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맞서려 110개국 모았다…바이든 “독재자들이 위기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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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재하는 첫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9일 개막했다. 한국·일본·대만을 비롯한 111개국이 이틀 동안 화상으로 민주주의 증진을 위한 국제협력 방안과 과제를 논의한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뿐 아니라 시민사회와 민간 분야 관계자 등 다양한 구성원이 참석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개막 연설을 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첫날 마무리 연설을 맡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때로는 취약하지만, 본질적으로 회복력이 있고, 자기 교정이 가능하고, 자기 개선이 가능하다"면서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새롭게 하기 위해선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민주 국가의 절반이 지난 10년 새 적어도 한 가지 이상 민주주의 요소가 퇴락했다는 조사가 있다"면서 사람들의 불만을 증가시키고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비칠 것을 우려했다. 그런 이유로 민주주의 국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이번 회의를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 존 루이스 하원의원을 인용해 "민주주의는 상태(state)가 아니라 행동(act)"이라면서 전 세계가 함께 가꿔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번 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월 민주주의 국가들을 모은 정상회의를 개최하겠다고 예고한 뒤 10개월 만에 열린다. 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체제에 맞서 민주주의 체제의 우월함과 단결된 힘을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중국 인권탄압 등을 문제 삼아 베이징 겨울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것과 개막 전날 미 하원이 '위구르족 강제노동 방지법안'을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도 이와 맞물려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독재자들은 자기의 힘을 발전시키고 영향력을 세계로 확장하고 억압적인 정책과 관행은 오늘날의 난제를 해결하는 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정당화한다"고 비판했다.

바이든은 국내적으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과 지지자들의 지난 1월 6일 국회의사당 점거로 드러난 민주주의의 후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대외적으로는 '미국이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통해 미·중 전략 경쟁에서 세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곳 미국에서는 민주주의를 갱신하고, 민주주의 제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 못지않게 잘 알고 있다"면서 "미국 민주주의는 우리의 분열을 치유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쟁"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정상회의 핵심 의제를 권위주의에 대한 방어, 부패 척결, 인권 존중의 증진으로 잡았다. 국제사회가 직면한 도전과제에 맞서기 위해서는 법치와 인권, 기본적 자유, 젠더, 평등으로 무장한 민주주의가 더 적합하다는 주장도 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모범으로 이끌 것"이라며 인종 차별 개선과 성 평등, 노동권, 투표권 관련 과제 등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내부고발자 보호, 반부패 노력, 공정한 선거 등을 지원할 계획도 밝혔다. 내년 하반기에 두 번째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대면 방식으로 열어 각국의 약속 이행을 점검하겠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재하고 각국 정상이 참여하는 본회의에 이어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주재하는 회의가 열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부패 방지·예방 등 주제별 토론도 이어진다.

10일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개막 연설을 시작으로 인권 보호, 권위주의에 맞선 민주주의 강화, 디지털 권위주의 방지와 민주주의 가치 제고 등을 토론한다.

이번 회의에 대해 중국은 특히 대만이 초청국 명단에 포함된 것과 관련, "대만 독립 세력을 부추기지 말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전형적인 냉전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폴란드·필리핀·인도·파키스탄 등 논란이 있는 나라들을 미국의 편의에 따라 포함시켰면서 '손쉬운 비판거리'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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