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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원밖에 없다" 이자카야 이어 미용실 먹튀...마스크탓?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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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먹튀’ 피해를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가 늘고 있다. 음식을 먹거나 서비스를 받은 뒤 돈을 내지 않고 사라지는 손님에게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자영업자들은 피해를 보상받기는커녕 경찰에 신고해도 범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슈추적]

“먹튀 손님 때문에 눈물” 자영업자들 호소

광주에서 미용실을 운영 중인 A씨가 한 남성이 염색과 컷을 한 후 6000원만 내고 사라졌다며 10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제보했다.

광주에서 미용실을 운영 중인 A씨가 한 남성이 염색과 컷을 한 후 6000원만 내고 사라졌다며 10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제보했다.

지난 6일 술과 안주를 시켜먹은 뒤 4만7000원을 내지 않고 나간 이른바 ‘먹튀 커플’이 온라인에서 공분의 대상이 됐다. 이자카야 주인 A씨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식당 밖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커플의 CCTV를 공개하면서다. 온라인에서는 "힘든 시국에 어처구니가 없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 "얼굴 공개돼서 망신당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다행히 A씨는 돈을 돌려받았지만,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난 10일에는 광주광역시의 미용실을 찾은 한 남성 고객이 “6000원밖에 없다”며 염색과 커트비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고 나갔다는 사장 B씨의 주장이 제기돼 먹튀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B씨는 "경찰에 신고했으나 큰일이 아니라서 CCTV 추적이 어려워 결국 못 찾는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이 이어지면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황이 먹튀 현상을 불러온 게 아니냐는 추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무전취식 신고 건수는 한 해 평균 10만7000건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2019년엔 11만6496건으로 가장 많았다가 지난해에는 10만5546건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딱히 증가한 건 아닌 셈이다.

올해 전체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지난 8월 약 4000건이던 무전취식 신고가 지난달엔 약 8100건으로 두 배가 됐다. 지난달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행되면서 ‘먹튀’가 급증한 셈이다. 경찰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영업 자체가 줄었는데, 예년 수준의 먹튀가 발생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빈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위드코로나 시행 때 많이 늘어난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장기화로 먹튀범 늘었다?

3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한 중식당에서 업주가 관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3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한 중식당에서 업주가 관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는 고의가 있었던 먹튀가 많아졌다면, 경제 위축에 따른 가처분 소득 감소를 원인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강화된 ‘익명성’을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마스크 착용 등으로 과거보다 얼굴 노출이 줄어들어 먹튀 범죄의 개연성은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신뢰 사회이다 보니 후불제가 대다수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 등 익명성이 강화된 상황에서 시민사회의 신뢰를 악용하는 범죄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처벌이 약하다 보니 이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신뢰를 담보하는 현재 제도보다는 선불제 등 환경을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사정이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이 과거보다 먹튀에 더 분노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고의성·상습성 인정될 경우 사기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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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취식은 경범죄 처벌법(제3조 39호)에 해당돼 1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 등에 처할 수 있다. 무전취식의 상습성, 고의성 등이 인정돼 사기죄의 성립 요건을 갖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다. 배수득 변호사(법무법인 청린)는 “물적 증거인 CCTV가 없어서 도망간 인물이 특정이 안 돼 수사하기 어려운 경우도 꽤 있다. 무전취식 등 생활범죄가 많다 보니 담당 수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피해가 소액이거나 대상자 특정을 못 하면 검거가 어렵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자구책을 공유하기도 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활동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QR코드를 반드시 하도록 하고 수기 출입 명부도 꼭 쓰도록 해야 한다”거나 “경찰에 신고하고 현장을 잘 보존해야 한다. 지문 감식해서 잡을 수 있다고 들었다”는 등의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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