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자릿수 오른 중국 ‘공장 물가’…'인플레 수출'까지 이어질까

중앙일보

입력 2021.12.09 18:20

지난 8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헝다 그룹이 건설한 한 쇼핑몰에서 한 노동자가 짐을 운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8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헝다 그룹이 건설한 한 쇼핑몰에서 한 노동자가 짐을 운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 성장 동력은 빠르게 식는데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서다. 생산자물가는 석 달 연속 두 자릿수 상승했다. 소비자물가도 15개월 만에 가장 높게 올랐다.

9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년 전보다 12.9% 올랐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6년 이후 최고치였던 지난달(13.5%)보다는 낮아졌지만, 역대 2번째로 높은 수치다. 블룸버그 통신(12.1%)과 로이터통신(12.4%)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보다 높았다.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이다.

중국 PPI는 지난 5월 이후 급등했다. 해외 원자재값 상승과 자국 내 석탄 생산 감축, 홍수 등 이상 기후에 전력난까지 겹친 탓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자국 내 석탄 증산과 원자재 매점매석 단속 등 가격 안정 정책을 펼쳐왔다.

중국 당국은 PPI 급등세가 다소나마 꺾인 데 의미를 부여했다. 둥리쥐안(董莉娟) 국가통계국 통계사(국장급)는 “공급 안정 정책 강도가 높아진 가운데 석탄과 금속 등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의 급등세가 억제되면서 PPI 상승 폭이 다소 둔화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도 “중국 정부의 정책 효과로 PPI가 정점을 찍고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업종별로 뜯어보면 가격 상승 압박이 여전해서다. 연료·동력이 43.8% 급등했고 비철금속(24.7%)과 화공원료(25.1%), 건축자재(14.8%) 등이 고루 올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에도 기대보다 가격 둔화 폭이 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저우하오(周浩) 코메르츠방크 선임 이코노미스트도 로이터에 “PPI가 정점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있지만, 향후 둔화 속도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치솟은 ‘공장 물가’는 ‘시장 물가’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2.3% 올랐다. 지난해 8월(2.4%)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시장 예상치(2.5%)보다는 낮았지만, 전달(1.5%)보다 0.8%포인트 뛰었다. 둥 통계사는 “계절적 요인과 비용 상승, 산발적 코로나19 등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CPI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소비자물가도 오르며 PPI와 CPI의 격차는 지난 10월 12%포인트에서 지난 11월 10.6%포인트로 줄었다. 두 지표의 격차가 줄어드는 건 생산자의 가격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싱가포르 대화은행(UOB)의 천호웨이(陳浩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공급망 병목 현상과 높은 원자재·에너지 가격 리스크가 여전하다”며 “PPI 상승이 CPI로 전이되는 현상이 가속한다면 중국의 성장 전망은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민대 산하 중국거시경제포럼(CMF)은 4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3.9%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성장세 둔화 속 커지는 물가 상승 압력으로 중국 지도부도 난감하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6일 “적극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실시해 유동성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며 경기부양 의지를 내비쳤다. 헝다(恒大)발 부동산 위기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돈줄을 풀면 인플레 압력을 자극할 수 있다.

박상현 연구원은 “중국 정부로선 부동산 기업과 건설업체 도미노 파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유동성을 공급하겠지만, 물가 안정을 해칠 수 있을 정도로 하진 못할 것”이라며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나는 내년 1분기 후반부터 부양책을 실시하더라도 물가에 부담이 되는 통화완화책보다 재정 확대 정책을 선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담이 커지는 곳은 중국만이 아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물가 오름세는 이미 커지는 각국의 인플레 압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상품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4.7%였다. 중국이 인플레이션까지 수출할 수 있는 셈이다.

자산운용사 노이버거버먼의 에릭 크누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변화가 향후 몇 년 동안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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