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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본좌의 일갈 "이재명과 윤석열은 내 수제자, 서로 후계 경쟁 중" [이정재의 대권무림 2부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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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정치풍자 무협판타지 대권무림  

2부 제 4화〉농가성진(弄假成眞) 장난도 자주하면 진짜가 된다

 중원의 경기성 양평엔 국가혁명교의 총단이 있다. 100만평의 위용을 자랑하는 총단의 중심에 하늘궁이 자리한다. 하늘궁의 주인은 그 유명한 공중도사 허본좌. 그는 국가혁명교의 교주다. 오늘도 그의 궁에 몰려든 신도들은 그의 한 말씀을 목놓아 기다리고 있다.

"내가 뭐랬나. 30년 전부터 나는 강호 백성이 바라는 정책을 일관되게 내놨어. 처음엔 다들 비웃었지. 하지만 보라고. 지금은 다 따라하고 있잖은가. 허경영 공약 표절이 요새 유행이야 유행. 그러니 허본좌 가라사대, 나를 믿는자 건강해지고 행복해질 것이요, 천국을 보리라."

신도들이 그의 말을 따라 주문을 읊조린다.

"내 눈을 바라봐, 너는 건강해지고. 허경영을 불러봐, 너는 성공할거야. 내 눈을 바라봐. 좋은 세상이 올거야~"

그를 따르는 교인들은 이 주문만 외면 만사가 형통한다고 믿는다. 주문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강당이 떠나갈듯 울려 퍼졌다. 그 광경을 흐뭇하게 쳐다보던 허본좌가 환호성을 뒤로 하고 퇴청했다. 그를 따르던 국가혁명교의 호법이 입을 열었다.

"교주님, 20대 무림지존 비무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엔 꼭 지존좌를 차지하셔야 할텐데…"

허본좌가 그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야지. 이제 과거의 무림 종사들은 모두 칼을 꺾고 사라졌네. 나를 우습게 보던 그네공주며 명박대제는 감옥에 갇힌 몸이 됐고. 새로 등장한 재명공자며 나찰수란 자들은 나를 따라하는 애송이에 불과하네. 그러니 내가 지존좌를 차지하는 것이야말로 세상의 이치에 맞는 일이지. 아무 걱정 말게. 이번엔 틀림없을 것이야."

"속하, 믿사옵니다. 그러나 나찰수 윤석열이란 자는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악귀와 마졸을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검찰공 중에도 가장 악랄하다는 나찰수-나찰의 손을 십이성 익힌 자입니다. 아시다시피 이자는 나찰의 손으로 17대, 18대 무림지존을 한꺼번에 잡아넣었습니다."

 허본좌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17대, 18대 무림지존과는 참 질긴 인연이지. 특히 18대 그네공주와는 염문이 돌던 사이가 아니던가. 2007년 대권 비무 때는 "그네공주는 나와 결혼하기로 했다"고 했다가 무림 검찰에 불려가 호되게 당했다. 그 후 10년 간 강호 비무 출전권도 박탈당했다. 뭐, 일방적인 주장이긴 했지. 그렇다고 내가 그네공주와 아무 사이도 아닌 건 아니잖나. 오죽하면 내가 지난 19대 지존 비무 때 이런 초식들을 창안했겠어. '명박 구속 (사랑의 열매 1조원 기부 시 면책), 그네공주 부정선거 수사(결혼 승락시 면책).' 그 때 남들은 다 비웃었지. 하지만 결국 어찌됐나. 17,18대 무림지존을 다 구속시킨 자가 20대 지존 후보가 되지 않았는가.그의 상념을 뚫고 수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주요공약_기본 시리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주요공약_기본 시리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여권 무림의 후보 재명공자는 기본공의 창시자로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요즘엔 흡입마공과 좌충우돌심법을 마구 휘둘러대는 데 여기에 당하지 않는 무림 호걸이 없다고 합니다. 한 번 걸린 자는 바로 재명공자의 충복이 된다고 합니다."

"흥! 기본공? 그것이 누구의 무공이더냐? 훔쳐 배운 무공으로 뭐 어째? 감히 지존좌를 노려?"

벼락처럼 호통을 치는 허본좌의 목소리에 수하는 몸을 떨면서 고개를 더욱 조아린다.

“기본공이야말로 이 몸이 수십 년 전부터 각종 비무 때마다 시전했던 것 아니더냐. 당시 소위 거대문파라던 한나라파며 민주련이란 자들이 뭐라했던가. 사술에 불과할 뿐 무공도 아니라고 비웃지 않았던가. 강호를 거덜내는 무공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놓고 이제 와선 내 무공을 훔쳐 배워?”

