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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최 민주정상회의는 코미디 쇼”...작심 '독설' 쏟아낸 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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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자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만평. [글로벌타임스 캡쳐]

10일자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만평. [글로벌타임스 캡쳐]

9일(현지시간) 시작된 미국의 ‘민주주의 정상회의’을 두고 중국 외교부와 언론이 총공세를 퍼붓고 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독재가 위기를 만들었다”며 중국을 정조준하자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사이비민주주의’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민주주의란 기치 아래 동맹국을 모으는 미국을 향해 준비된 ‘독설’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9일 인도네시아 발리 민주주의포럼 연설에서 ″다른 국가의 민주주의에 선을 긋는 것은 사이비민주주의일 뿐”이라고 말했다. [바이두 캡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9일 인도네시아 발리 민주주의포럼 연설에서 ″다른 국가의 민주주의에 선을 긋는 것은 사이비민주주의일 뿐”이라고 말했다. [바이두 캡쳐]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포문을 열었다. 이날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제14차 발리민주주의 포럼. 왕 부장은 “세계가 중대한 변화에 직면한 역사적 시점”이라며 “민주주의를 어떻게 이해하고 발전시킬 것인지가 인류 평화와 직결돼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태도가 있음에도 어떤 이들은 서구식 민주주의만이 정답이라고 믿고 다른 국가의 민주주의에 선을 그어 정치체제와 이념적 논쟁을 도발, 분열을 조장한다”며 “이는 세계 협력에 반하는 진정한 민주주의 아닌 사이비민주주의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미국이 사이비민주주의 국가라며 직격한 셈이다.

이어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에 ‘비민주적’이란 꼬리표를 붙이기 좋아했다”며 “중국식 민주주의는 국민의 문제를 해결하고 의식주부터 교통·개혁·발전에 이르기까지 정치 전 과정에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체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이 권위주의 체제에 입각해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미국 주도의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권위주의 타파와 부패 척결, 인권 증진에 관한 구상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89개국이 참가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외부의 독재자들이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으며 오늘날 위기를 만들고 있다”며 “민주주의가 우려스러운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0일 ‘어떻게 독성 말벌 한 마리가 꿀벌 무리를 납치했나’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글로벌타임스 캡쳐]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0일 ‘어떻게 독성 말벌 한 마리가 꿀벌 무리를 납치했나’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글로벌타임스 캡쳐]

개막 직후 중국 매체들은 일제히 미국 비난에 가세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정상회의가 서구 민주주의의 실제 문제를 다루기에는 무의미한 쇼에 불과하다”며 “중국과의 새로운 갈등을 부추기려는 미국의 전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 민주주의의 진정한 도전은 외부가 아니라 효과적인 개혁이 내부에 이뤄질 수 있는지의 문제”라며 “이에 직면할 용기가 없어 경쟁자를 권위주의 국가로 규정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독성 말벌 한 마리가 꿀벌 무리를 납치했다’는 제목의 사설까지 실었다. 글에선 “민주주의는 미국이 규칙과 배급재료를 주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다. 바이든은 어렸을 때 KFC와 맥도날드를 너무 많이 먹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신화통신은 10일 '미국이 주도한 정상회의, 역시 '코메디''란 분석 기사를 게재했다.[신화통신 캡쳐]

신화통신은 10일 '미국이 주도한 정상회의, 역시 '코메디''란 분석 기사를 게재했다.[신화통신 캡쳐]

신화통신은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코미디’가 된 정상회의’란 기사에서 신화통신은 “콩고와 이라크, 앙골라를 초청한 미국은 왜 볼리비아와 시에라리온은 초청하지 않았냐”며 “민주주의적 가치가 아니라 미국 정치를 반영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관영 CCTV는 “미국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없다”는 미국 시민들의 인터뷰를 내보내기도 했다.

미국을 비난함과 동시에 중국 체제의 우월성에 대한 선전도 진행되고 있다. 오는 11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20년을 맞는 중국은 “지난 20년간 중국의 GDP(국내총생산)은 세계 6위에서 2위로, 무역수지는 6위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섰다”며 “서비스 무역은 11위에서 2위로, 외국인직접투자는 세계 26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며 경제 성과를 과시하고 있다. 헝다(恒大) 그룹 파산 등 외신이 실시간 타전하고 있는 소식은 중국 내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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