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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의혹 ‘키맨’ 유한기, 영장심사 앞두고 극단선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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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6호 01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및 로비 의혹 관련해 대장동 민간사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 유한기(66)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10일 사망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의혹 사건 실마리를 풀 키맨으로 불렸다. 경찰은 유 전 본부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0분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한 아파트단지 화단에 유 전 본부장이 추락해 숨져 있는 것을 한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 김모(72)씨는 “오전 7시 30분쯤 경찰에서 사람이 떨어졌다는 연락이 와서 가보니 아파트 1층 돌출된 비상계단 입구 끝에 사람이 떨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한 결과 유씨는 이날 오전 2시 7분쯤 유서를 남기고 경기도 고양시 자택을 나섰다. 50분 뒤 인근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올라 12층에 내리는 모습이 아파트 CCTV에 포착됐다. 유씨의 자택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인 인근 아파트였다. 이후 4시간 30분쯤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경찰은 이날 오전 4시 10분쯤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유 전 본부장의 가족들이 “유씨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기고 사라졌다”고 신고했다고 한다. 경찰은 수색에 나섰지만, 유씨가 휴대전화를 갖고 나가지 않아 위치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 유 전 본부장은 전날 사직서를 비서에게 맡기고 퇴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포천도시공사 관계자는 “‘조직에 해가 되지 않게 하겠다. 문제가 있으면 임기 끝나기 전이라도 (그만두겠다)’고 말한 적 있다”고 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유 전 본부장이) 윤정수 현 사장 퇴임 전에 한 번 만나러 오겠다고 했었는데 실제론 오지 않았다”며 “당시 상의하고 싶은 게 있다는 식으로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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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본부장은 지난 2014년 8월 천화동인 4, 5호를 각각 소유한 남욱(48·구속) 변호사, 정영학(53·불구속) 회계사로부터 대장동 개발사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2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서울 시내의 한 호텔 주차장에서 돈을 건네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는 2015년 2월 성남도시개발공사 황무성 초대 사장의 사퇴를 압박한 의혹도 받고 있다. 과거 유 전 본부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들 사이에서 공사의 실질적 1인자로 불린 유동규 전 본부장에 이어 2인자라는 의미인 ‘유투’로 불렸다고 한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그는 14일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유 전 본부장의 사망으로 대장동 의혹사건 윗선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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