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기 사망에, 이재명 "엉뚱한데 건드리더니…참혹한 결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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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10일 오전 극단적 선택을 하자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해 특검 공세를 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관련 속보 기사를 공유한 뒤 “옵티머스 사건 의혹 때도 모 대선주자(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이 수사가 시작되자 돌아가신 안타까운 일이 있었는데, 대장동 의혹 때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설계자 1번 플레이어를 놔두고 주변만 탈탈 터니 이런 것 아니겠냐”고 적었다. 국민의힘이 줄곧 대장동 개발 의혹의 설계자로 이재명 후보를 지목해온 만큼, ‘설계자 1번 플레이어’는 이 후보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 대변인들은 이 후보를 ‘그분’이라고 지칭하며 압박에 나섰다. 이양수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수석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유 전 본부장은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의 중도 사퇴와 대장동 게이트 의혹을 밝혀줄 핵심 인물이자 유동규에 이은 개발공사 2인자였다”며 “특히 황 전 사장 중도 사퇴는 유동규가 개발공사를 장악하고 대장동 사업을 ‘그분’ 마음대로 설계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 의지를 상실한 검찰 수사팀은 스스로 특검을 자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은혜 선대위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대장동 ‘그분’은 놓아둔 채 꼬리 자르기를 한 수사, 주연은 못 본 척하고 조연들만 죄를 묻는 주객전도의 부실 수사가 문제”라며 “특검을 해야 할 이유가 더 분명해졌다”고 적었다. 허은아 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청와대 울산 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한 백 모 수사관, 윤미향 민주당 의원의 후원금 횡령 의혹과 관련된 손모 소장, 이낙연 전 대표의 옵티머스 의혹과 관련된 이 모 부실장 등 여권 실세가 몸통으로 지목된 의혹에서 관련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가 벌써 네 번째”라며 “무의미한 논란과 희생을 막기 위해 이제는 특검을 통해 ‘몸통’을 수사할 때”라고 꼬집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정의당도 특검을 거듭 촉구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간담회에 참석한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대선 후보들이 진작 특검을 수용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대장동 핵심 인물 관리에 실패한 검찰의 무능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양당은 당장 특검부터 합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김관영·채이배 전 의원 입당식에 참석한 이재명 후보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지만 약 한 시간 뒤 “고인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비통한 심정이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특검을 추진해야 한다”는 서면 입장을 냈다.

이후 경주 이씨 시조의 발상지인 경주 표암재를 찾아 행사를 마친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진짜 큰 혐의점은 다 놔두고 주변만 문제 삼다가 이런 사고가 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성역 없이 필요한 부분을 다 수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천억 원의 돈이 어디로 갔는 지 왜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고, 엉뚱한 데를 자꾸 건드려서 이런 참혹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시시비비를) 다 가려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후보는 “(유 전 본부장 사망은) 이 후보 측에서 할 얘기가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사회복지 비전 선포대회에 참석한 윤 후보는 이 후보의 특검 촉구에 대한 입장을 묻자 “민주당이 법안 자체를 올리지 않고 있는데, 정치쇼를 할 게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도 합의하자”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