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5만개 동났다…제로페이 쓰면 딱, 서울 스마트밴드

중앙일보

입력

지난 10일, 택배로 배달된 스마트밴드를 '언박싱' 했다. 밴드와 USB 충전기, 설명서가 동봉되어 있다.

지난 10일, 택배로 배달된 스마트밴드를 '언박싱' 했다. 밴드와 USB 충전기, 설명서가 동봉되어 있다.

‘GOAL’

손목에 찬 스마트밴드 진동이 울리며 알람이 떴다. 설정해놓은 하루치 목표 걸음수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기자는 서울시의 스마트 헬스케어 사업인 '온서울 건강온'에 3일째 참여 중이다. 오세훈 시장의 선거 공약인 이 사업은 서울시민들에게 무료로 스마트밴드를 공급하고 건강관리를 해주는 게 골자로, 올해 예산 44억이 투입됐다.

된다: 걸음수·심박수·산소포화도 측정

스마트밴드로 심박수를 측정하는 모습. 문자나 전화 등 간단한 알림 기능도 된다.

스마트밴드로 심박수를 측정하는 모습. 문자나 전화 등 간단한 알림 기능도 된다.

다른 모델들은 '스마트 워치' 형태에 가깝다. 4종류의 제품 모두 시중에서 10만원 안팎에 팔리지만, 서울시는 이를 5만원에 공급받기로 계약했다.

다른 모델들은 '스마트 워치' 형태에 가깝다. 4종류의 제품 모두 시중에서 10만원 안팎에 팔리지만, 서울시는 이를 5만원에 공급받기로 계약했다.

지난달 22일 2차 모집 때 신청해 18일만에 제품을 수령했다.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은 총 4가지다. 파트론, 세븐일렉, 인바디 사의 제품들로 기존에 보건복지부 관련 사업에 참여하면서 어느 정도 검증이 된 업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기자가 받은 ‘인바디밴드2’는 체성분 측정에 특화되어 있지만 음악재생이나 휴대폰 찾기 등이 가능한 다른 워치들에 비해서는 스마트 기능이 떨어진다.

‘온서울건강온’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기기와 연동했다. 밴드를 몇 번 터치하는 것만으로 산소포화도와 심박수, 걸음수와 거리·시간, 소모 칼로리를 간편하게 측정 가능했다. 걸음수 등은 어플로 정보를 전송할 수 있으며, 다른 사용자와 ‘랭킹’을 비교하는 재미도 즐길 수 있다.

안된다: 인바디 측정·혈압·혈당

식단 사진을 올리니 AI시스템이 자동으로 메뉴를 추정해 칼로리를 알려준다. 정확하진 않지만 꽤 간편했다.

식단 사진을 올리니 AI시스템이 자동으로 메뉴를 추정해 칼로리를 알려준다. 정확하진 않지만 꽤 간편했다.

체성분과 혈압, 혈당, 식단, 운동기록을 기록하는 란도 있다. 하지만 수기로 일일이 기록해야 한다.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들에겐 쉽지 않은 미션이다. 인바디 밴드답게 내 체성분을 측정한 뒤 그 정보를 어플에 전송하는 것도 가능할까? 이에 대해 서울시 측에 문의했더니, 돌아온 답은 이렇다.

“현재는 자세한 체성분이나 혈압, 혈당 등을 측정하는 기능은 들어있지 않다. 서울시가 스마트밴드 업체 측에 이 부분 기능을 빼고 구현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직 시범사업 단계이기 때문에 좀 더 전문적인 측정이 필요하거나 의료문제로 번질 수가 있는 기능을 제외시킨 것이다. 또 제품별로 측정기능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예컨대 수면의 질을 측정해주는 모델도 있다) 공통 항목만 온서울과 연동되도록 설계했다.”

결국 내 몸상태를 스마트밴드로 매일 진단할 수 있다는 기대는 너무 앞서나간 것이었다. 이에 실망한 사용자들이 “만보계와 다를 게 무엇이냐“라는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다만 서울시는 점차 연동가능한 기기를 넓혀나갈 예정인데, 스마트워치 외에 전문 혈압계나 혈당계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좋다: 제로페이와 건강 매니저

온서울 건강온

온서울 건강온

하지만 온서울만의 특별한 장점은 있다. 제로페이 연계 기능이다. 매일 출석하고 식단을 올리고 목표를 채우는 것만으로 포인트가 쌓이는데, 이는 제로페이를 통해 최대 10만원까지 현금화가 가능하다. 병·의원, 약국, 안경점 등 서울시내 2만여 업체가 제휴를 맺고 있다. 서울형 공공 자전거인 따릉이, 서울대공원, 서울식물원 입장료에도 쓸 수 있다.

이는 확실히 ‘동기부여’에 큰 역할을 했다. 밴드 연동 등 기초적인 것만으로 3000포인트가 공짜로 생기며 포인트를 쌓는 것도 어렵지 않다. 1차 신청자들은 이미 1~2만 포인트를 누적한 이들도 있다. 밴드를 소지하고 있지 않은 이들도 온서울 앱에서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 사업 참여자들은 8개월 뒤 기기를 반납해야 하는데, 나중에 포인트를 사용해 기기 사용을 연장하거나 기기 분실의 대가를 포인트로 대신 치를 수도 있다.

밴드로 측정된 걸음수가 자동으로 앱에 전송됐다. 기자는 거의 꼴찌다. 다양한 건강정보 게시판도 있고, 건강 매니저와 실제 전화 상담도 가능하다.

밴드로 측정된 걸음수가 자동으로 앱에 전송됐다. 기자는 거의 꼴찌다. 다양한 건강정보 게시판도 있고, 건강 매니저와 실제 전화 상담도 가능하다.

아직은 기기 사용법에 관한 문의가 대다수라고는 하지만, 이는 확실히 온서울의 차별화된 장점이다. 사업 참여자들을 ‘선심성 밴드 나눠주기’ 용으로 방치하지 않겠다는 오 시장의 의지가 담겼다.

의문: 밴드가 없는 게 문제인가

온서울 건강온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 뉴스1

온서울 건강온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 뉴스1

다만 스마트밴드는 어디까지나 건강 보조도구에 불과하단 점은 명확해보였다. 온서울 시범사업에 내년(60억여원)까지 총 100억원가량이 투입되는데, 이를 다른 복지 예산으로 돌리는 게 낫다는 회의론이 존재하는 배경이다.

반박: 밴드보다 '빅데이터'가 핵심이다

서울시의 의견은 다르다. 온서울 사업을 통해서 누적되는 서울시민들의 건강정보가 사업의 핵심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강보험공단이나 민간회사와 연계해서를 기준을 충족하는 시민들에게 건강 보험료를 인하해주는 방안도 있고 다양한 정책으로 활용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온서울은 점점 막대해져가는 시민들의 의료 비용을 지자체가 행정적으로 관리해나가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들의 반응도 아직까지 긍정적이다. “공짜로 스마트밴드 받는 건데 누가 싫어하냐”는 비아냥도 있긴 하지만, 스마트밴드 시범사업 수량 5만개가 순식간에 나갔다.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의견을 받아들일지는 변수다. 시의회는 상임위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내년도 온서울 예산 60억원을 전액 삭감한 상태다. 내년까지 이어지는 시범 사업이 제대로 마무리될지 여부는 예산안 심사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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