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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에게 사직서 맡기고 퇴근…극단선택 직전 CCTV 속 유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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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중앙포토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중앙포토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및 로비 의혹 관련해 대장동 민간사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 유한기(66)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10일 사망했다. 경찰은 유 전 본부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40분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한 아파트단지 화단에 유 전 본부장이 추락해 숨져 있는 것을 한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 김모(72)씨는 “오전 7시30분쯤 경찰에서 사람이 떨어졌다는 연락이 와서 가보니 아파트 1층 돌출된 비상계단 입구 끝에 사람이 떨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폐쇄회로TV(CCTV) 등을 확인한 결과 유씨는 이날 오전 2시7분쯤 유서를 남기고 경기도 고양시 자택을 나섰다. 50분 뒤 인근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올라 12층에 내리는 모습이 아파트 CCTV에 포착됐다. 유씨의 자택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인 인근 아파트였다. 이후 4시간 30분쯤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경찰은 이날 오전 4시10분쯤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유 전 본부장의 가족들이 “유씨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기고 사라졌다”고 신고했다고 한다. 경찰은 수색에 나섰지만, 유씨가 휴대전화를 갖고 나가지 않아 위치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유씨가 이날 오전 2시50분 이후 추락사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유씨의 휴대전화는 포렌식 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 중으로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족, 유서 내용 공개 원치 않아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10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찰이 사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10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찰이 사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유 전 본부장의 빈소는 이날 오후 2시쯤 경기도 고양시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이날 오후부터 포천도시공사 직원들이 하나둘 빈소를 찾았다. 유 전 본부장과 함께 일한 한 포천도시공사 직원은 빈소에 들어가기에 앞서 울먹이기도 했다. 자신을 유 전 본부장의 유족이라고 밝힌 김모(60대)씨는 “(유 전 본부장이) 평소 검찰수사에 대해 억울하다는 취지로 말해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유족들은 유 전 본부장의 유서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경찰에 밝혔다.

전날 사직서 비서에게 맡겨 

한편 유 전 본부장은 전날 사직서를 비서에게 맡기고 퇴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포천도시공사 관계자는 “유 사장이 어제 비서에게 맡긴 사직서를 오늘 받고 포천시에서 검토하는 중이었다”며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쯤 (유 전 본부장)이 ‘조직에 해가 되지 않게 하겠다. 문제가 있으면 임기 끝나기 전이라도 (그만두겠다)’고 말한 적 있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의 사망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이날 오전부터 어수선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유 전 본부장이) 윤정수 현 사장 퇴임 전에 한 번 만나러 오겠다고 연락했었는데 실제론 오지 않았다”며 “당시 상의하고 싶은게 있다는 식으로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 앞두고 추락사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10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뉴스1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10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뉴스1

유 전 본부장은 지난 2014년 8월 천화동인 4, 5호를 각각 소유한 남욱(48·구속) 변호사, 정영학(53·불구속) 회계사로부터 대장동 개발사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2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유한기 전 본부장이 당시 서울 시내의 한 호텔 주차장에서 돈을 건네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는 2015년 2월 대장동 사업 주체인 성남시 산하 성남도시개발공사 황무성 초대 사장의 사퇴를 압박한 의혹도 받고 있다. 과거 유 전 본부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들 사이에서 공사의 실질적 1인자로 불린 유동규 전 본부장에 이어 2인자라는 의미인 ‘유투’로 불렸다고 한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그는 14일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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