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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TK 간 이재명 “난 문재인 아니다”…현 정부와 차별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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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6호 04면

“이재명은 문재인도 아니고, 윤석열도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10일 경북 경주시 황남동 상가 골목인 ‘황리단길’에서 즉흥 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이재명이 만들 세상은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라며 “실패가 두렵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나라, 성장하는 나라, 기회가 넘치는 나라를 꼭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발언은 그동안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와의 차이를 드러내기 위해 꺼낸 말 중에 가장 선명했다. 지금까진 민주당의 상징인 파란색 점퍼를 입지 않는 정도로 수위를 조절하거나 부동산 정책 등 각론에서 현 정부의 실패를 탓하는 정도가 차별화 시도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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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동시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한 발언 수위도 한껏 높였다. 이 후보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들의 원한을 풀겠다는, 복수하겠다는 용도로 (권력을) 쓰면 되겠느냐”며 “국민이 맡긴 칼과 권력으로 정적을 찾아내 ‘잘못한 거 없냐’며 후벼 파고 보복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힘 ‘텃밭’이자 이 후보의 고향인 대구·경북(TK) 지역에 ‘이재명’의 깃발을 꽂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경북 지역 순회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경주시 황리단길에서 부인 김혜경씨와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뉴시스]

대구·경북 지역 순회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경주시 황리단길에서 부인 김혜경씨와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뉴시스]

이 같은 메시지 기조는 이날 시작한 TK 순회 일정 내내 이어졌다. 그는 이날 첫 행선지인 경북 경주에 도착할 무렵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TK는 제 고향(경북 안동)이다. 차기 대선에선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매타버스 일정 중 3박 4일로 찾은 곳은 광주·전남과 여기 대구·경북 두 곳뿐”이라며 “경북 지역 (시·군 23곳) 가운데 13군데 이상을 돌 것”이라고 밝혔다. 선대위 인사는 “이 후보에게 TK가 갖는 의미가 남다를 뿐 아니라 어찌 보면 ‘적진’일 수도 있다 보니 제대로 공략해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이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경주 이씨 발상지인 경주 동천동 사당 표암재였다. 이 후보는 붉은 제례복을 입고 경주 이씨 시조를 모신 위패에 절을 했다. 이어 몰려든 군중을 향해 “국민의 삶과 경제, 민생에 여야가 어디 있고 진보·보수가 어디 있으며 지역이 어디 있겠느냐”며 “(손실 보상 100조원 지원을 위해) 여야가 협상을 통해 임시국회를 소집해 추경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리단길로 이동해서는 시민들을 만나 악수하고 사진도 함께 찍었다. 수백 명의 인파가 몰리자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일 줄은 몰랐다” “윤석열 후보라도 온 것이냐”며 놀란 표정을 짓는 시민들도 있었다. TK 현장 반응이 예상보다 뜨겁자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들도 고무된 모습이었다. 선대위는 ‘TK 30% 이상 득표’를 ‘호남 90% 결집’ 못지않게 승리 공식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로 보고 있다.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도 이날 이 후보의 경주 일정에 줄곧 동행했다. 김씨는 이 후보가 제례복으로 갈아입거나 절을 할 때 옆에서 옷매무새를 고쳐주는 등 ‘현장 내조’에 전념했다. 황리단길을 걸을 때는 이 후보와 나란히 걸으며 시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시민들이 “쓰리 샷”을 외치면 김씨가 먼저 이 후보를 이끌기도 했다. 이 후보도 “저는 선대위랑 공보국이 있는데도 유튜브 조회수가 20만~30만인데 어떤 사람(부인)은 방송 인터뷰 한 번 했다고 100만이 넘어가더라. 일각에서 대선후보를 아내로 교체하자는 말도 나오던데 그런 얘기하지 마라. 부부 싸움 난다”며 김씨를 치켜세웠다.

김씨가 이 후보의 매타버스 일정에 동행한 건 충청과 광주·전남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김씨는 지난 9일 이 후보보다 하루 먼저 TK에 내려와 시민들을 만났다. 선대위 관계자는 “경북 지역에는 아무래도 보수적인 분들이 많다 보니 김씨의 내조하는 모습이 주목을 많이 받을 것”이라며 “청년·여성들과의 접점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저녁엔 대구 동성로를 찾아 또다시 즉흥 연설을 했는데, 이번엔 박정희 전 대통령 띄우기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이 인권을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지체시킨 데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져야 하지만 산업화의 공은 인정해야 한다”면서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 이상의 새로운 성장 토대를 만들어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게 저 이재명이 책임지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더해 이 후보는 TK에 머무는 동안 과감한 ‘우클릭’ 행보를 펼칠 예정이다. 11일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인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찾고 12일엔 추풍령휴게소의 경부고속도로 기념비를 찾아 박 전 대통령의 성과를 기릴 예정이다. 13일엔 포항 포스텍에 있는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동상에 헌화도 한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TK 지역에서 이 후보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보다 높게 나오는데, 이는 이 후보의 차별화 시도가 어느 정도 먹혀들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다만 TK 표를 더욱 확장할 긍정적 요인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진영 대 진영 대결이 격화될 경우 TK 득표 전략이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엔 바른미래당 출신인 김관영·채이배 전 의원 입당식에도 참석했다. 이날 영입은 이 후보가 지난 10월 여권 대통합 의지를 밝힌 지 두 달 만에 처음 성사된 것으로, 민주당 출신의 호남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최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데 대한 맞대응 성격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대통합의 첫 관문이 열렸다. 천군만마를 얻었다”며 환영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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