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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성냥개비 됐다…美6개주 초토화시킨 '괴물 토네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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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새 초강력 토네이도가 휩쓸고 지나간 미국 켄터키주 메이필드시의 11일(현지시간) 모습. [EPA=연합뉴스]

주말새 초강력 토네이도가 휩쓸고 지나간 미국 켄터키주 메이필드시의 11일(현지시간) 모습. [EPA=연합뉴스]

미국 중서부와 남동부에서 주말 새 발생한 초대형 토네이도가 켄터키 등 6개주를 관통하며 최소 88명의 사망자와 수십 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로이터통신·미 CNN 방송 등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토네이도 미국 강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토네이도 미국 강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미 국립기상청의 폭풍예보센터에 따르면 10일 자정 무렵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36개의 크고 작은 토네이도가 켄터키·아칸소·테네시·일리노이·미주리·미시시피 등 중부 지역을 휩쓸고 지나갔다. 가장 피해가 컸던 켄터키주에서만 227마일(약 365.3㎞)을 횡단한 ‘괴물 토네이도’는 가옥 수 백채와 관공서ㆍ공장 등을 초토화 시키며 다수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앤드루 베시어 켄터키주지사(민주당)는 11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사망자 수는 최소 70명으로 오늘이 가기 전 100명을 넘길 수 있다”며 “이번 폐해는 주 역사상 최악으로, 내 생전에 처음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켄터키 메이필드시에서 10일(현지시간) 발생한 토네이도로 초토화된 양초공장의 위성사진(아래). 위 사진은 토네이도 발생 전의 모습이다. 이번 사고로 최소 70명이 공장 잔해에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켄터키 메이필드시에서 10일(현지시간) 발생한 토네이도로 초토화된 양초공장의 위성사진(아래). 위 사진은 토네이도 발생 전의 모습이다. 이번 사고로 최소 70명이 공장 잔해에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구 약 1만 명의 켄터키 메이필드시에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24시간 가동 중이던 양초 공장이 무너지며 인명 피해를 키웠다. 사고가 일어난 오후 9시 30분쯤 110명의 근로자가 공장 안에 머물고 있었으며, 현재까지 40명이 구조됐다.

무너진 잔해의 1.5m 아래 약 2시간 가량 갇혀 있다가 구조된 케냐 파슨스 페레즈는 CNN에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극도의 공포를 느꼈다”며 “귀에서 펑소리가 날 정도의 바람이 불었고, 갑자기 공장 건물이 앞뒤로 흔들리더니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우리에게 떨어져 내렸다”고 증언했다. 그는 건물에 갇혀있는 동안 911에 연결이 되지 않자 페이스북 생중계로 “제발 살려달라”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나머지 근로자들은 대부분 철골 구조물과 차량, 화학물질 등에 매몰 돼 “생존자가 나오면 기적”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구조 책임자인 제러미 크림슨은 AP통신에 “우리는 생존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사망자들 위로 기어가야 했다”고 말했다.

미국 일리노이주의 에드워즈빌에서 10일(현지시간) 아마존의 물류센터가 토네이도에 피해를 입어 최소 6명의 근로자가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일리노이주의 에드워즈빌에서 10일(현지시간) 아마존의 물류센터가 토네이도에 피해를 입어 최소 6명의 근로자가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메이필드시는 소방서ㆍ경찰서ㆍ법원 등 관공서가 파괴되면서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 양조장 제조시설은 폭탄을 맞은 듯 건물 한쪽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캐시 오넌 시장은 “치명적인 폭풍우가 시를 성냥개비처럼 만들었다”고 말했다. 켄터키주는 피해 복구를 위해 189명의 주방위군을 투입했다.

일리노이주 북동부 에드워즈빌에서는 아마존의 물류센터 창고가 무너져 내리며 최소 6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에드워즈빌의 마이클 필백 경찰서장은 “약 50명이 건물 안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일리노이 서부 유통 허브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센터는 40만 평방피트(약 1만 1200평)에 달하는 크기로, 축구장 한 개 규모의 벽과 지붕이 무너져 내렸다.

아칸소주는 대형 요양원에 토네이도가 덮쳐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곳은 90개 병상이 있는 곳이어서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 미주리주는 자택에 머물던 어린이를 포함한 최소 3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며, 테네시주에서도 최소 4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켄터키 메이필드시에서 11일(현지시간) 가옥들이 토네이도로 완파된 가운데 시민들이 차량으로 대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켄터키 메이필드시에서 11일(현지시간) 가옥들이 토네이도로 완파된 가운데 시민들이 차량으로 대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밖에 고속도로를 달리던 트럭이 전복되고 열차가 탈선하기도 했다. 강한 비바람이 송전선을 끊으면서 켄터키주 9만 9000명, 테네시주 7만 1000명 등 7개주에 걸친 30만 명이 전기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초강력 토네이도는 겨울철 보기 힘든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영화같은 토네이도 상륙 장면을 담은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토네이도는 아칸소 북동부에서 생성 돼 미주리 등을 거쳐 켄터키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빅터 겐시니 노던일리노이대 대기과학 교수는 “겨울철 비정상적으로 높은 온도ㆍ습도로 인해 극단적 이상 기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번 폭풍우는 세대(약 30년 주기)를 넘어선 역사적 사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켄터키 등에서 발생한 토네이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켄터키 등에서 발생한 토네이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일은 분명히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의 결과일 수 있다”며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토네이도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켄터키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통해 구호 물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토네이도 경고 시스템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비극에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재난 현장에 방문할 계획이지만 대통령이 나타나면 의도치 않게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시기를 보겠다고도 언급했다.

AP통신에 따르면 20세기 이후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토네이도는 1925년 미주리ㆍ일리노이 등에서 발생했다. 695명이 사망했다. 2011년 미주리주에서 발생한 토네이도에는 158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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