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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비글도 여기선 스트레스 없다, 전국 최대 실험견 놀이터 [e즐펀한 토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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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실험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험견 복지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 ‘플레이그라운드’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대구 동구 혁신도시 첨복재단에서 조성한 실험견들의 놀이터 '플레이그라운드'에서 비글을 돌보고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대구 동구 혁신도시 첨복재단에서 조성한 실험견들의 놀이터 '플레이그라운드'에서 비글을 돌보고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인류 위한 고통, 실험동물…3R 통해 복지 개선”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하 첨복재단)의 동물실험센터 소속인 조우리 수의사가 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신약과 의료기기 개발을 위해 동물 실험을 진행하는 첨복재단 동물실험센터에서 실험지원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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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첨복재단은 최근 중앙일보에 플레이그라운드를 조심스럽게 공개했다. 이곳은 실험동물센터 옥상에 실험견들을 위해 마련한 놀이터다.

국내 최대 규모(547㎡)인 센터에는 발 화상을 방지하기 위해 인조 잔디가 깔렸고 여름엔 물놀이 풀장도 운영한다. 이곳은 최대 쥐 1만8000마리, 토끼 100마리, 개 45마리, 미니피그 35마리 등에 대한 수용이 가능하다.

조 팀장은 “신약 개발시 불가피하게 동물 실험을 진행하는 수의사 대부분이 죄책감을 크게 느낀다”며 “사람을 위해 희생되는 실험견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돕고 싶어 다들 마음을 모아 지난달부터 놀이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레이그라운드는 2019년 김길수 첨복재단 실험동물센터장의 제안으로 양진영 첨복재단 이사장과 동물실험지원팀이 협력해 조성했다.

지난달 17일 찾은 첨복재단의 플레이그라운드. 8개월정도 된 비글 암컷 두 마리가 이동식 케이지에서 나왔다. 센터 내부에서 줄곧 시간을 보냈던 비글은 산책이 어색한지 잠시 케이지 주변을 맴돌았다. 하지만 이내 신나게 뛰어놀며 햇살을 만끽했다.

비글은 적당한 크기와 온순한 성격 탓에 동물 실험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종이다. 센터 측은 실험견인 비글에게는 이름을 따로 붙이지 않는다고 했다. 비글과의 교감이 실험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탓이다. 다만 비글 생산 공장에서 정한 ‘BXI***(영어+숫자)’ 등 판매 넘버가 귀에 문신으로 새겨져 있어 식별이 가능하다.

대구 동구 혁신도시 첨복재단에서 조성한 실험견들의 놀이터 '플레이그라운드'. 비글 두 마리가 뛰어놀고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대구 동구 혁신도시 첨복재단에서 조성한 실험견들의 놀이터 '플레이그라운드'. 비글 두 마리가 뛰어놀고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쥐 1만8000마리, 토끼 100마리, 개 45마리 수용 가능 

조 팀장은 “유럽 등 해외 실험견 생산 공장에서 수입해온 비글이다”며 “신약 개발 시 정식 실험동물공급업체에서 적법하게 받은 비글로 실험해야 국제적으로 신약 인증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비글은 센터 내부에서 옥상에 올 때까지 여러 과정을 거쳤다. 산책하러 나갈 수 있을 정도의 건강한 상태인지 체중 측정을 하고 발열과 심박수를 쟀다.

비글이 1시간동안의 산책을 끝내고 다시 케이지로 들어가기 전에는 눈과 이빨 상태를 확인하고 림프샘이 부어 있는지, 청진기를 통해 심박수가 안정적인지 등을 살폈다. 마지막으로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되지 않도록 케이지 등을 소독했다. 여름철 물놀이를 했을 경우에는 건조실에서 몸을 말린 뒤 사육장으로 귀가할 수 있다.

모든 과정은 센터 내 동물 관리를 전담하는 실험동물 전임수의사들이 전담하고 있다. 실험동물 전임수의사들은 실험동물의 복지와 인도적 처치를 맡는 전문가다.

이날 비글을 산책시킨 전임수의사는 “산책을 나오면 실험견의 표정부터 달라진다”며 “동물실험의 3R원칙 중 스트레스를 줄이는 ‘고통의 경감(Refinement)’에 해당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첨복재단의 실험동물센터는 인도적 동물실험의 3R원칙을 준수하고 있다. 3R이란 Replacement(대체), Reduction(축소), Refinement(개선)를 말한다. 동물 실험을 꼭 해야 하지 않으면 대체 생물로 실험하고(Replacement), 동물 실험을 해야 한다면 그 수를 최소화하고(Reduction), 고통을 완화하는(Refinement) 게 골자다.

조 팀장은 “수술 후에도 적정한 마취제를 투여해 고통을 줄여준다”며 “실험견뿐만 아니라 센터 내부의 실험동물을 위한 복지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사진 대구 첨복재단]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사진 대구 첨복재단]

식약처의 우수동물실험시설…인도적 관리 목표 

첨복재단은 우리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등 관리를 철저히 하고 동물보호단체와 정기적인 세미나도 가진다. 이에 식약처는 첨복재단을 우수동물실험시설로 지정했다. 지난해에는 실험동물의 인도적 관리를 장려하는 국제실험동물관리평가인증협회(AAALAC International)에서 AAALAC 완전인증(Full Accreditation)도 획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실험견 복지를 위한 시설이나 프로그램을 반기면서도 진정성과 실행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 실험은 동물 고통 기반으로 하는 건 분명하다”며 “가장 중요한 건 최소한으로 동물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불가피하게 동물 실험을 진행할 경우 실험견들을 위한 복지 시설이나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건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다만 인력이 소요되는 일이라 나중에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건 실행이 잘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진영 첨복재단 이사장은 “실험동물들이 스트레스 없이 살아가도록 여러 지원책을 고민하고 있다”며 “동물들의 희생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픈 환자를 살려줄 신약과 의료기기를 빠르게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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