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SHOT
1300도까지 올라간 화로에서 벌겋게 달아오른 쇠가 이은철(64) 장인의 망치질에 화려한 불꽃을 사방으로 날려 보낸다. 36년 넘게 우리 민족 고유의 제철 기술 복원에 매달려 온 그는 우리나라 유일의 ‘고대 제철 기능 전승자’다. 망치질에 쇳덩이가 평평해지면 이를 다시 화덕에 넣어 달군 후 반으로 접고 내려치기를 반복하는 ‘접쇠’ 작업은 좋은 쇠를 만들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불순물이 제거되고 조직이 치밀해져 쇠가 더 단단해진다. 도검의 뼈대가 되는 ‘백련강’은 이 접쇠 작업을 100번 반복했다는 의미다. 12종류의 숫돌로 갈고 다듬어 날을 세우는 연마 작업까지 전통 방식을 따르는 장인의 도검은 꼬박 4개월의 땀과 인내의 결실로 완성된다. 이 도검장은 “자동화된 제철소가 밤낮없이 가동되는 시대지만, 우리 철의 역사를 잇는 것은 민족 문화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