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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주안의 직격인터뷰

"낙관적 전망,조급증에 준비없이 '위드 코로나' 진행이 패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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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강주안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이 코로나19 확진자 추세를 설명하고 있다. 서울 의대를 나온 이 이사장은 신종 플루ㆍ메르스 등 감염병 대응의 일선에서 활동해왔다. 김상선 기자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이 코로나19 확진자 추세를 설명하고 있다. 서울 의대를 나온 이 이사장은 신종 플루ㆍ메르스 등 감염병 대응의 일선에서 활동해왔다. 김상선 기자

 질병관리청 감염병 전문가위원 등 코로나19관련 여러 정부 기구에 참여하고 있는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을 지난 9일 오후 만났다.그의 병원 집무실에서다. 확진자가 7175명, 위중증 환자 840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날이다.
이날도 정부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그는 "정부도 잘하려 하다가 이렇게 된 것 아니겠느냐"면서도 총체적 난국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인터뷰 도중 행정안전부와 화상회의를 위해 자리를 떴고,돌아와서는 "코로나 사태가 최소 2년은 더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의 분위기는 어땠나.
지금 심각하니까…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대형 쓰나미가 두 방향에서 몰려오는 형국이다. 5차 대유행이 하나고 오미크론 변이가 다른 하나다. 퍼펙트 스톰이다. 확진자 그래프를 보면 작년과는 비교도 안 된다.
오미크론의 심각성은.
돌기 변이 구조상 델타보다 세 배의 전파력이라고 볼 수 있다. 전파력이 강하니 독성이 약하다는 얘기를 하지만 더 지켜봐야 한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시행이 잘못된 것인가.
하루 확진자가 1만명이 나와도 문제가 없는 구조를 먼저 만들었어야 했다. 낙관적 전망에 근거해 조급하게 성과를 내려다 이렇게 됐다. 위중증 환자가 예상보다 너무 많이 는다. 감당이 안 된다. 위드 코로나로 가려면 중환자실 시스템부터 준비해야 한다.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체계적으로 준비를 안 한 게 패착이다.
가장 큰 문제는.
당연히 이런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정리해놨어야 한다. 그게 없다. 중환자가 넘치면 2안, 3안이 있어야지. 결국 대학병원에 행정명령 내려서 무조건 더 비우라 하는 길밖에 없다.
재택치료는 어떤가.
필연적으로 늘어난다. 하루 1만명이면 7만명, 5000명이면 3만 5000명이 재택 치료를 받아야 하는 데 시스템 준비를 하나도 안 했다. 치료라는 이름은 붙였는데 합당한 내용을 갖추지 못했다. 우리 병원에서 선제적으로 10월 15일부터 재택 치료 센터를 운영했다. 의료진이 많이 필요하다. 전담병원마다 알아서 100명씩 맡으라 하는 식으론 곤란하다. 환자 보는 것만도 벅찬데 재택 치료까지 하긴 어렵다.
가장 큰 걱정은 무엇인가.
코로나는 일반 폐렴과 양상이 다르다. 일반 폐렴은 증세가 나타난 다음에 폐가 상하는데 코로나는 증상 없이 폐가 먼저 망가진 다음에 뒤늦게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니 엑스레이를 찍어봐야 한다. 재택 치료는 시스템이 없다.
또 어떤 문제가 있나.
백신 전략도 안 돼 있다. 요양병원 노인들이 3월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4개월 지나면 효과가 급격히 약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으니 위드 코로나를 시작하기 전에 부스터 샷을 접종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중환자실이 미어터지지는 않았을 거 아닌가. 청소년도 마찬가지다. 숫자에 함몰된 데 함정이 있었다. 지금 20%가 안 맞았는데 그것만 해도 1000만명이다. 싱가포르가 580만 인구에 하루 확진자가 5000명을 돌파했다. 우리 미 접종자만 따져도 싱가포르 인구의 두배다.
한동안  K방역을 자랑했다.  
난 처음부터 자화자찬할 상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메르스 사태를 겪어 다른 나라보다 500m 앞에서 출발했으니 앞서가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이번 사태는 마라톤인데 초반에 오버페이스하면 완주도 어려운 이치다. 장기전에선 전략과 시스템으로 승부가 난다.
정부가 “짧고 굵게” 같은 얘기를 했다.  
메르스처럼 생각하고 이번만 넘기면 상황이 끝날 거로 착각해온 거다. 처음부터 말했지만 코로나19는 단기전ㆍ기동전이 아니고 장기전ㆍ진지전이다. 모두가 끝나기를 바라니 희망을 얘기한 거다. 희망 고문은 위험하다. 베트남 전에서 포로가 됐다 살아 돌아온 미군(제임스 스톡데일) 증언을 상기해보자. 오래 수감될 거라 각오하고 버틴 사람들은 살아서 귀환했지만 '성탄절에 풀려날 거다' '부활절에 포로 교환할 거다' 기대한 사람들부터 죽었다.

이 이사장은 청와대가 “곧 끝난다”고 한 직후인 지난해 3월 “이번 팬데믹은 결코 올해 안에 안 끝난다”고 주장해 주목받았다.

