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가 두 차례 승강 PO를 치른 끝에 극적으로 K리그(1부)에 잔류했다. 2차전 전반 30분 3-1로 앞서가는 추가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는 한국영의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12/13/067e39d2-09d4-4678-86d2-6e06319c6579.jpg)
강원FC가 두 차례 승강 PO를 치른 끝에 극적으로 K리그(1부)에 잔류했다. 2차전 전반 30분 3-1로 앞서가는 추가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는 한국영의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강원FC가 ‘독수리’ 최용수(48) 감독과 함께 극적으로 1부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강원은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홈 2차전에서 K리그2(2부) 대전하나시티즌에 4-1 역전승을 거뒀다. K리그1 11위로 승강 PO를 치렀던 강원은 지난 8일 원정 1차전에서 0-1로 패해 5년 만에 강등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강원은 1·2차전 합계 4-2를 기록, 내년에도 K리그1에서 뛰게 됐다. 8차례 PO에서 1차전 패배 팀이 2차전을 이기고 최종 승자가 된 첫 사례다.
강원은 전반 16분 만에 이종현에게 30m짜리 중거리 골을 얻어맞았다. 승격이 물 건너가나 싶었다. 하지만 마법 같은 ‘4분’이 펼쳐졌다. 강원은 전반 26분부터 4분 동안 무려 3골을 몰아쳤다. 최 감독 선수 시절 별명 ‘독수리’처럼 강원 선수들은 문전을 향해 매섭게 돌진했다.
대전 이지솔의 자책골에 이어 1분 뒤 임채민의 헤딩골로 2-1을 만들었다. 이대로 끝났다면 1·2차전 합계 2-2에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대전이 승격하는 거였다.
강원은 전반 30분 강원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이 골망을 흔들어 3-1을 만들었다. 한국영은 맹렬하게 돌파한 뒤 침착한 오른발 슛으로 대전 골망을 갈랐다. 최 감독 특유의 스리백으로 대전의 파상 공세를 막아낸 강원은 후반 47분 황문기가 쐐기 포까지 터트렸다.
![최용수 감독은 “피가 말랐다. 다시는 이런 경기를 하고 싶지 않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뉴시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12/13/30f5c971-b0ac-4e18-9186-3da2dc8a35da.jpg)
최용수 감독은 “피가 말랐다. 다시는 이런 경기를 하고 싶지 않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뉴시스]
지난달 강원이 강등 위기에 빠지자 이영표 강원 대표이사는 ‘2002 한일월드컵 동료’였던 최용수 감독에게 SOS를 쳤다. 이때까지 강원 감독은 ‘독이 든 성배’나 다름없었다.
승부사 최 감독은 기꺼이 잔을 집어 들었다. 지난달 16일 강원 소방수를 맡은 그는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팀을 재정비했다. 최 감독은 데뷔전이었던 정규리그 FC서울전에서 수비축구로 0-0 무승부를 기록, 리그 11위를 확정하며 승강 PO로 향했다. PO 1차전에서 패했지만 2차전에서 공격 축구로 승부를 뒤집었다. 최 감독은 2018년 10월 강등 위기의 FC서울을 맡아 1부리그에 잔류시킨 바 있는데, 또다시 강원을 1부에 남겼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최 감독은 “축구에서 압도적인 경기는 있을 수 없다. 마사가 ‘압도적인 경기를 하겠다’고 말한 건 실수였다”라고 지적했다. “승격에 인생을 걸었다”던 일본 선수 마사(대전)는 PO 1차전 후 “무승부만 해도 승리할 수 있지만, 꼭 압도적으로 이기겠다”고 말해 강원과 최 감독을 자극한 바 있다.
최 감독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던 사실도 고백했다. 그는 “사실 2018년(서울 감독 시절 승강 PO)과 다르게 심적으로 쫓기는 분위기였다. 승강 PO를 두 번 치러보니 피가 말린다. 다시는 이런 경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고백했다.
전반 30분 강원의 잔류를 결정하는 골을 뽑아낸 한국영은 “마사가 인생을 걸고 승격하겠다고 했는데, 나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축구 인생을 걸겠다고 말했다. 인생이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들으면 화낼지도 모르는데, 오늘은 저도 주연이 되고 싶었다”며 “강원이라는 팀이 K리그2에서 뛰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간절함이 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영은 발목 인대 부상을 참고 뛰었다. 2015년 시즌을 마치고 2부로 떨어졌던 강등됐던 대전은 7년 만에 1부 승격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한편 이날 후반전에 경기장 볼 보이가 대전에 공을 천천히 전달한 장면이 이슈가 됐다. 대전 팬들이 이에 항의하며 물병을 던졌고, 이민성 대전 감독이 격렬하게 항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