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월호 악몽 7년8개월…인천~제주 뱃길 연 710억 여객선 정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2만7000t급...세월호보다 34m 긴 크루즈급

비욘드 트러스트호. 사진 하이덱스스토리지㈜

비욘드 트러스트호. 사진 하이덱스스토리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7년 8개월가량 끊어진 인천~제주 뱃길에 대형 카페리가 재취항한다. 2만7000t급 여객·화물 겸용선박인 ‘비욘드 트러스트호’는 세월호(6825t)의 3.96배 규모다.

선사인 하이덱스스토리지㈜는 9일 “인천과 제주를 오가는 대형 카페리 비욘드 트러스트호가 10일 오후 7시 인천항을 출항해 이튿날인 11일 오전 9시30분 제주항에 첫 입항한다”고 밝혔다.

710억원을 들여 건조한 ‘비욘드 트러스트’는 길이 170m, 너비 26m, 높이 28m로 세월호(길이 146m, 너비 22m 높이 24m)보다 길이 34m, 너비와 높이 4m가량 커졌다.

인천~제주 여객선 항로는 세월호 참사 후 세월호와 오하마나호를 운항하던 청해진해운이 2014년 5월 면허 취소를 당한 이후 뱃길이 끊겼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2018년 4월 신규 사업자로 D건설을 낙점했지만 비용 문제로 사업을 포기하면서 신규 취항에 차질이 빚어졌다.

2019년 11월 새로운 사업자로 선정된 하이덱스스토리지㈜는 2020년 8월 현대미포조선과 선박 건조 계약을 한 후 지난달 30일 선박을 인도받았다. 승객 854명과 승용차 487대, 컨테이너 65개를 싣고 최대 23.2노트(시속 43㎞)의 속도로 운항이 가능하다.

승객 854명 태우고 ‘맹골수도’ 피해 운항

비욘드 트러스트 호 건조 과정. 사진 하이덱스스토리지

비욘드 트러스트 호 건조 과정. 사진 하이덱스스토리지

선사 측은 이 선박을 이용해 연간 여객 10만명, 화물 100만t 이상을 운송한다는 계획이다. 총톤수가 세월호의 3배가 넘는 규모지만 승객 정원과 적재 컨테이너 양을 줄였다는 게 선사 측 설명이다. 단 차량은 세월호보다 350여 대를 더 실을 예정이다. 세월호는 여객 정원이 921명, 차량 130대와 컨테이너 152개를 적재할 수 있었다.

선사인 하이덱스스토리지㈜는 “이름부터 ‘신뢰, 그 이상’이란 의미를 지닌 비욘드 트러스트는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며 “승객들이 더욱 쾌적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정원과 화물량을 대폭 줄였다”고 말했다.

기존보다 안전하게 변경된 항로로 눈에 띈다. 인천에서 제주로 향할 때 지름길인 ‘맹골수도’를 피해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맹골수도는 세월호 침몰 지점인 전남 진도군 서거차도와 맹골군도 사이 바닷길로 물살이 빠르고 거세기로 악명 높은 곳이다.

방현우 하이덱스스토리지㈜ 대표는 “왕복을 기준으로 10마일(16㎞)가량 운항 거리가 늘어나 40분의 시간이 더 걸리고  유류비 등 200여만원의 비용이 더 들어간다”며 “세월호 참사 후 제기되는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경제적 손실을 감수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적재관리·운항정보시스템 등 탑재 

비욘드 트러스트호. 사진 하이덱스스토리지㈜

비욘드 트러스트호. 사진 하이덱스스토리지㈜

선체는 저중심으로 설계돼 복원성을 극대화한 게 특징이다. 선박 복원성이란 수면 위에서 배가 기울어질 때 다시 원래 위치로 되돌아오려는 성질이다. 화물의 쏠림으로 인해 배가 한쪽으로 기우는 현상을 막기 위한 ‘화물적재 관리시스템’도 국내 최초로 장착했다. 화물 선적 중에도 선박 균형을 균등하게 하고 운항 전 정확한 복원력 계산을 할 수 있는 장치다.

자동차가 부두 도착 순서대로 무작위로 선적되는 기존의 단점도 보완했다. 선적 중 실시간 무게 계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작업자의 개별장비와 연동해 조타실에서 즉각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항공기처럼 위치나 운항거리 및 속도, 도착예정시간 등 정보가 담긴 실시간 운항정보시스템도 적용됐다.

정원 모두가 30분 내 탈출이 가능한 해상탈출설비(MES)를 탑재하는 한편, 탈출용 구명벌도 정원(854명)보다 많은 13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갖췄다.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 배출가스의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저감 장치도 달았다.

수도권-제주도 관광·물류 활성화 기대

지난 2일 제주항에 시험운항차 도착한 비욘드트러스트호. 최충일 기자

지난 2일 제주항에 시험운항차 도착한 비욘드트러스트호. 최충일 기자

비욘드 트러스트호는 인천항에서는 매주 월·수·금요일 오후 7시에 출항하며, 제주항에서는 화·목요일 오후 8시30분, 토요일 오후 7시30분에 각각 출항한다. 편도 기준으로 운항 시간은 14시간 가량 소요된다. 선체 내부에는 90여 개 객실과 레스토랑, 비즈니스 라운지, 편의점, 키드 존, 펫(반려동물) 존 등의 편의시설을 갖췄다.

제주도는 수도권과 제주 간 관광교류와 물류수송 부담 완화 등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한몫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월호 참사 후 제주산 농수산물이 주로 목포와 완도 등 전남 지역을 통해 수도권으로 운송되면서 수도권까지 하루 정도가 더 소요됐기 때문이다.

뱃길을 통한 제주관광 활성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수도권의 경우 자동차나 캠핑카를 이용해 제주 관광에 나서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토바이·사이클 동호인 등 비행기로는 제주 유입이 어려웠던 여행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김근영 제주도 해운항만과장은 “제주~인천 뱃길이 다시 열리면 제주 방문객의 교통 편의가 향상되고, 수도권~제주 물류 수송이 원활해져 관련 물동량도 다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