당시 어떤 근거로 장기화 주장을 했나.
메르스는 열이 날 때부터 전염력이 있으니 환자가 전파력이 생기면 돌아다니지 않는다. 코로나19는 증상이 없을 때 전파력이 세다. 그러니 끝도 없이 퍼질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어떤 지점에 와있나.
이번 5차 대유행은 시즌 1의 마지막 회가 아니라 오히려 시즌 2의 첫 회다. 불행히도 앞으로 최소 2년 이상 지속할 코로나 팬데믹 시즌2가 연착륙이 아니라 매우 험난한 경착륙으로 시작하는 게 안타깝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전혀 다른 기승전결로 가야 한다. 시즌 1 때는 무기가 카빈총 뿐이었다. 검사와 격리가 전부다. 시즌 2는 백신과 치료제라는, M16과 수류탄을 갖게 됐다.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 대략 2년, 길게 보면 3년도 갈 수 있다. 아직까지 전 세계 인구의 45%가 백신을 한 차례도 맞지 못했다. 코로나 종식이라는 말이 나올 수 없다.
3T(추적ㆍ검사ㆍ치료)는 유효한가.
처음부터 4T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리아제(triageㆍ중증도 분류)가 시급하다. 시즌 2에선 이게 더 중요하다. 신속히 분류해 중증만 병원에 보내야 한다. 우린 아직도 제대로 못 하지만 중국이 초기 두 달 만에 확진자를 분석해 특성을 발표했다. 80%가 무증상 또는 경증이고 15%가 모더레이트, 그리고 5%가 위중증이다. 이 80대 15대 5의 트리아제로 대처하면 코로나 환자가 많아져도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 의료 역량은 5%를 빨리 가려내 치료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나머지 95%가 병원에 몰려오면 우린 다 망한다. 그런데 지금 이 분류 체계도 제대로 안돼 있다.
거리두기 강화로 막을 순 없나.
이젠 치료와 관리의 시간을 버는 의미일 뿐 박멸이나 소멸이 목적이 아니다.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람들도 변한다. 요즘 증세가 나타나면 자가진단 키트로 혼자 검사하고 집에 조용히 있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더 나쁜 경우는 이렇게 진단을 하고도 정상 생활을 하면서 주변 사람이 확진되면 마치 2차 감염자 행세를 하며 병가 내는 사례도 들었다. 모두가 달라지고 있다. 이제 거리두기를 강화해도 확 줄긴 어렵다. 차단 전략이 메인이 될 수 없다.
위중증 환자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이젠 병원이 듀얼 트랙으로 가야 한다. 모든 병원이 상설적으로 감염병과 비 감염병 진료 체계를 병행해야 한다. 지금 판단으로는 2대 8 정도가 적정해 보인다. 그동안 공공병원 몇 개에만 코로나 환자 맡기고 일반 병원은 받지 말라고 해왔다. 팬데믹이 지나도 감염병 대응력을 갖춰야 한다. 체육관으로 모는 건 동의하지 않는다. 국립중앙의료원이나 서울의료원을 코로나 전담으로 하는 방안은 학회에서 얘기한 거다. 일단 환자를 모아서 치료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 이제 몇 명이 확진되든 핵심은 위중증 환자에 집중해야 한다. 불필요한 의료 역량이 낭비되지 않아야 한다. 위중증을 초기에 잘 선별해서 빼주고 맨 아래에 재택 치료시스템이 돌아가야 한다. 시스템 붕괴가 가장 위험하다. 체육관에 불이 나면 불 때문에 죽는 사람보다 공포에 질려 달아나다 넘어지고 밟혀서 희생되는 사람이 더 많은 것과 같은 이치다.
재택 치료자가 계속 늘 텐데.
병원도 차고 생활치료센터도 차서 이제 중증 환자가 재택 치료로 밀려난다. 위중증 이환에 제일 위험한 시간이 초기 1주일인데 급속히 나빠지는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지금 재택 치료는 기본 모니터링만 하는 거다. 7일 동안 전화 상담하는데 문제는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면 빨리 개입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다.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고 숨이 차다고 하면 구급차 보내달라고 하는데 너무 바쁘니 못 간다. 구급차가 데려갈 병원도 없다. 그러니 집에서 대기하라고 한다. 그러다 잘못될 수 있다. 오프라인 치료가 연결돼야 한다. 그런데 엑스레이를 찍으려고 해도 확진자가 병원까지 어떤 수단으로 오고 갈지도 문제다. 방문치료나 모빌리티 클리닉(엑스레이 등을 싣고 찾아가는 진료)도 시스템이 안 돼 있다. 지금 재택 치료는 콜센터 이상 기능을 못 한다.
청소년 접종이 논란이다.  
백신의 신뢰성과 효용성에 대한 반감인데, 발생 그래프를 보면 청소년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전파도 훨씬 빠르다. 맞아야 한다. 우리 아들도 고등학생인데 설득해서 2차 접종까지 마쳤다. 여러 반론을 얘기하더라. 확률상 맞는 게 유리하다고 수치로 설득했다. 간염 백신 등 다 맞지 않나. 모든 백신은 부작용이 있다. 맞는 편이 모든 면에서 훨씬 낫다.
돌이켜 볼 때 가장 아쉬운 대목은.  
요즘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 떠오른다. 한번 왜군이 물러갔는데 우리는 대비를 하지 않고 당파싸움을 하고 이순신을 가뒀다. 정유재란이 일어나니 초반부터 대패했다. 이번 위기에 잘못 대처하면 조선군이 초토화된 칠천량 해전이 되는 셈이다. 코로나 전쟁 와중에 정부와 의료계 갈등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엄중한 시기에 10년 뒤에 결과가 나오는 공공의료와 의대 정원을 두고 싸운 게 말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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