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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6개 주 휩쓴 ‘괴물 토네이도’…“사망자 100명 넘을 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11일(현지시간) 미국 중서부와 남동부를 강타한 초대형 토네이도로 초토화된 켄터키주 메이필드시. 메이필드시는 소방서·경찰서·법원 등 관공서가 파괴되면서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캐시 오넌 메이필드 시장은 “치명적인 폭풍우가 시를 성냥개비(더미)처럼 만들었다”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미국 중서부와 남동부를 강타한 초대형 토네이도로 초토화된 켄터키주 메이필드시. 메이필드시는 소방서·경찰서·법원 등 관공서가 파괴되면서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캐시 오넌 메이필드 시장은 “치명적인 폭풍우가 시를 성냥개비(더미)처럼 만들었다”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미국 중서부와 남동부를 강타한 초대형 토네이도가 켄터키 등 6개 주를 관통하며 최소 88명의 사망자와 수십 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로이터통신·CNN 등이 12일 보도했다. 무너진 건물에 깔린 사람도 많아 사망자는 100명을 웃돌 전망이다.

미 국립기상청의 폭풍예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0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36개의 크고 작은 토네이도가 켄터키·아칸소·테네시·일리노이·미주리·미시시피 등 중·남부 지역을 휩쓸고 지나갔다. 가장 피해가 컸던 켄터키주에서만 350㎞ 이상을 횡단한 ‘괴물 토네이도’는 가옥 수 백채와 관공서·공장 등을 초토화하며 다수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앤드루 베시어 켄터키주지사(민주당)는 11일 기자회견에서 “사망자 수는 최소 70명으로 오늘이 가기 전 100명을 넘길 수 있다”며 “이번 폐해는 주 역사상 최악으로, 내 생전에 처음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약 1만 명의 켄터키 메이필드시에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24시간 가동 중이던 양초 공장이 무너지며 인명 피해를 키웠다. 사고가 일어난 10일 오후 9시 30분쯤 110명의 근로자가 공장 안에 머물고 있었으며, 현재까지 40명이 구조됐다. 무너진 잔해의 1.5m 아래 약 2시간 가량 갇혀 있다가 구조된 케냐 파슨스 페레즈는 CNN에 “귀에서 펑 소리가 날 정도의 바람이 불었고, 갑자기 공장 건물이 앞뒤로 흔들리더니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우리에게 떨어져 내렸다”고 증언했다. 그는 건물에 갇혀있는 동안 911에 연결되지 않아 페이스북 생중계로 “제발 살려달라”는 영상을 올렸다. 나머지 근로자들은 대부분 철골 구조물과 차량, 화학물질 등에 매몰돼 “생존자가 나오면 기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메이필드시는 소방서·경찰서·법원 등 관공서가 파괴되면서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 양조장 제조시설은 폭탄을 맞은 듯 건물 한쪽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캐시 오넌 메이필드 시장은 “치명적인 폭풍우가 시를 성냥개비(더미)처럼 만들었다”고 말했다. 켄터키주는 피해 복구를 위해 189명의 주방위군을 투입했다.

일리노이주 북동부 에드워즈빌에서는 아마존 물류센터 창고가 무너져 최소 6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트럭이 전복되고 열차가 탈선하기도 했다. 강한 비바람이 송전선을 끊으면서 켄터키주 9만9000명, 테네시주 7만1000명 등 7개 주에 걸친 30만 명이 전기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강력 토네이도는 겨울엔 보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빅터 겐시니 노던일리노이대 대기과학 교수는 “겨울철 비정상적으로 높은 온도·습도로 인해 극단적 이상 기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번 폭풍우는 세대(30년 주기)를 넘어선 역사적 사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1일 “이번 일은 분명히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의 결과일 수 있다”며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토네이도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켄터키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통해 구호 물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20세기 이후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토네이도는 695명의 생명을 앗아간 1925년 미주리·일리노이 등의 토네이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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