿을 만해 보입니다.

동박 하나만으론 좀 아쉽죠. SKC가 밀고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 두가지가 있습니다. 실리콘 음극재와 유리기판.

영국 기업 넥시온. 사진 넥시온

영국 기업 넥시온. 사진 넥시온

SKC는 얼마전 영국기업 넥시온(Nexeon)에 330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실리콘음극재 시장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지금은 2차 전지에 주로 흑연 음극재를 쓰는데요. 흑연 말고 실리콘을 쓰면 리튬이온을 10배나 많이 담을 수 있어서 주행거리가 늘어나죠. 실리콘 음극재 시장은 아직 초기이지만 가파르게 커질 전망(연 76.6% 성장 예상)입니다. 기대할 만하겠죠? 물론 SKC 이사회가 투자안을 한번 부결시켰다가(9월) 다시 통과시키며(11월)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주가가 출렁였던 건 안 비밀….

SKC가 개발한 글라스 기판. 사진 SKC

SKC가 개발한 글라스 기판. 사진 SKC

 전기차 배터리 얘기만 줄창 했는데 SKC는 반도체 소재도 만듭니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하이 퍼포먼스 컴퓨팅용 글라스 기판’이 그건데요. 한마디로 플라스틱으로 만들던 반도체 패키지용 기판을 유리로 바꾼 겁니다.

이게 왜 획기적이냐면 기판 표면을 매끄럽게 하면서도 훨~씬 더 얇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MLCC(뭔지 잘 모르시면 삼성전기 편 참조)를 기판 위가 아니라 유리 기판 속에 넣어버릴 수 있죠!(신박하다) SKC는 10월 미국 조지아주에 글라스기판 공장 건설을 발표했는데요. 2023년부터 본격 생산될 겁니다. 반도체 패키징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몽실몽실.

SKC 주가는 올해 들어 100%가량 뛰었죠. 높은 상승률이지만 동박 경쟁업체 일진머티리얼즈(약 150% 상승)보단 덜 올랐습니다. 아직까진 화학 비중이 훨씬 큰(올해 영업이익 추정치의 65%가 화학) 기업이라 좀더 무겁습니다. 일진머티리얼즈가 최근 대규모 증설 계획을 내놓은 것도 살짝 부담.

이번 인사에서 5년 만에 사장이 바뀌었는데요(박원철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신규사업팀장이 SKC 사장으로). 과연 투자계획이나 자회사 IPO 같은 굵직한 사업방향에 변화가 있으려나요. 아직 알 수 없으니 기대 반 우려 반입니다.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시나리오대로 갈까? 일단은 긍정적!

이 기사는 12월 10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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