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파격의 '뉴삼성'에 숨은 이재용 미래 구상…핵심은 'X'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방문을 마치고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방문을 마치고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조직 개편을 통해 ‘고객 경험’을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주요 사업부문 부문의 명칭에 경험(eXperience)을 뜻하는 영어 단어에서 가져온 ‘엑스(X)’를 넣었다. 기존 대표이사 3인을 모두 교체하고, 가전·모바일 부문을 통합한 지난 7일 사장단 인사에 이은 또 한 번의 파격이다.

모바일→MX, 세트→DX로 ‘개명’ 

삼성전자는 12일 가전과 모바일 사업부를 통합한 세트 부문의 명칭을 ‘DX(Device eXperience·디바이스 경험) 부문’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지난 10일에는 무선사업부의 명칭을 ‘MX(Mobile eXperience·모바일 경험)사업부’로 바꿨다. 26년 만에 부서명 변경인데, 역시 X가 들어갔다. 이에 따라 DX 부문은 MX와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의료기기·네트워크 사업부 등으로 구성된다.

이번 조직 개편에서 ‘CX·MDE 센터’도 새로 만들었다. CX(Customer eXperience)는 고객 경험을, MDE(Multi Device eXperience)는 다양한 기기에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을 연결해 창출하는 차별화한 경험을 뜻한다.

삼성전자 주요 조직 이렇게 달라졌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삼성전자 주요 조직 이렇게 달라졌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부서명은 단순한 호칭을 떠나 사업의 지향성을 보여준다. 새로운 사업부 명칭에서 고객 경험을 가장 중요시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미래 구상을 가늠할 수 있다. 삼성전자 측은 “TV·가전·스마트폰·통신장비 등 다양한 제품과 고객 니즈를 반영해 소비자에게 최적화한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며 “또 조직 간 경계를 뛰어넘는 전사 차원의 시너지 창출을 이루겠다는 전략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인사 쇄신 이은 이재용식 혁신방안  

또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미국 출장 귀국길에 언급한 ‘냉혹한 현실’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 방안이기도 하다. 이번 부서명 변경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후 보여준 청년 고용·투자 확대, 코로나19 백신 확보, 미국 반도체 투자 결정, 인사 쇄신 등으로 이어지는 ‘뉴삼성’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변화로 풀이된다. 실제로 MX와 DX로의 명칭 변경 작업은 몇 달 전부터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모델이 지난 11월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1 국제 IoT·가전·로봇 박람회’에 마련된 삼성전자 스마트홈 부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모델이 지난 11월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1 국제 IoT·가전·로봇 박람회’에 마련된 삼성전자 스마트홈 부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기기 아울러 최적화한 경험 선사”

고객 경험 또는 사용자 경험은 소비자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느끼는 총체적 경험을 의미한다. 경영계에서는 새로운 용어는 아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많은 기업이 오래전부터 기기의 품질만큼 소비자가 어떻게 하면 기기와 서비스를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 시점에서 고객 경험을 새로운 지향점으로 제시한 것이 이 부회장이 강조해온 미래사업과 관련 있다고 해석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향후 3년간 시스템 반도체와 바이오·6세대(6G) 이동통신·AI·로봇 등에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018년에는 AI와 5G·전장부품 등을 미래사업으로 선정해 18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AI와 전장 등은 사용자 경험이 중요한 대표적인 사업”이라며 “최근 사용자 경험이 부각하면서 이 부회장도 이에 대한 관심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사업 경쟁력 위한 포석” 해석도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한종희 당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장과 이재승 소비자가전(CE) 사장, 노태문 무선사업 사장 등 서로 다른 사업을 총괄하는 수장들이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MDE 실현 방안을 고민했다고 한다. 실제로 갤럭시Z 플립3에 맞춤가전 브랜드인 비스포크를 접목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조리기인 비스포크 큐커의 조리값을 자동 설정하는 등의 시도가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기술은 인류와 지구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가치를 담은 ‘미래를 위한 동행(Together for Tomorrow)’를 주제로 내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2'의 키노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기술은 인류와 지구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가치를 담은 ‘미래를 위한 동행(Together for Tomorrow)’를 주제로 내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2'의 키노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도 고객 경험을 우선시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한종희 부회장은 MDE 미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 부회장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인 CES 2022에서 MDE 등과 관련한 삼성의 혁신 전략을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에 대해서도 사업부문 및 전자 계열사 간 업무 조율·조정, 미래먹거리 발굴 등으로 시너지 창출 효과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로봇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기존 CE 사장 직속으로 운영하던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정식 부서인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선보인 돌봄 로봇 ‘삼성봇 케어’, 가정용 로봇 ‘삼성봇 핸디’, 서빙 로봇인 ‘삼성봇 서빙’ 등을 양산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