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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억 기부’ 약속 지킨 이주용 회장 “돈을 쓰는 건 예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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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6호 15면

나눔 경영 앞장선 기업인 

서울대에 100억원을 쾌척한 이주용 KCC정보통신 회장(왼쪽)은 “‘돈 버는 것보다 쓰는 게 어렵다’가 우리 집 가훈”이라고 말했다. 오른쪽은 이 회장 부인 최기주 여사. 김성룡 기자

서울대에 100억원을 쾌척한 이주용 KCC정보통신 회장(왼쪽)은 “‘돈 버는 것보다 쓰는 게 어렵다’가 우리 집 가훈”이라고 말했다. 오른쪽은 이 회장 부인 최기주 여사. 김성룡 기자

국내 첫 정보통신(IT) 서비스 기업인 KCC정보통신의 이주용(86) 회장은 “돈을 쓰는 것은 ‘예술’”이라고 했다. “돈을 옳게, 유용하게, 가치 있게 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의미에서다. 이 회장은 9일 서울대에 ‘이주용·최기주 문화관 리모델링 기금’ 100억원을 쾌척했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돈을 벌면 ‘잘 써야 한다’는 교육을 어릴 때부터 철저히 하셨다”고 말했다. 그래서 ‘돈 버는 것보다 쓰는 게 어렵다’가 가훈이라고 한다. 이 회장은 이어 “기부가 집안의 문화가 됐다”며 “젊은 인재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면 보람 있을 것 같아 서울대에 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KCC정보통신 창립 50주년이었던 2017년 “총 60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해 “그때 내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고 싶다고 했는데 가족 중에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며 “오히려 모두가 격려해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번에 100억원을 쾌척하면서 누적 기부액 600억원을 달성했다. 기부에 재미가 붙었다는 이 회장은 “신이 나 나머지 재산도 다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덤비다가 아내에게 항의를 당한 적도 있다”며 웃기도 했다.

이주용 회장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그는 1953년 서울대 문리과대학 사회학과에 입학해 2학년을 마친 뒤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이후 60년에 한국인 최초로 미국 IBM사에 입사했다. 소위 ‘잘 나가던’ 이 회장은 1967년 돌연 한국행을 결심했다. 그는 “미국에서 일하다가 한국으로 휴가를 나왔는데 당시 한국에 간다고 하면 ‘그 어두운 나라에 왜 가냐’고 말리던 시기였다”며 “나는 그때 한국의 정보화 혁명이 더는 뒤처지지 않게 해야겠다는 사명감과 절박함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렇게 귀국길에 오른 그는 한국생산성본부 산하 한국전자계산소의 소장을 맡아 국내에 처음으로 컴퓨터를 도입했다. 1971년엔 국내 첫 IT 서비스 기업인 한국전자계산㈜(KCC정보통신의 전신)을 설립해 일본에 의지하던 선박 설계 소프트웨어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주민등록번호 보안체계 개발 등 초창기 컴퓨터 보급에 기여했다. 인터뷰 내내 옆에서 아버지를 지켜보던 이상현 KCC 부회장은 “목화씨를 가지고 온 문익점처럼 컴퓨터를 한국에 들여온 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이 기부한 100억원은 85년도에 개관한 서울대 문화관의 재건립 추진에 사용될 예정이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최첨단 공연·전시 기술이 담긴 블랙박스(문화복합공간)를 만들 것”이라며 “울산에 있는 문화복합공간인 ‘종하이노베이션센터’(전 종하체육관)와의 콘텐트 교류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화관 블랙박스 공간을 이주용 회장의 호를 따 ‘운당홀’로 명명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종하체육관은 이 회장의 선친인 이종하 선생이 1977년 건립 부지와 건설비용 등을 기부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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