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연소득 대비 부채비율 첫 200% 넘었다…OECD 6위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12.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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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 가계의 '순가처분소득(net disposable income) 대비 부채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20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 금리가 오름세를 타고 있어 사상 최대로 늘어난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가계의 '순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00.7%를 기록했다. 평균적으로 가계가 짊어진 빚 규모가 1년간 소비ㆍ저축을 위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보다 2배 이상 많다는 얘기다. 이는 전년 대비 12.5%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증가 폭이 가장 크다.

한국과 미국의 ‘순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과 미국의 ‘순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의 증가세는 다른 국가에 비해 유독 가파르다. 2008년만 해도 한국은 138.5%로 OECD 주요 36개국 가운데 13위였다. 14위인 미국(137.9%)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12년 새 62.2%포인트나 급등해 이젠 OECD 주요국 가운데 6번째로 높다. 미국의 순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4.6%(2019년 기준)로 크게 낮아진 것과 대비된다. OECD 국가 가운데 한국보다 이 비율이 높은 국가는 소득과 복지 수준이 한국보다 나은 덴마크ㆍ노르웨이ㆍ네덜란드ㆍ스위스 등 북유럽 국가와 호주다.

이처럼 가계부채비율이 크게 오른 것은 분모인 소득보다 분자인 부채가 더 많이 늘어서다. 금융 당국의 대출 억제에도 불구하고 국내 가계대출은 올해만 3분기까지 112조 7000억원이 늘면서 사상 최대(3분기 기준 1744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올해 기준 가계부채 비율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으로는 집값 급등이 첫손에 꼽힌다. 집값이 오르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아파트를 사고, 전·월세 가격까지 덩달아 오르자 세입자들은 빚을 더 내야 했다. 주식과 가상화폐 열풍에 편승해 ‘빚투’(빚내서 투자)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길어지면서 생활고에 시달려 신용대출에 의지한 서민과 자영업자가 많아진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OECD 주요국 ‘순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OECD 주요국 ‘순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걱정은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이어질 후폭풍이다. 올해 하반기에만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린 한은은 내년에도 기준금리를 두세 번 추가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시중 금리가 올라가면 부채를 안고 있는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은은 지난 9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경우 가계 이자 부담이 약 5조8000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가장 우려되는 이들은 다중채무자(금융회사 3곳 이상 대출자)와 저신용ㆍ저소득 계층,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 이상 대출자다. '취약차주'로 분류되는 이들은 채무상환부담이 큰 데다, 변동금리 대출 보유 비중이 높아 늘어나는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 한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금리 상승 시기(2016년 4분기~2019년 1분기)를 분석했을 때 이 기간 취약차주 연체율은 6.4%에서 8.4%로 2.0%포인트 상승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한계상황에 몰린 자영업자ㆍ소상공인 대출도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 소상공인 금융 지원 대출 부실 비율은 지난해 말 0.22%에서 올해 상반기 1.32%로 무려 6배 급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기대만큼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이들 부채의 부실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가 오면서 가계부채 부실 확대와 자산 버블 붕괴가 동시에 나타나게 된다면 금융 시스템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며 “차기 정부에서 가계부채 문제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잠재부실을 관리하며 부채를 줄이되, 서민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지속하는 식으로 가계부채 연착륙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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