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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적진서 윤석열 돕는다…민주당 출신들의 변심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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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오른쪽)과 김병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제20대 대통령선거 D-90일인 9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2016년 총선 때 민주당 비대위 대표였고, 김병준 위원장은 노무현 청와대의 정책실장이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오른쪽)과 김병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제20대 대통령선거 D-90일인 9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2016년 총선 때 민주당 비대위 대표였고, 김병준 위원장은 노무현 청와대의 정책실장이었다. 연합뉴스

김종인, 김병준, 김한길, 금태섭, 이용호, 박주선, 김동철, 조경태.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과거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거나 민주당 정부에서 일했던 인사들 명단이다. 이들은 ‘과거의 적진’에서 ‘과거의 아군’을 상대로 선거전을 벌이게 된다. 2012년 대선 때 한광옥 민주당 전 상임고문과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외곽에서 선거를 도운 경우는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선대위 주요 보직을 맡아 전면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돕는 모습은 이례적이다.

“친문 패권주의에 다 같이 분노”

국민의힘 선대위에서 전략기획실장을 맡은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친일파니, 토착왜구니 하는 민주당 문화에 다들 진저리나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그렇게 많아진 건데, 과거 민주당 소속이었다고 그런 생각에 공감을 못 하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선대위에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다수 참여한 데 대해선 “‘친문 패권주의’라는 게 편 가르기 해서 우리 편은 뭘 해도 옳고 상대방은 공존할 수 없는 적으로 보는 이중잣대, 내로남불인데 이에 다 같이 분노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금태섭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실장. 금 실장은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에 기권표를 던져 당론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민주당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민주당을 탈당했다. 뉴스1

금태섭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실장. 금 실장은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에 기권표를 던져 당론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민주당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민주당을 탈당했다. 뉴스1

실제로 국민의힘 선대위에 이름을 올린 민주당 출신 인사 다수는 이른바 ‘친문 패권주의’ 때문에 민주당을 떠났다. 김종인 국민의힘총괄선대위원장은 2016년 총선 때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았지만, ‘친문’ 인사들과의 갈등으로 탈당했다. 김한길·박주선·김동철 전 의원은 ‘친문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 퇴진을 요구하다 2015년 탈당해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원조 친노(친 노무현)’였던 조경태 의원은 친문계와 각을 세우다 2016년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금 전 의원은 지난해 10월 “민주당은 예전의 유연함과 겸손함, 소통의 문화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는 글을 남기고 탈당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에 기권표를 던져 당론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민주당으로부터 징계를 받고, 재심을 청구해도 아무런 답이 없자 내린 결정이었다. 그는 8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기본 소득 정책을 비판했던 이상이 제주대 교수가 당원 자격정지 8개월 징계를 받은 것을 언급하며 “그 이후로도 달라진 것은 없다”고 썼다.

민주당을 떠나 국민의힘에 참여한 이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건 “현재 민주당은 과거 민주당과 같지 않다”였다. 박주선 전 의원은 “민주당의 핵심은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신인데, ‘친문 패권정당’이 되며 많이 변질했다”고 말했다. 그는 “운동권 정부가 결국 무능한 정부인 것이 확인돼 정권교체가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며 “선국후당(先國後黨·나라가 먼저, 당은 다음)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에 입당하진 않아도 정권교체를 위한 선대위엔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과 김동철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윤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박 전 부의장과 김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 소속으로 동교동계 출신 인사다. 국회사진기자단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과 김동철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윤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박 전 부의장과 김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 소속으로 동교동계 출신 인사다. 국회사진기자단

“패권주의가 ‘뺄셈의 정치’로 나타나”

민주당 출신 인사까지 포용하는 선대위 구성은 윤 후보의 애초 구상이기도 했다. 윤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인 지난 6월 윤 후보 측 이동훈 당시 대변인은 “보수, 중도, 진보,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탈진보 세대까지 아우르겠다”고 말했다. ‘반문(반 문재인) 빅텐트’를 치겠다는 의미였다. 김병민 선대위 대변인은 “윤 후보가 국민통합을 강하게 강조해왔고, 극단적으로 분열된 국민을 통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김한길 전 의원이 위원장을 맡는 새시대준비위원회를 설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선대위로 간 민주당 출신 인사들을 “철새”라고 비판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금태섭, 철새정치인 인증”이라며 “민주당 탈당하기 전 인권과 진보를 언급하던 건 역시 철새 쇼였다”고 썼다. 민주당 전북 남원·임실·순창 지역위원회는 8일 이용호 의원을 “눈앞에 보이는 유불리로 오락가락하는 철새 정치인”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최근 입당한 이용호 의원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이 의원은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천년민주당, 민주통합당) 당적으로 17대, 19대 총선을 도전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최근 입당한 이용호 의원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이 의원은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천년민주당, 민주통합당) 당적으로 17대, 19대 총선을 도전했다. 국회사진기자단

하지만 민주당 내부적으론 위기감도 있다. 특히 이 의원이 국민의힘 입당을 결정했을 때 충격이 컸다고 한다. 이 의원의 국민의힘 입당설이 돌자 송영길 민주당 대표뿐 아니라 이재명 후보까지 이 의원에게 전화해 “대선이 끝나면 남원·임실·순창 지역위원장 자리를 주겠다”며 설득했다는 전언이다. 이 의원의 민주당 복당 신청에 그동안 민주당은 거부해왔다.

이 의원은 “민주당의 포용성 부족, 패권주의, 순혈주의는 권력의 오만함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오만함이 걸림돌이 되는 사람을 배제하는 ‘뺄셈의 정치’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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