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말車담] 레벨4 자율주행, 교통법규는 OK 승차감은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레벨 4’ 자율주행 자동차는 교통법규를 잘 지켰다. 지난 8일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이 서울시 상암동 시범운영지구에서 운행한 자율주행 셔틀을 타봤다. 3㎞ 구간, 10여 분을 달리는 동안 차는 서울시 교통 신호 체계를 무난하게 소화했다.

레벨 4 자율주행은 ‘정해진 구간에서 운전자 개입 없는 자율주행’을 뜻한다. 차에서 아예 스티어링휠(운전대)을 없앤 레벨 5로 가기 전 단계로 진정한 자율주행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승 차 뒷좌석에서 느낀 주행감은 레벨 2(부분 자동화)에 해당하는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장착한 차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포티투닷 자율주행 차. 기아 니로 EV에 카메라·레이다 등을 장착했다. [사진 포티투닷]

포티투닷 자율주행 차. 기아 니로 EV에 카메라·레이다 등을 장착했다. [사진 포티투닷]

지난달 말 자율주행 한정 운수 면허를 받은 42dot은 내년 1월부터 상암동에서 여객운송 서비스를 개시한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 8번 출구 앞에서 에스플렉스센터~서부면허시험장~상암월드컵파크단지~상암중학교에 이르는 5개 정거장에서 셔틀이 스스로 승객을 태우고 움직인다. 승용 셔틀 요금은 3000원. 경쟁 상대인 시내버스보다 비싸고, 택시보단 조금 싸다.

시승은 에스플렉스센터(월드컵파크2단지)에서 시작됐다. 기아 니로 EV(전기차)에 카메라와 레이더(Radar, 전파로 목표물의 거리·방향·각도 등을 측정·감지하는 시스템) 센서를 부착한 자율주행 셔틀이 버스 정류장에서 50m 떨어진 곳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은 시범 운행이라 그렇고, 다음 달부턴 시내버스 정류장에 정차한다.

42dot의 자율주행 차는 지붕에 달린 7개의 카메라와 범퍼에 내장된 5개의 레이더 센서가 인지·판단·제어 기능을 수행한다. 테슬라처럼 라이다(Lidar, 레이저를 발사해 사물의 물성과 거리 등을 감지하는 기술)를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非) 라이다’ 진영으로 분류할 수 있다. 비 라이다 진영은 값비싼 라이다를 넣지 않고,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지도만으로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대중적인 접근방식이다. 반면 라이다 진영은 라이다와 고해상도(HD) 지도를 쓴다.

비싼 라이다 빼고 카메라를 눈으로  

차 바닥에 깔린 에이킷(Akit)이 42dot 자율주행 차의 경쟁력이다. 여기에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플랫폼 ‘탭(TAP!)’을 결합해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자율주행 시대를 만들겠다”는 게 42dot의 목표다.

니로 EV 뒷좌석에 타니 만약에 상황을 대비한 ‘세이프티(Safety)’ 드라이버가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드라이버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지만,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차의 제어권을 넘겨받게 된다. 이날 테스트 구간엔 시속 30㎞ 이하 어린이 보호구역이 있었는데, 현행법상 이 구간은 반드시 사람이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첫 번째 관문은 에스플렉스센터에서 100m 떨어진 월드컵파크4단지 사거리였다. 차는 사거리를 앞두고 1차선에 스르르 멈춰섰는데, 이때 운전대 옆 모니터 상단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차의 비전(카메라·레이다)으로 신호등을 직접 읽기도 하고,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V2X(Vehicle to everything) 통신을 받아 처리하기도 한다. 통신 상태가 정상일 때는 V2X가 더 정확하다. 혹시라도 통신이 중단될 때는 비전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두 가지를 모두 적용 중이다.” 이날 세이프티 드라이버를 맡은 정성균 42dot 자율주행 부문 그룹장이 말했다.

V2X와 비전, 둘을 섞은 교통체계 인식은 카메라와 데이터를 통한 ‘머신 러닝’에 의존하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다른 점이다. 앞서 서울시는 상암동에 5G를 기반으로 한 V2X를 구축했다.

사거리에서 좌회전할 때 뒷좌석 승객으로서 느끼는 탑승감은 썩 좋지 않았다. 상체 중심이 살짝 오른쪽으로 기울 정도로 다소 험하게 코너링했다.

안전성에 맞춘 주행 알고리즘  

포티투닷 자율주행 차와 수요응답형 플랫폼 탭이 깔린 스마트 폰. [사진 포티투닷]

포티투닷 자율주행 차와 수요응답형 플랫폼 탭이 깔린 스마트 폰. [사진 포티투닷]

이후 약 3㎞ 구간에서 세 번의 우회전이 더 있었다. 우회전할 때 몸의 쏠림은 덜 했다. 또 교통 체계와 보행 신호를 봐가며 얌전히 달렸다. 정 그룹장은 “도심에서 제한 속도가 시속 50㎞ 이하이기 때문에 이에 맞춰 성능이나 속도보단 안전성 위주로 알고리즘을 짰다. 사람이 하는 운전은 주관적이 면이 있지만, 자율주행 차는 최대한 규정에 맞춰 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선 구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디지털미디어시티 입구 교차로에서 구룡사거리까지 1.2㎞ 직선 구간에선 2차선으로 운행했다. 정 그룹장은 “차량 흐름에 따라 선호하는 차선이 있지만, 직선 구간에선 2차선으로 달린다”고 했다. 또 우회전하기 전, 약 50m 앞두고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을 변경했다.

앞으로 펼쳐질 V2P(Vehicle to Pedestrian, 차량과 보행자)의 한 장면도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 우회전, 신호등이 없는 지점에서 한 여성이 차 앞을 가로지르려다가 뒤로 물러섰다. 자율주행 차는 잠시 속도를 줄였다가 다시 움직였다.

정 그룹장은 “이번 경우 사람이 먼저 자율주행 차에게 양보해준 격”이라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인공지능(AI)이 알아서 운전한다기보단 이미 짜인 각본에 따라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날 미디어 시승은 여객운송 서비스가 완전하게 갖춰지기 전, 사전 테스트 형식이었다. 자율주행 차를 부를 수 있는 ‘TAP!’ 애플리케이션도 아직 완전한 형태가 아니다. 앱을 통해 차를 호출하고, 정거장에서 직접 승객과 만나는 건 다음 달이 돼야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을 듯하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