그는 몸을 부르르 떨며 주먹을 힘껏 쥐었다.

허경영의 주요 대선 공약

15대 대선(1996)

▸정치혁명: 국회의원제 폐지. 여성50%, 남성50% 직능의원 실시. 검/경/중앙선관위 독립
조세혁명직접세폐지(국민에게 고지서가 나오는 모든 세금제도를 없애고 국민이 알지 못하는 가운데 물건값에 포함되는 간접세로 변경)

교육혁명대학명칭폐지대입지망자 전원대학입학사병전경급료 공무원대우제대시 사회진출자금 2,000만원지급

▸정신혁명: 대통령사면권과 단일제폐지. 대통령명칭을 국민대표로 변경, 훈포상 제도 개혁

▸국방혁명: 핵주권과 미사일 주권을 미국으로부터 회복하여 중국과 일본수준의 핵주권을 되찾아 자주국방 체제로 전환

▸도덕혁명: 조선왕조 부활로 민족의 구심점회복. 사법, 행정고시 합격자 9급~5급으로 1년 수습 근무제를 도입하여 국민 인권 존중

▸환경혁명: 담배생산판매금지. 도심관통 경량고가도로 대량 건설, 직장, 학교 토요 휴무제 실시. 농작물 국가보상제 실시

▸행정혁명: 경기도를 서울특별시로 합병, 세계 제1의 수도로, 제주도를 세계경제 특구지정, 고소득 관광국가 돌입

▸경제혁명: 중소기업 위주 경제개혁과 중소기업 무담보 장기저리융자 실시, 1차원 독점경제폐지 5차원 자연경제 실시, 경제기적 실현

복지혁명실업자취직 국가책임제 및 장기실직자 실업구상지급과 취업창구 국가통폐합 관리국가유공자 및 노인복지개혁

17대 대선(2007)

▸정치: 국회의원을 100명으로줄이고 출마자격고시 실시로 자질을 높임.
복지: 65세이상 매월 50만원씩 노인수당출산시 3,000만원결혼시 각 5천만원 지원▸부채: 400만 신불자 무이자 장기융자로 완전해결, 어음보험제도 신설로 부도해결
취업 중소기업 취업자 매월 100만원 쿠폰지원으로 청년실업해소와 중소기업육성▸도덕: 은행융자에 대한 이자를 1년이상 납부한 서민들에게 만기시에 원금의 일부 공제
▸사법: 이혼전과 기록 호적기재폐지, 가정생활용품 압류금지하여 국민사생활 보호
▸교육: 고교부터 전공 한과목 시험으로 과외해발, 대입본고사 부활, 수능폐지
▸조세: 전기, 전화, 핸드폰, 수도요금 각 5만원까지 국가부담, 자동차세, 양도세 폐지

경제산삼뉴딜정책으로 1천여개 산삼단지에 100만 실업자 고용하여 실업문제 완전해결

▸국방: 6.25, 월남참전용사 3억원 및 매월 30만원 지급, 국민연금 폐지

19대 대선(2017)

▸이명박구속 (사랑의 열매 1조 기부 시 면책)
▸박근혜 부정선거 수사 (결혼 승락시 면책)
▸새누리당 해체 및 지도부 구속 (소록도 봉사 5년시 집행유예)
▸UN본부를 판문점으로 이전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건국수당 매월 70만원씩 지급(어버이연합 제외)결혼수당 남녀 각 5,000만원씩 지급 (재혼시 1/2지급삼혼시 1/3)출산수당 출산 시마다 3,000만원씩 지급▸국회의원 출마자격 고시제 실시 - 국회의원 1/3로 감원
▸정당정치 해산하고 국회의원들이 무보수 명예직으로
▸몽골과 국가 연합
▸바이칼 호수 서울시 공급
▸만주땅 국고 환수
▸독도 간척사업으로 일본 근해 500미터 앞까지 영토 확장

“내 일찍이 관심법으로 그들이 나의 무공을 따르게 될 것을 읽고 있었느니라.”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재명공자의 기본공은 기본소득공, 기본주택공, 기본금융공의 3장으로 이뤄져 있는데 갈수록 교주님의 기본공과 무상초식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지. 내가 일찍이 창안했던 신혼부부1억원지원공만 해도 그렇네. 과거엔 강호 백성들이 잘 몰라서 황당하다했지만, 저출산고령화의 재앙을 직접 겪고 나더니 달라지지 않았는가. 결국 내 무공의 진가를 강호 백성들부터 알아보기 시작한 거지. 그러니 재명공자며 나찰수 따위가 내 무공을 흉내내려고 저리 안달인 게 아닌가."

