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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소비자물가 39년 만에 최고…"인플레 파이터, 긴축 빨라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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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의 향후 1년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이 6월 4.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수퍼에서 고기를 사고 있는 미 소비자들. [AFP=연합뉴스]

미국의 향후 1년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이 6월 4.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수퍼에서 고기를 사고 있는 미 소비자들. [AFP=연합뉴스]

물가의 폭주에 '인플레 파이터'가 본색을 드러낼 시간이 빨라지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가 3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긴축 압력이 커지고 있어서다.

미 노동부는 지난 10일(현지시간)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6.8% 상승했다고 밝혔다. 1982년 6월(7.1%) 이후 39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다우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시장이 집계한 예상치(6.7%)를 웃돌았다. 지난 5월(6.0%) 이후 7개월 연속 6%대 오름세를 이어갔다.

물가 오름세는 전방위적이다. 반도체 수급 문제를 겪는 자동차 가격뿐만 아니라 에너지와 음식료 가격까지 모두 올랐다. 중고차 가격(31.4%)이 물가 상승을 이끌었고, 신차 가격(11.1%)도 월 기준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변화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변화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자동차 가격이 불을 지핀 물가에 기름을 부은 건 에너지와 음식료 가격이다. 에너지 가격은 1년 전보다 33.3% 올랐다. 휘발윳값은 무려 58.1%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음식료품(6.1%)과 패스트푸드(7.9%)도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미 노동부는 “음식과 에너지 가격의 연간 상승 폭은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도 들썩이고 있다. 11월 근원 CPI는 1년 전보다 4.6% 오르며, 상승 폭으로는 1991년 8월(4.6%)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다.

랜디 프레드릭 찰스슈왑 파상상품 거래담당 상무이사는 “전염병 확산의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라며 “공급망 병목현상과 반도체 수급 문제에 따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고삐 풀린 물가에 미국 정부는 노심초사다. CPI 수치 발표 하루 전인 지난 9일 백악관이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했을 정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성명에서 “(소비자물가) 보고서 작성을 위해 자료가 수집된 뒤 에너지 가격이 수 주 동안 하락했다”며 “최근 몇 주간 도매시장의 중고차 가격도 내려갔으며, 앞으로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11월 CPI에는 최근 발생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 오미크론의 등장 이후 주저앉고 있는 국제유가도 11월 CPI는 담기지 않았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1.67달러로, 지난 10월 말의 최고가(배럴당 84.65달러)보다 크게 내려갔다.

제롬 파월 Fed 의장

제롬 파월 Fed 의장

물가 오름세에 대한 백악관의 진화 시도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며 '인플레 파이터'인 Fed의 금리 인상 시간표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분위기는 만들어지고 있다. 그동안 물가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해왔던 제롬 파월 의장이 지난달 30일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은 만큼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란 말을 버릴 좋은 시기"라고 밝혔다.

일단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오는 14~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속화를 선언하는 것이다. 파월이 기준금리 인상에 관한 강력한 발언이나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테이퍼링이 조기 종료되면 기준금리 인상 시점도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

이미 시장은 금리 인상 스케줄을 당겨 잡고 있다. 지난 10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에 따르면 Fed가 내년 6월에 금리를 인상할 확률은 80.9%였다. 한 달 전 '내년 6월 금리 인상' 예상(64.2%)보다 16.7%포인트 오르며, 내년 9월 금리 인상 확률(93.3%)과도 격차가 좁혀졌다. CME그룹은 연방기금(FF)의 선물 가격을 바탕으로 통화정책 변경 확률을 계산한다.

살 과티에리 BMO캐피탈마켓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11월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뜨거웠고, 최근 40년 동안 가장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며 “Fed는 테이퍼링 속도를 가속하고 당초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을 준비하는 것 이외에는 선택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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