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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아닌 타투시술은 불법”…10개월 법정공방 타투이스트 1심 유죄

중앙일보

입력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왼쪽 세번째)이 지난 5월 28일 서울북부지법에서 문신시술로 인한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 1심 재판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왼쪽 세번째)이 지난 5월 28일 서울북부지법에서 문신시술로 인한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 1심 재판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의사가 아니면 타투(tattoo·문신) 시술을 할 수 없다는 의료법에 따라 재판에 넘겨진 타투이스트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단한 29년 전 대법원 판례가 뒤바뀔지 관심을 모았지만 1심 법원은 “대법원 판례가 여전히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피고인 측과 시민단체 등이 항소와 함께 헌법소원을 청구하겠다고 밝혀 ‘타투합법화’를 둘러싼 법적 분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타투합법화’ 관심 모았으나 法, “유죄”

법원 이미지 그래픽

법원 이미지 그래픽

10일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김영호 판사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타투유니온 김도윤(41) 지회장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19년 12월 초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의 한 타투샵에서 연예인에게 문신 시술을 한 행위에 대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신고당했다. 김 회장은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으나 무죄를 주장하며 지난 3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지난 7월 선고를 이틀 앞두고 재판부가 직권으로 변론 재개를 결정하며 10개월 가까이 법정공방이 이어진 끝에 이날 재판부는 김 회장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질병 치료 행위가 아니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를 야기하는 행위도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포함된다”며 “문신 시술 과정에서 감염·화상·피부염 등의 증상이 발병할 위험이 있으므로 이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의사만 문신 시술” 29년 전 대법원 판례 그대로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이 신청한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기각했다. 김 회장 측은 타투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규정하는 근거가 된 의료법 제27조 제1항이 타투이스트들의 예술·직업·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지만, 재판부는 “(해당 의료법 조항이) 죄형법정주의 등 헌법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주장을 꼼꼼히 검토했으나 대법원 판례가 여전히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법부는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보고 의사만 이를 할 수 있도록 판단한 1992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의사 면허가 없는 타투이스트들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처벌해왔다. 타투유니온 측에 따르면 올해에도 타투유니온에 가입한 회원 650명 중 타투이스트 8명가량이 무면허 의료시술을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타투유니온 측, “항소와 헌법소원 진행할 것”

김 회장은 이날 유죄를 선고받은 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쉬운 결론인 건 맞다”면서 “대법원 판례를 뒤집기 위해 시작한 싸움인 만큼 대법원에서 타투 행위가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확정판결을 받기 위해 지금처럼 차분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끝까지 싸워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을 대리하는 곽예람 변호사(법무법인 오월)는 “일반인들 관점에서 문신 시술이 정말 의료행위로 해석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며 “이해하기 힘든 해석과 판례로 인해 많은 타투이스트가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정도 유죄 판결 가능성을 예측했기 때문에 항소심과 곧바로 헌법소원심판 청구 계획이 있고 바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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