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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전기·가스요금 동결하나... 정부, 물가상승 목표 2%대 검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관리 목표를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연 2%대로 설정할 전망이다. 내년 상반기 전기ㆍ도시가스 요금을 동결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1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20일께 발표할 경제정책방향에 내년 물가 상승률 관리 목표치를 기존 1.4%에서 상당폭 올려 2.0% 이상으로 제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국은행이 물가안정 목표를 2.0%로 제시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이 이상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2017년 1.9%가 최고치였다.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는 올해 9월까지 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다 10월에는 3.2%, 11월에는 2011년 12월 이후 최고치인 3.7%까지 뛰어오르는 등 최근 물가 상황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개인서비스 가격 등이 오르면서 상승세를 탄 물가 상황을 정부가 그만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하는 물가 상승률 목표치는 다른 기관에서 내놓는 것처럼 단순한 전망치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 의지까지 고려해 내놓는 수치라는 점에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에서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2.0% 이상으로 제시한다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는 신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밥상 물가’ 상승률 OECD 5번째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경제협력개발기구]

‘밥상 물가’ 상승률 OECD 5번째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경제협력개발기구]

다만 정부는 내년 물가 흐름이 ‘상고하저(上高下低)’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의 물가 오름세는 당분간 이어져 내년 초반에도 물가 상승률이 2∼3%대를 넘나들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공급망 차질 문제가 점차 풀리고, 올해 연말로 갈수록 높아진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저효과도 작용하면 하반기에는 물가 오름폭이 다소 축소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내년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을 비롯한 각종 정책을 통해 물가 안정 ‘총력전’을 벌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우선 내년 상반기 전기ㆍ도시가스 요금을 동결하는 것을 검토한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한국전력ㆍ한국가스공사 등 공공기관의 적자가 누적돼 있지만,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공공요금 인상 불가 방침을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하철ㆍ시내버스ㆍ택시 등 대중교통 요금과 상하수도 요금, 종량제 봉투 요금 등 지방 공공요금도 인상을 최대한 억누르겠다는 방침이다.

내년 물가 흐름, ‘상고하저(上高下低)’

전기와 도시가스 같은 공공요금은 다양한 상품ㆍ서비스의 원재료라는 점에서 다른 제품 가격 인상의 도화선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최근 수요 측면의 압력까지 커지고 있어 많은 기업이 연초에 상품ㆍ서비스의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정부가 사실상 유일하게 통제 권한을 가진 공공요금 인상을 용인할 경우 물가 상승세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심 악화를 우려한 측면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정부는 예년보다 3주가량을 앞당겨 이번 주부터 설 명절 물가 선제관리 등에 들어갈 방침이다. ‘설 성수품 수급안정대책반’을 가동해 배추ㆍ무ㆍ사과ㆍ쇠고기ㆍ돼지고기ㆍ쌀 등 17가지를 중점관리품목으로 지정해 관리한다. 계란은 내년에도 수입이 지속될 수 있도록 6개월간 월 1억개 물량에 대해 기본관세율이 0%를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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