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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320㎞로 나는 청소부…사체 뜯는 독수리가 대머리 된 사연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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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 내셔널팀장의 픽: 국내 첫 초음속 비행기 '골든 이글'

2006년 5월 5일 경기도 수원비행장. 어린이날을 맞아 에어쇼를 하던 공군 ‘블랙 이글스(Black Eagles)’ 소속 전투기 1대가 요동을 칩니다. 고난도인 ‘나이프 에지(Knife Edge)’ 기술을 선보이다 사고가 난 겁니다. 당시 전투기는 기체를 90도로 세워 이른바 ‘칼처럼’ 가깝게 곡예비행을 하다 정상궤도를 회복하지 못했답니다.

전투기가 추락하자 곳곳에서 비명이 쏟아졌습니다. 당시 1300여명이 앉아있던 관람석에서 불과 1.8㎞ 떨어진 지점이었답니다. 당시 전투기에는 고(故) 김도현 중령이 조정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관람석 바로 옆에 전투기가 떨어졌지만,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김 중령이 탈출 대신 조종간을 끝까지 붙잡고 추락지점을 조정해 참사를 막은 겁니다. 당시 추락한 A-37 기종 또한 “곡예비행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을 받아 퇴출수순을 밟습니다.

조종간 잡고 추락…1300명 지킨 김 중령

검독수리와 초음속 훈련기 T-50. 사진 서울대공원, 중앙포토

검독수리와 초음속 훈련기 T-50. 사진 서울대공원, 중앙포토

사고 15년 후인 올해 5월 4일. 블랙 이글스 소속 전투기들이 김 중령의 고향인 울산 하늘에 날아올랐습니다. 사고 당시 퇴출된 A-37 전투기 대신 우리 기술로 생산된 T-50 기종 8대가 추모비행을 시작한 겁니다. 김 중령의 희생이 공군의 기종변경까지 끌어냈음을 실감케 한 순간입니다.

국내 최초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의 이름 또한 특별합니다. 대국민 공모를 통해 골든 이글(Golden Eagle)이란 별칭을 받은 겁니다. 골든 이글은 맹금류인 검독수리(천연기념물 243-2호)를 의미합니다.

A-37 전투기 퇴출…T-50의 시대

흰꼬리 수리. 사진 서울대공원

흰꼬리 수리. 사진 서울대공원

T-50이 여러 독수리 중에서도 검독수리를 이름으로 갖게 된 이유는 뭘까요? 시속 320㎞에 달하는 빠른 비행 속도와 용맹함 때문입니다. 토끼, 다람쥐 등은 물론이고 자기 몸집보다 배나 큰 대형 포유류도 거뜬히 사냥해냅니다. 주로 산악지대나 울창한 삼림지대에 산다는 점도 T-50의 별칭이 된 이유입니다.

흰꼬리수리(White-tailed Eagle) 또한 검독수리와 비견되는 용맹함을 지녔답니다. 천연기념물 243-4호인 흰꼬리수리는 산악지대보다는 물가, 하천 주변에 서식합니다.

사냥감으론 물고기와 새, 포유류 등이 있습니다. 멸종위기종 1급으로 국내에선 특히 보기 힘든 종이기도 합니다. 물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특성 때문에 해양경찰의 상징이 됐답니다.

사자보다 악력 세고 시속 320㎞로 비행  

독수리. 사진 서울대공원

독수리. 사진 서울대공원

특히 이런 수리류의 악력은 약 750psi로 사자가 무는 힘(약 700psi)보다 세답니다. 이런 강인함 덕분에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몽골 등 여러 나라의 국조(國鳥)가 된 것도 용맹함과 강인함이 합쳐진 이미지에서 기인합니다.

최근 국내엔 검독수리와 흰꼬리수리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 생겼답니다. 기존의 독수리를 비롯해 검독수리, 흰꼬리수리 등 3종의 맹금류를 한 번에 보유하게 된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입니다.

수리는 ‘사냥꾼’, 독수리는 ‘청소부’  

흰꼬리수리. 사진 서울대공원

흰꼬리수리. 사진 서울대공원

이런 상황은 흰꼬리수리 2마리(천둥·번개)와 검독수리 1마리가 대전 오월드에서 옮겨오면서 가능해졌습니다. 국내에서 3종류의 맹금류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건 서울대공원이 유일하답니다.

전문가들은 “같은 수리류라도 ‘청소부’와 ‘사냥꾼’은 따로 있다”고 말합니다. 영문명이 이글(Eagle)로 끝나는 수리류는 직접 사냥을 하는 사냥꾼이고, 영문명이 벌처(Vulture)로 끝나는 독수리는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는 청소부라는 설명입니다.

대머리가 된 독수리…이유 있는 진화

대머리독수리. 사진 서울대공원

대머리독수리. 사진 서울대공원

이런 분류대로라면 우리가 아는 덩치가 가장 큰 독수리(Cinereous vulture)는 결국 청소부라는 얘기가 됩니다. 독수리의 머리가 맨살이 드러날 정도로 깃털이 적은 것도 이들이 청소부 역할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다음은 독수리의 '독'이 '대머리 독(禿)'을 쓰게 된 데 대한 서울대공원 측의 설명입니다.

“(독수리는) 동물 사체에 머리를 박은 채 먹이를 먹는데, 이때 병균 등 이물질이 묻어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독수리가 머리와 뒷목의 털이 없도록 (대머리로)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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