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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낮은 출산율, 코로나로 2025년 0.52명 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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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결혼과 출산 지연 때문에 2025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이 0.52명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통계청이 전망했다. 최악의 경우 2070년 인구가 1969년 수준인 3153만명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나왔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한 ‘2020~2070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출산율·기대수명·인구의 국제이동 등이 중간 수준(중위)으로 이어질 경우 2020년 5184만명인 인구는 2070년 3766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저위 추계에 따르면 2070년에 3153만명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코로나19 장기 영향 출산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코로나19 장기 영향 출산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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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최악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2년 전 발표된 ‘2017~2067년 장래인구특별추계’도 ‘저위 추계’가 현실에 더 가까웠다. 통계청은 당시 저위 추계로 2020년부터, 중위 추계로 2028년부터 한국의 총인구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실제로는 지난해 인구가 정점을 기록하고 올해부터 감소로 돌아선다.

통계청은 코로나19 때문에 이런 추세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내용의 코로나19 장기영향 가정 특별 추계도 함께 내놓았다. 코로나19로 인한 혼인 감소 추세가 2025년까지 계속된다면 합계출산율은 0.52명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전무후무한 저출산율인 동시에 저위 추계(2025년 0.61명)보다 더 나쁜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2022~2025년 합계출산율 전망치를 보면 저위 추계가 0.73명→0.68명→0.65명→0.61명인데, 코로나19 특별 추계는 0.69명→0.62명→0.57명→0.52명으로 더 낮다.

1960~2070년 총인구 추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960~2070년 총인구 추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고령화도 심각해진다. 2070년에 갓난아기부터 가장 나이가 많은 노인까지 줄을 세우면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람(중위연령)이 62.2세일 것으로 추산됐다. 경제활동 인구보다 노인이 더 많은 나라가 되는 셈이다. 김수영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국제 순 유입이 감소하고 혼인과 출산 감소세가 확대되면서 총인구가 올해부터 감소세로 전환됐다”며 “출산율이나 출생아 수는 향후 3~4년간 더 하락 및 감소할 것으로 보여 유소년인구와 생산연령인구 감소 폭은 더 확대되고, 고령화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미래 세대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현재 한국의 15~64세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72.1%로, 유엔 인구 추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위연령.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위연령.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러나 2070년에는 46.1%로 쪼그라들어 OECD 국가 중 가장 낮아질 전망이다. 반대로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20년 815만명에서 계속 늘어나 2049년 1901만명으로 정점을 찍는다. 노인 비중은 2070년에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46.4%에 이른다.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고령 인구를 의미하는 노년부양비는 2020년 21.8명에서 2070년에 100.6명 수준으로 증가한다. 지금은 생산연령인구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미래에는 생산연령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는 2030년까지가 마지막 기회”라며 “여야 대선 후보들도 인구 문제에 대해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공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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