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⑬현금 편취 年2만건인데···"이체·송금만 피싱"이란 금감원,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353억원(금융감독원) vs 7000억원(경찰청).  
금융감독원과 경찰청이 집계한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는 이렇게 차이가 났다. 금융감독원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송금이나 이체 내역이 남는 계좌이체형만 보이스피싱으로 분류한다. 경찰청은 본인 계좌에서 자금을 인출해 현금수거책에게 대면으로 건네는 대면편취형도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에 포함시키고 있다.

은행 창구에서 인출을 통해 대면편취를 유도하는 보이스피싱 사기범과의 대화. 독자 제공

은행 창구에서 인출을 통해 대면편취를 유도하는 보이스피싱 사기범과의 대화. 독자 제공

계좌이체를 통한 피해는 감소 추세지만 대면편취 사례는 늘고 있어 전체 피해액은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과 금감원이 느끼는 사안에 대한 심각성이 다를 수 있는 지점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면편취형(1만 5111건) 발생 건수가 처음으로 계좌이체형(1만 596건)을 역전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발생 건수를 보더라도 계좌이체형은 3078건이었는데, 대면편취형은 1만 9630건을 기록했다. 금감원 통계로는 보이스피싱이 줄고 있다는 착시 현상을 불러올 수 있는 셈이다.

10년간 범정부 협의체 회의 10차례

이처럼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상설 전담조직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지만, 정부 대응은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2011년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제정한 뒤 이듬해 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ㆍ법무부ㆍ경찰청ㆍ과학기술정보통신부ㆍ방송통신위원회 등 7개 기관이 참여하는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방지대책협의회’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협의회는 올해까지 현장회의 10번과 서면회의 7번에 그쳤다.

또한 금융위는 신·변종 수법이 나타났을 때 경찰청·금융감독원과 함께 합동경보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관계 부처 간 공조로 경보가 발령된 것은 10년간 2차례뿐이었다. 협의체를 이끄는 금융위의 경우 보이스피싱 전담 인력과 관련 예산은 아예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보이스피싱 피해액.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보이스피싱 피해액.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경찰청이나 국수본에 컨트롤타워 둬야”

서준배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는 보이스피싱 컨트롤타워를 금융위와 금감원에 뒀는데 피해를 금융에만 국한해서 해석하려는 것”이라며 “경찰청이나 국가수사본부에 컨트롤타워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원장은 장관급이고 경찰청장은 차관급이어서 경찰에서 차단 요청이나 협조 요청을 해도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전문성이 높은 금융위나 금감원에 수사 권한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도 “영국은 사기전문분석국을 두고 50가지로 사기를 세분화시켜놨다”며 “컨트롤타워를 경찰청으로 하면서 우리도 사기정보국(가칭)을 두고 보이스피싱을 포함한 사기 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동수 의원은 “점점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가해자들로부터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범정부협의체가 아니라 상설전담조직을 통해 피싱 사기 대응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특히 피싱 사기 상설전담조직 출범과 대면편취와 같은 신·변종 금융사기에 대한 피해금 환급이 가능하도록 10년 전 제정된 통신사기환급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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