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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명품, 1번만 산 사람 없다" 10년 전부터 뛰어든 이 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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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최근 패션과 전자 상거래 업계를 통틀어 가장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분야는 명품 플랫폼이다. 온라인에서 명품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머스트잇·트렌비·발란·캐치패션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김혜수·주지훈·김희애 등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을 기용해 TV 광고를 내보내는 등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2011년 비교적 빠르게 명품 이커머스에 뛰어든 머스트잇 조용민(36) 대표를 만났다.

머스트잇 조용민 대표가 8일 서울 압구정동 머스트잇 쇼룸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했다. 우상조 기자

머스트잇 조용민 대표가 8일 서울 압구정동 머스트잇 쇼룸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했다. 우상조 기자

코로나에 온라인 명품 고속 성장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명품은 백화점이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비싼 제품인 만큼 눈으로 확인하고 사야 하는 대표적 제품군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엄지손가락으로 모든 것을 쇼핑하는 시대, 언제까지 명품만 예외일 순 없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비대면 쇼핑의 폭발적인 성장에 불을 붙였다. 이제는 오히려 “명품을 왜 굳이 백화점에서 사?”라고 되묻는 시대가 됐다.

머스트잇 조용민 대표 인터뷰

머스트잇은 이런 명품 플랫폼 중에서도 업력이 길다. 조용민 대표는 “처음 시작할 때 경쟁했던 많은 업체가 사라졌다”며 “당시엔 종합몰에서 명품도 파는 경우가 많았지만 오히려 명품이기 때문에 전문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명품은 유통구조도 특수하고 사려는 사람들의 소비 심리도 다르다. 머스트잇은 병행 수입 업체들이 플랫폼에 입점해 물건을 판매하는 오픈마켓을 지향한다. 조 대표는 “직접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게 아니라 판매자와 구매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형태는 다양한 상품을 확보할 수 있어 규모를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많은 명품 플랫폼들이 구매 대행이나 직구, 가격 비교 등 다양한 사업 모델로 시작하다가 결국 오픈마켓 형태로 움직이는 이유다.

11최최근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은 톱스타를 기용한 광고를 경쟁적으로 내보내는 등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다. 사진 머스트잇

11최최근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은 톱스타를 기용한 광고를 경쟁적으로 내보내는 등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다. 사진 머스트잇

조 대표는 “언제나 경쟁은 치열했지만 최근 1~2년 사이 명품 이커머스 업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고 했다. 사람들의 관심과 자본이 몰리면서부터다. 그 이유는 “명품 소비 자체가 늘었고, 온라인 명품 구매가 대중화됐기 때문”이다.
머스트잇은 지난해 기준 2500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경쟁이 심해지고 있지만 조 대표는 “규모 늘리기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며 “사용자 환경을 최적화하고 고객 정보 보호 등 안전한 쇼핑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젊은 세대만? 50대 구매 두드러져

온라인 명품 시장은 꾸준히 확대 중이다. 시장 조사 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은 1조 5957억원을 돌파했다. 전체 명품 시장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올해는 전체 명품 시장이 지난해보다 4.6% 성장한 15조8800억원을 기록한 만큼 온라인 규모도 더 커졌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성장률의 배경에는 흔히 MZ(밀레니얼·Z세대)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조용민 대표는 “오히려 최근엔 40~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의 온라인 패션 소비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연령에 상관없이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나 소셜미디어가 늘어나다 보니 명품 브랜드가 자주 노출됐고, 자연스레 명품이 친밀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비 인식 변화도 한몫했다. 예전에는 저렴한 제품을 많이 사는 것이 합리적 소비였지만, 지금은 “이왕 사는 것 좋은 것으로 하나만 사자”가 됐다. 대신 명품에도 ‘가성비’를 따지다 보니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명품을 사려는 수요가 플랫폼으로 몰렸다. 조 대표는 “해외는 ‘파페치’등 시가총액 14조원이 넘는 대형 플랫폼들이 즐비하다”며 “국내 명품 플랫폼들도 충분히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11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11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명품시장 과열? 앞으로 더 커질 것”

6일 머스트잇은 서울 압구정 사옥 1층에 오프라인 쇼룸을 오픈했다. 온라인 플랫폼이면서 오프라인에 진출한 이유는 뭘까. 조용민 대표는 “앞으로도 온라인 명품 시장의 비중은 커지겠지만, 온라인 명품 구매에도 여전히 불편함은 존재한다”며 “물리적 공간에서 입어보면서 불편을 줄이고 제품 실물을 보여주면서 신뢰도를 높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온라인만 고집할 게 아니라 고객이 필요하다고 하면 오프라인에 진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매장 확대 가능성도 시사했다.

머스트잇의 압구정동 오프라인 쇼룸. 온라인 쇼핑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공간이자, 신뢰도를 쌓기 위한 공간으로 설계됐다. 사진 머스트잇

머스트잇의 압구정동 오프라인 쇼룸. 온라인 쇼핑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공간이자, 신뢰도를 쌓기 위한 공간으로 설계됐다. 사진 머스트잇

위협 요인도 있다. 온라인 명품 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품절, 배송지연, 그리고 위조 상품이다. 조용민 대표는 “세 가지 위협 요인(리스크)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고도화된 시스템을 제안하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특히 위조 상품에 대한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 머스트잇은 ‘짝퉁’상품에 대해 정면으로 돌파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조 대표는 “가품 문제를 은폐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드러내 해결하기 위한 의지를 보여주는 게 더 진정성 있다”고 했다. 머스트잇은 가품이 나올 경우 2배 보상을 해준다. 사전 통제도 엄격하다. 병행 수입 업체의 입점 신청을 받을 때 사전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내부에 가품 모니터링 팀을 두고 있다.

최근 '오픈런(미리 줄 서있다가 오픈 시간에 뛰어 들어가는 것)' 등 오프라인 명품 매장의 불편함을 토로하는 고객들도 많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은 불편해진 오프라인 명품 소비의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을 내 놓고 있다. 사진 머스트잇

최근 '오픈런(미리 줄 서있다가 오픈 시간에 뛰어 들어가는 것)' 등 오프라인 명품 매장의 불편함을 토로하는 고객들도 많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은 불편해진 오프라인 명품 소비의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을 내 놓고 있다. 사진 머스트잇

위협 요인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온라인 명품 시장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엔 오픈런(매장문이 열리자마자 뛰어가 제품을 사는 현상)을 해야 하는 등 백화점 매장조차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은 이런 틈새를 영리하게 노리고 있다. 조 대표는 “온라인에서 명품을 안 산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산 사람은 없다”며 “저렴한 데다 실제 구매해보니 편리하고 만족스럽다면 명품도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최근 들어 과열 양상을 보이는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의 경쟁에 대해선 “서비스나 기술적 측면으로 경쟁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광고나 마케팅을 통해 외형적 성장에 집착하는 흐름은 우려스럽다”며 “온라인 소비자들은 언제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만큼 구매 환경을 좋게 만든다는 본질적 경쟁력을 잊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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