영 아닌 말도 아니다. 그가 무림 비무에 첫 출전한 건 무력 1991년. 한양성 은평관 의원 비무때였다. 그 후 이번까지 여덟 차례 비무대회에 출전했다. 그런 그가 정작 무림에 이름을 알린 건 무력 1997년 15대 무림지존 비무대회다. 그는 기본공, 무상권법, 국가배당검법 등 다양한 무공을 창시했다. 강호의 선남선녀에게 각 5천만냥씩 혼례수당을 지급한다, 출산할 때마다 3천만냥씩 출산 수당을 준다, 연애 수당도 매달 20만냥씩 준다며 터무니없이퍼주기초식을 펼쳤다. 공중부양술과 축지법에 달통했고 외계인 절정고수와도 통한다며 믿거나말거나공을 퍼뜨리기도 했다.

정통 무림인들은 그를 손가락질하며 그의 공약을 사술이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강호엔 그를 추종하는 무인들이 대거 늘어났다. 급기야 무림의 양대 거대 문파 더불어당과 국민의방 마저 그의 무공을 흉내내고 있다.

허본좌의 퍼주기무공은 시간이 갈수록 위력이 강해지고 있다. 지존 비무에 첫 출전한 무력 97년 그의 군세(群勢=지지율)는 3만9055표(0.15%)에 그쳤다. 10년 뒤인 2007년엔 9만6756표(0.45%)로 늘었다. 10년의 출전 금지가 풀린 뒤 다시 출사표를 던진 이번 20대 지존 비무. 그의 약진은 더 놀랍다. 몇몇 무림 민심 조사에선 나찰수 윤석열과 재명공자에 이어 4.7%로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자 그는 요즘 사자후를 터뜨리고 있다.

"보라. 강호 백성들이여. 내 군세가 비행기처럼 수직 상승하고 있다. 재명공자와 나찰수가 지존좌를 노린다면 먼저 내 칼에 물어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허본좌의 심기는 요즘 불편하다. 지존 비무에서 그는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그를 지존 비무 후보에 정식으로 넣어주는 곳이 거의 없다. 군세가 1%도 안 되는 호호선생 김동연은 각종 무림 민심 조사에 넣어주지만 그에게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그는 이런 불공평이 곧 고쳐질 것이라고 믿는다. 당장 그의 목표는 곧 열리는 전시(電視=TV) 토론비무에 참석하는 것이다. TV 토론비무는 사실상 지존좌를 결정짓는 최대 승부처다. 무림법상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이 5% 이상이어야 참석이 가능하다.

"만일 나를 빼고 TV토론비무를 펼친다면 이번엔 강호 백성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

결국 나는 이번 TV 토론비무에 기필코 참석할 것이다. 아무렴. 그 때가 되면 강호 백성들은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천하의 모든 퍼주기무공의 원류가 누구인지. 원조 퍼주기초식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당장 준비된 초식만 33가지. 나는 이를 '혁명공약'초식이라 부른다. 18세 이상 백성에게 코로나역병 생계지원금 1억원 지급, 국민배당금 매달 150만냥 지급, 전업 주부 수당 1억냥, 노인 수당 매달 70만냥 지급은 기본 중 기본이다. 무림의원을 100명으로 줄이고 양대 정당 문파를 폐지하며, 수능과 징병제도 없앨 것이다. 지금도 나의 이런 초식을 비웃는 자들이 있다. "퍼주기초식으로 무림을 희화화한다"며. 웃기는 소리다. 30년 전에도 나를 그렇게 비웃던 자들이 있었다. 지금은 어찌 됐나. 그런 자들이 앞장 서 "허본좌 무공을 베끼자"며 호들갑을 떨고 있지 않은가.

뭐 최악의 경우 내가 TV 토론 비무에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차기 지존좌도 물 건너 갈 수 있다.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역병 지원금 50조냥 퍼주기초식을 펼치는 나찰수 윤석열이나 기본소득·대출·주택 초식을 자신의 성명절기라며 뽐내는 재명공자, 모두 내 퍼주기무공을 베끼고 흉내낸 자들이다. 그러니 누가 이긴들 어떠랴. 훗날 강호의 역사는 20대 무림지존 비무를 내 수제자들끼리의 경쟁이라고 평가할 것이다. 말하자면 나 허본좌의 후계 경쟁이랄까. 껄껄껄…. 그리 보면 나야말로 명실상부한 지존 중 지존인 셈이지. 허본좌의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이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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