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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나무위키’에서 대선공약을?…참여와 편향 사이, 나무위키가 뭐길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민의힘은 나무위키를 윤석열 대선 후보의 정책 공약 발표 및 홍보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정원엽 기자.

국민의힘은 나무위키를 윤석열 대선 후보의 정책 공약 발표 및 홍보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정원엽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온라인 플랫폼 ‘나무위키’를 공약 발표 무대로 택했다. 원희룡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 정책총괄본부장은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 정책은 나무위키로 간다”고 했다. 윤 후보측은 향후 모든 정책과 공약을 나무위키를 통해서 하겠다고 한다. 왜 나무위키일까. 나무위키가 뭐길래.

나무위키가 뭐야?

● 나무위키는 위키피디아(Wikipedia)류의 온라인 집단지성 백과사전 사이트다. 애니메이션 건담 팬들이 2007년 만든 ‘리그베다 위키’를 모태로 2015년 나무위키가 탄생했다. 위키백과와 함께 국내 양대 위키로 통한다.
● 현재 99만여개 문서가 개설되어 있고, 월간 홈페이지 방문자 수는 국내 10위권이다. 웹트래픽 통계 사이트인 알렉사닷컴 기준 한국 11위로, 넷플릭스(12위)나 페이스북(14위)보다 방문자가 많다. 디씨인사이드(22위), 에프엠코리아(28위), 루리웹(42위) 등 커뮤니티 카테고리에서도 나무위키의 트래픽 순위가 가장 높다.
● 나무위키에는 키워드 관련 인물이나 사건의 전후좌우 맥락이 자세히 서술돼 있다. 10~20대 사이에선 궁금하거나 사회적으로 논란인 이슈를 빠르게 훑어보는 용도로 주로 쓰인다. 유머와 풍자가 뒤섞인 스토리텔링, 하이퍼링크로 연결되는 타래형 정보, 내가 아는 걸 남들과 공유하는 걸 즐기는 인터넷 문화가 결합했다. 최근엔 연예인이 직접 자신의 위키 정보를 읽고 수정하는 ‘나무위키 읽어보기’가 유튜브에서 유행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이나 학위 논문들도 나무위키 문서를 인용하기도 한다.

나무위키 vs 위키백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나무위키 vs 위키백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나무위키와 대선, 이게 왜 중요해?

● 젊은 세대의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를 정치권이 사뭇 진지하게 활용하기 시작했다. 기성세대가 익숙한 네이버·카카오 같은 주류 포털 사이트 외에, 개방형 온라인 플랫폼이 대선의 새로운 무대로 추가된 것. 원희룡 본부장은 “젊은 세대가 익숙한 플랫폼을 활용해 정책 수요자 중심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그에 맞춰 해결책을 담겠다”고 밝혔다.
● 실제 나무위키는 2030 세대의 지식 창구 역할을 일부 하고 있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국내 나무위키 사용자가 많다보니 검색량을 반영하는 구글 검색 결과에서도 나무위키 문서가 상위에 등장한다”며 “한국에서 나무위키는 인터넷 용어사전이자 각종 문화 담론과 관련된 중심 지식 정보 제공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6일 국민의힘 선대위 출범식에 등장한 인공지능(AI) 윤석열. 국민의 힘은 AI 윤석열, 나무위키 정책발표, 쌍방향 커뮤니티 개설, 윤석열체 폰트 등 2030에 맞춘 다양한 디지털 소통 시도를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오른소리' 영상.

6일 국민의힘 선대위 출범식에 등장한 인공지능(AI) 윤석열. 국민의 힘은 AI 윤석열, 나무위키 정책발표, 쌍방향 커뮤니티 개설, 윤석열체 폰트 등 2030에 맞춘 다양한 디지털 소통 시도를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오른소리' 영상.

