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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간 이재명 "난 문재인 아니다…나라가 마스크 하나 사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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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문재인도 아니고, 윤석열도 아니다. 이재명은 이재명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경주 황남동 상가골목 ‘황리단길’에서 즉흥 연설을 통해 한 말이다. 이 후보는 “이재명이 만들 세상은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라며 “실패가 두렵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성장하는 나라, 기회가 넘치는 나라를 꼭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다섯번째 행선지로 고향인 대구경북(TK)을 찾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경주 이씨 시조 발상지인 경주 표암재 악강묘를 알묘하며 대통령 출마를 고하고 있다. 뉴스1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다섯번째 행선지로 고향인 대구경북(TK)을 찾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경주 이씨 시조 발상지인 경주 표암재 악강묘를 알묘하며 대통령 출마를 고하고 있다. 뉴스1

그동안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와의 차이를 드러내기 위해 꺼냈던 말 중에 가장 선명했다. 지금까지는 민주당의 상징인 파란색 점퍼를 입지 않거나 부동산 정책 등 각론에서 정부의 실패를 탓하는 정도가 차별화 시도의 전부였다. 그런데 이날 몇 걸음 더 나간 것이다.

이 후보는 특히 방역 문제와 관련해선  "전 세계에서 방역 잘한다고 칭찬받는데 방역 그거 누가했나, 사실 여러분들이 했다","나라가 뭐 마스크를 하나 사줬나, 소독약을 하나 줬느냐, 무슨 체온계를 하나 줬느냐", "다른 나라 같으면 마스크 안 사주고 '마스크 써라' 하면 폭동이 난다. 그만큼 우리 국민이 위대하다"는 말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한 발언의 수위도 높았다. 이 후보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들의 원한을 풀겠다고, 복수하겠다고 그런 용도로 (권력을) 쓰면 되겠느냐”라며 “국민들이 맡긴 칼과 권력으로 내 정적을 찾아내서 ‘잘못한 거 없나’라며 후벼파고 보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국민의힘 ‘텃밭’이자 자신의 고향인 대구·경북(TK)에 ‘이재명’ 깃발을 꽂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재명 “TK는 대선 격전지 될 것”…박정희 추켜세우기도 

메시지 기조는 이날 시작한 TK 일정 내내 곳곳에서 이어졌다. 그는 이날 오후 첫 행선지인 경북 경주에 도착할 무렵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대구·경북은 제 고향(경북 안동)이다. 차기 대선에선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매타버스 일정에서 3박4일로 찾은 곳은 광주·전남과 대구·경북 두 곳뿐”이라며 “TK 지역의 (시·군 24곳) 가운데 13군데를 돌 것”이라고도 밝혔다. 민주당 선대위 인사는 “이 후보에게 TK가 갖는 의미가 남다를 뿐 아니라, 어찌 보면 ‘적진’일 수도 있다 보니 제대로 공략해 나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10일 오후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을 걸으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10일 오후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을 걸으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경주 이씨 발상지인 경주 동천동 사당 표암재였다. 이 후보는 붉은 제례복을 입고 경주 이씨 시조를 모신 위패에 절을 했다. 그 후엔 몰려든 군중을 향해 “국민들의 삶과 경제, 민생에 여야가 어디 있고 진보·보수가 어디 있고 지역이 어디 있겠나”라며 “(손실보상 100조원 지원을 위해) 여야가 협상에 나서서 임시국회를 소집해 추경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황리단길로 이동해서는 시민들을 만나 악수를 하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수백명의 인파는 이 후보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거나 “이재명 대통령”을 외치기도 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일 줄은 몰랐다”, “윤석열이라도 온 것이냐”라며 다소 놀란 표정을 짓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 후보는 저녁엔 대구 동성로를 찾아 또다시 즉흥 연설을 했다. 이번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인권을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지체시킨 것에 대해서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산업화의 공도 우리가 인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정희 이상의 새로운 성장의 토대를 만들어서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게 저 이재명이 책임지겠다”라고 덧붙였다. "대구·경북을 디비지게(뒤집히게) 할 수 있느냐"고 사투리를 섞어가며 지지를 독려하는 장면도 있었다.

선대위는 ‘TK 30% 이상 득표’를 ‘호남 90% 결집’ 만큼 승리 공식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로 보고 있다. 지난 9일 발표된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업체의 전국지표조사(NBS·12월 6~8일) 에서 이 후보의 TK 지지율은 18%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55%)에는 크게 밀렸지만 ‘지지 후보 없음·무응답’이라고 답한 무당층 역시 22%로 전국 권역 중 가장 많았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이 후보는 TK에서 과감한 ‘우클릭’을 펼 예정이다. 11일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인 경북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찾고 12일에는 추풍령휴게소 경북고속도로 기념비를 찾아 ‘박정희 정부’의 성과를 기린다. 13일에는 포항 포스텍에 있는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동상에 헌화도 한다.

李 방문 하루 전부터 TK 찾은 김혜경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도 이 후보의 경주 일정에 줄곧 동행했다. 김씨는 이 후보가 제례복을 갈아입거나 절을 할 때 옆에서 옷매무새를 고쳐주는 등 ‘현장 내조’를 했다. 김씨는 황리단길을 걸을 때는 이 후보와 나란히 걸으며 시민들과 악수를 하거나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일부 지지자가 ‘쓰리샷’을 제의하면 김씨가 이 후보를 먼저 이끌기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부인 김혜경 씨가 9일 경북 상주 한 스마트팜을 찾아 대화하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이재명 민주당 후보 부인 김혜경 씨가 9일 경북 상주 한 스마트팜을 찾아 대화하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이 후보는 황리단길 연설서 “저는 선대위랑 공보국도 다 있는데도 유튜브 영상 조회 수가 20만~30만인데 어떤 사람(부인)은 방송사 인터뷰 한 번 했다고 (조회 수가) 100만이 넘어간다”라거나 “일부에서 자꾸 대선 후보를 (아내로) 교체하자고 하는데 그런 이야기 하지 마세요. 부부싸움 난다”라고 김씨를 치켜세웠다.

바른미래당 출신 김관영·채이배 영입…“중도 확장”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선 바른미래당 출신의 김관영·채이배 전 의원의 입당식도 열렸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우리 개혁·진보 진영은 한 몸으로 단결해 국민께 희망을 드려야 한다”며 “대통합의 첫 관문이 열렸다”라고 말했다.

10월 31일 공개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 후보는 “내년 대선에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기 때문에 개혁 진영이 최대한 힘을 모아야 한다”며 ‘진보 통합론’을 주장했었다. 이를 진보 진영 화두로 꺼낸 지 두 달여 만에 첫 단추를 끼운 것이다. 두 사람은 선대위에서 국민통합위원회 공동위원장(김 전 의원), 공정시장위원회 공동위원장(채 전 의원)을 맡는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운데)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신 김관영(오른쪽), 채이배 전 의원의 입당식에서 두 전 의원의 손을 잡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운데)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신 김관영(오른쪽), 채이배 전 의원의 입당식에서 두 전 의원의 손을 잡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론 전문가인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TK에서 이 후보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보다 높다. 후보의 차별화 시도가 어느 정도 먹혀드는 것”이라며 “다만 향후 추가로 TK 표를 확장할 긍정 요인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진영 대 진영’ 싸움이 격해지면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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