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기·배춧잎 투표지가 부정선거 증거?…선관위 "확대해석 말라"

중앙일보

입력 2021.12.12 17:37

업데이트 2021.12.12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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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해 4.15 총선 직후 투표용지를 흔들며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있는 민경욱 전 의원. 연합뉴스

지난해 4.15 총선 직후 투표용지를 흔들며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있는 민경욱 전 의원. 연합뉴스

대법원 3부(재판장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달 1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4·15 총선 개표참관인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해 총선 당일 경기도 구리선거관리위원회가 체육관에 별도로 보관 중이던 가방에서 잔여 투표용지 중 6장을 꺼내 민경욱 전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넘긴 혐의로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이 판결문에서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찰과 A씨 양측 상고를 모두 기각함에 따라 4·15 부정선거 주장의 단초가 된 투표지 탈취 사건은 선거 1년 8개월만에 A씨 유죄로 마무리됐다. 앞서 지난 6월 서울고법은 A씨에 대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정치적 이유로 사실을 허위로 작출하는 것에 대한 자유까지 포함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4·15 총선 관련 의혹과 선관위 해명.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4·15 총선 관련 의혹과 선관위 해명.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럼에도 정치권에선 4·15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일각의 목소리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4·15 부정선거 국민투쟁본부 등 일부 단체들은 지난 4일에 이어 11일에도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 규탄 집회 및 행진을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미 A씨 사건 1심 때 재판부가 ‘투표용지 6장이 아니라 선거의 공정성, 그리고 그것으로 뒷받침돼야 할 공권력에 대한 신뢰, 자유민주주의 제도 그 자체를 탈취했다’고 판단했는데도 의혹은 날로 더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단체들의 부정선거 의혹 주장을 하나씩 짚어보면 단순한 ‘휴먼 에러(작업자 과오)’의 확대 해석이라는 게 중앙선관위 측 설명이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일장기 투표지 ▶배춧잎 투표지 ▶인구수보다 많은 투표자 수 ▶빳빳한 투표지 ▶좌우 여백 비대칭 투표지 ▶자석 투표지 등 지금까지 제기된 주요 의혹 대부분이 투표관리관 및 사무원의 부주의·실수의 결과였다고 한다.

‘일장기 투표지’라는 말은 투표관리관 도장이 뭉개져 색이 꽉 찬 빨간 원으로 보인다는 뜻으로 생겼다. “투표관리관 도장이 뭉개진 투표지는 아무도 보지 못했다. 그러니까 가짜 투표지”라는 게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는 측의 논리다. 지난 6월 4·15 총선 인천 연수구을 (사전)투표용지 수작업 재검표 때 대법원이 뭉개진 도장 투표지 일부를 기존과 달리 판단해 279표의 오차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4ㆍ15 총선에서 최윤희(오산) 후보가 선관위 상대로 낸 선거무효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검증기일인 2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법원종합청사에서 검표원들이 증거보전 해 놓은 투표함에 대한 검표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4ㆍ15 총선에서 최윤희(오산) 후보가 선관위 상대로 낸 선거무효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검증기일인 2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법원종합청사에서 검표원들이 증거보전 해 놓은 투표함에 대한 검표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선관위는 “투표관리관 도장을 잉크 충전식 만년인(자동스탬프 기능)으로 제작·사용했으나 불량으로 잉크가 과다 분출되거나, 만년인을 스탬프에 찍어 사용한 경우 뭉개지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앞서 대법 재검표 당시에도 선관위는 “투표관리인 도장이 식별 불가능하게 찍혔더라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유권자의 의사가 명확하면 유효표로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배춧잎 투표지’(지역구 투표지와 비례대표 투표지 인쇄가 일부 겹친 사례)의 경우도 투표지 교체 흔적은 전혀 아니라고 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사무원이 선거인에게 투표용지를 빨리 교부하기 위해 지역구투표지가 완전히 배출되지 못한 상태에서 발급기 배출구 쪽에 손을 대고 당기면, 비례대표 투표용지 앞부분이 겹쳐 인쇄되는 경우가 생긴다”고 밝혔다. 당시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26.7%)로 예상보다 유권자가 몰려들어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파주시을 진동면 개표 결과 인구수(159명)보다 투표자수(181명)가 22명 많은 걸 두고 ‘유령표 부정선거’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진동면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한 114명 중에는 인근 다른 읍·면·동에 거주하는 파주시을 선거인이 일부 포함됐다”면서 여기에 당일 투표자 67명을 합친 결과”라고 해명했다. 강원 철원군 근북면,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 등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달 10월 23일 서울 강남역 주변 인도의 모습. '4.15 부정선거 진상 규명' 등의 깃발을 든 노령층이 젊은이들이 사이로 행진하고 있다. 김성탁 기자

지난달 10월 23일 서울 강남역 주변 인도의 모습. '4.15 부정선거 진상 규명' 등의 깃발을 든 노령층이 젊은이들이 사이로 행진하고 있다. 김성탁 기자

‘빳빳한 투표지’나 ‘좌우여백 비대칭 투표지’ 역시 “투표지 인쇄와 개표, 보관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현상으로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부정을 저지르는 건 상식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게 선관위 해명이다. 일각에서는 개표된 투표지 여러 장에 접착제(본드)가 붙은 걸 ‘자석 투표지’라고 부르지만 선관위 측은 “개표 때 쓰는 집계전(후보별 득표수 정리 용지) 다발 상단 접착제가 떨어져 나와 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대선과 지방선거 등 굵직한 전국단위 선거가 예정돼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부정선거 의혹이 명확히 해소된 가운데 양대 선거가 국민적 신뢰 속에 치러질 수 있도록 재검표를 포함한 재판 진행이 신속·정확하게 마무리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중앙일보·중앙선관위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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