나무위키 특징은

‘드립’까지 기록하는 MZ감성 : 기존 미디어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데 비해, 위키에선 다수 개인들의 참여로 지식이 꾸준히 업데이트된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나무위키는 친구들과 함께 신변잡기를 정리하듯 사전을 완성하는 플랫폼”이라며 “정치인들의 별명, 에피소드까지 하나하나 정리돼 아카이빙되는 식이라, 문서 작성에 참여하는 수많은 2030세대의 비판과 관심, 드립(유머·개그)까지 날 것 그대로 기록된다”고 말했다.
주관성도 유머로 인정 : 나무위키가 위키백과와 다른 건 구어체 중심으로 야사(野史)나 주관적 의견까지 담고 있다는 점.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의 의견과 논쟁이 편집 과정에 반영된다. 김수아 교수는 '지식의 편향구조와 혐오(2019)' 논문을 통해 “나무위키 편집에서 ‘드립’은 매우 중요한데 이는 유머와 밈(meme)으로 통한다”며 “이는 한국 온라인 문화에서 중요한 가치기준”이라고 평가했다. 주관적인 서술도 나무위키에서는 유머로 허용된다는 의미다.
편집 원칙 = 토론 : 나무위키의 편집 원칙은 토론을 통한 결정이다. 가입만 하면 누구나 문서 편집에 참여할 수 있다. 문서 중 논란이 되는 내용이 있으면 참여자들의 토론 합의로 수정된다. 예컨대 윤석열 후보의 나무위키 경제전문가 미담 서술 부분은 ‘토론을 통해 김소영 서울대 교수의 발언으로 합의되었습니다’라고 정리되는 식.

우려할 점은 없나

편향적이고 부정확 : 나무위키 스스로 ‘검증되지 않았거나, 편향된 내용이 있을 수 있다’고 명시할 만큼 객관성이나 팩트체크에 부족함이 있다. 나무위키의 정보 정확성이 낮아 ‘꺼라 나무위키’라는 의미의 ‘꺼무위키’라는 인터넷 밈이 있을 정도. 대중 집단지성의 긍정적 효과보다 여론 왜곡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여성혐오나 지역 차별, 저작권 침해 등도 나무위키의 문제로 오래 지적됐다.
운영사도 깜깜이 : 나무위키 운영사인 우만레(Umanle SRL)가 뭐하는 회사인지도 알려진 바는 없다. 우만레는 본사는 우르과이, 서버는 슬로바키아, 도메인은 파나마에 두고 있는 유한책임회사로만 알려져 있다.
● 나무위키에선 8일부터 국민의힘의 나무위키 활용 계획을 두고 토론이 시작됐다. 어떤 문서에 정책을 담아야 하는지부터, “외부집단의 문서 사유화가 아니냐”, “정치 프로젝트를 따로 만들자” 등 120개 이상의 의견이 올라와 있다.

나무위키에선 국민의 힘의 대통령후보 정책 발표활용과 관련해 적절성 여부에 대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나무위키 캡처.

나무위키에선 국민의 힘의 대통령후보 정책 발표활용과 관련해 적절성 여부에 대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나무위키 캡처.

참여냐 전쟁이냐…앞으로는

● 나무위키 공약 발표가 정치 참여의 통로가 될지, 논란과 갈등을 부추기다 끝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나무위키는 이전에도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2016), 예멘 난민 논쟁(2018) 등으로 ‘정보 편집 전쟁’을 치른 전력이 있다. 2017년 1060개의 토론을 통해 합의 문서를 만들어낸 사례(페미니즘 징병제)도 있지만, 자칫 온라인 트롤링(고의로 상대의 분노를 유도하고 논쟁을 유발하며, 불쾌한 내용을 게시하는 행위)을 촉발해 갈등을 키울 수도 있다.
● 박병호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는 “집단지성을 추구하겠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좋지만, 국내 위키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 서술을 두고 끝임없이 편집 전쟁이 일어날 만큼 갈등이 심하다”며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 사용자들이 지지후보나 진영에 따라 나뉘어 나무위키라는 노드(Node · 정보 교환 지점)에서 충돌할 수 있기에, 참여형 정책 논의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나무위키가 사이버 반달리즘(문서 훼손) 전쟁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 이에 대해 원희룡 국민의힘 정책총괄본부장은 “선대위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참여하기 때문에 집단지성과 협업을 통해 얼마든지 대응이 가능하다”며 “언제든지 정책 원본과 사실관계를 대조하고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무위키 토론에선 이런 방침을 두고 부정적 반응이 나온다. ‘후보 측 자원봉사자들을 동원해 부정적 서술은 다 지워버리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국민의힘은 정책 의견을 받기 위해 온라인 협업도구 ‘노션(Notion)’도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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