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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선택지 “Yes or Ye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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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현철 기자 중앙일보 사회디렉터 兼 시민사회연구소장
최현철 정책디렉터

최현철 정책디렉터

요즘 방역 패스를 둘러싼 논란을 보고 있자면 걸그룹 트와이스가 2018년 내놓은 ‘Yes or Yes’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네 마음을 몰라 준비해봤어/ 하나만 선택해 어서 YES or YES?”

청소년 방역은 여전히 권고 사항이라면서도 내년 2월부터 학원과 독서실에도 방역 패스 없이 못 가게 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노래 가사와 닮았다. 젊은 남녀의 사랑 고백이라면 당돌해도 달콤할 텐데, 방역 패스 정책은 음험하고 불편하다. 아이들의 미래를 두고 정부가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이 선택권을 박탈할 태세이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패스 없이 학원 못 가
“청소년 접종은 선택”에서 돌변
부작용 걱정하는 국민 설득 없어

지난 7월 고3인 둘째 딸이 백신 접종 의사를 묻는 가정통신문을 들고 왔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본인 접종은 주저 없이 선택한 기자와 아내는 아이 접종을 놓고는 고민을 거듭했다. 새로운 백신 플랫폼인 데다 개발 기간도 유독 짧은 이 백신이 장래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아이 미래를 걸고 함부로 결정할 수 없었다. 결국 우리 부부는 아이 접종을 포기했다.

그런데 나름 치열했던 고민은 바로 다음 날 허탈함으로 바뀌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나 빼고 다 맞는대”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고3 접종도 분명 강제가 아닌 선택이지만 미접종자는 별도 고사장을 배정할지 모른다는 예측에 대부분의 부모가 손을 든 것이다. 아직 가능성 단계를 벗어나지 않은 불안감에 비해, 우리 아이만 낯선 환경에서 중요한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당장의 구체적 불이익이 너무 커 보였다. 결국 다음날 우리는 학교 보건 선생님께 사정해 접종 리스트에 아이 이름을 올렸다.

김회룡기자

김회룡기자

방역 당국은 올 초 백신을 처음 들여올 당시 19세 이하 청소년은 “백신 안전성에 대한 임상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접종 대상에서 뺐다. 지난 9월, 코로나19예방접종추진단이 4분기 접종 계획을 발표할 때도 소아·청소년에게는 ‘자율 접종’을 권고했다. “12~17세의 백신 접종시 이득이 미접종시보다 월등히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홍정익 예방접종관리팀장), “기저질환이 없는 청소년은 코로나에 감염돼도 무증상이거나 경증이 대부분이어서 개인적 이득이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은화 위원장)는 게 추진단 관계자들의 일관된 설명이었다.

그런데 석 달 만에 말이 바뀌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일 공동 담화에서 “최근 예방접종의 이득이 커지고 있다”며 소아·청소년의 백신 접종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그리고 이틀 뒤  방역 패스를 내년 2월부터 독서실과 학원에도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명목상으로는 권고지만 사교육 참여율을 고려할 때 사실상 강제 시행인 셈이다.

당국자들은 아이들이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근거로 “접종 편익이 커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예방접종의 이득이 그렇게 시시각각 달라지는 것일까. 방역 당국은 편익을 산정하는 방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면밀한 검토도 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뭘 근거로 편익이 커졌다는 것일까.

최소한 백신 자체의 효능이 월등히 좋아지거나, 부작용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편익이 커질 수 있는 길은 사회적 여건이 변해 안 맞았을 때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우밖에 없다. 실제로 12~17세의 경우 10만명당 확진자가 11월 2주차에 195.6명에서 12월 첫 주에는 287.7명으로 늘었고, 이 숫자는 성인보다 높다. 백신을 맞으면 감염 가능성이 작아지니 편익이 증대한다는 셈법은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게 빠졌다. 감기처럼 걸려도 잠깐 앓고 지나간다면 감염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12월 6일 0시 기준 소아·청소년 위중증환자는 1명으로 전체의 0.1%도 안 된다. 감염자가 훨씬 적었던 7~8월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이 걸릴 때나 적게 걸릴 때나 아이들에게 이 병 자체는 그리 위험하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반면 방역 당국은 나이가 어릴수록 백신의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학부모들의 불안을 달래줄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부모들은 백신 부작용 걱정을 하는데, 방역 당국은 아이들이 걸릴 가능성, 실제로는 걸려서 어른들에게 전파할 가능성을 걱정하니 얘기가 통할 리가 없다.

부모들이 무턱대고 백신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요체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설득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모두 건너뛴 채 강제적 방법을 택했다. 역시 소통에는 재능이 없는 정부다.

트와이스 노래의 마지막에는 이런 대목도 있다. “하나 더 보태서 YES or YES or YES/ 골라봐 자 선택은 네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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