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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이스라엘은 닮은꼴. 국방과 과학인재 양성 별개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인터뷰] 이스라엘 경제통상산업부 차관 야이르 골란 

야이르 골란(Yair Golan) 이스라엘 경제산업부 차관이 서울 종로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야이르 골란(Yair Golan) 이스라엘 경제산업부 차관이 서울 종로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스라엘의 별명 중엔 ‘스타트업(Start-up) 내이션’또는 ‘창업국가’라는 표현이 있다. 인구 930만 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이지만, 미국ㆍ중국에 이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이 세계에서 셋째로 많을 정도로 창업 생태계가 잘 만들어져 있어 생긴 이름이다.  대학과 연구소의 연구ㆍ개발(R&D)이 기술이전이나 창업으로 잘 이어진 때문이기도 하지만, 군부대 또한 엘리트 창업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탈피오트가 대표적이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뛰어난 과학영재들이 모이는 과학부대다. 입대 후 사관후보생 신분으로 히브리대 등에서 학부 학위과정을 밟고, 이후 이스라엘 정예ㆍ핵심부대 곳곳에 배치돼 최소 6년간 군 복무를 한다. 이들의 주임무는 신무기 개발이나 기술지원 등이다. 학사 학위를 마치면 장교 신분으로 히브리대나 와이즈만연구소 등에서 석ㆍ박사 과정을 밟을 수 있다. 이들이 사회에 나와 창업한 기업들이 이스라엘 창업 생태계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 7월 이스라엘 경제통상산업부 차관에 취임한 야이르 골란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고교 졸업 직후인 1980년 이스라엘 방위군(IDF)에 입대했고, 군복무 중 한국의 KAIST에 해당하는 텔아비브공대와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공부했다. 그는 이후에도 군에 남아 다양한 전투부대를 거쳐 2008년 북부지역사령관, 2014년 참모차장에까지 올랐다. 지난해 이스라엘 국회인 크네셋의 의원을 거쳐 지난 7월 경제통상산업부 차관에 취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한가운데이지만, 내년 양국 간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벤처투자협력 등을 위해 방한한 골란 차관을 최근 중앙일보가 만났다.

이스라엘

 이스라엘

국무총리:나프탈리 베네트
인구:930만 명
면적: 2만2145 ㎢
수도:예루살렘
1인당 GDP: 4만336 달러
정부수립:1948년 5월14일(영국서 독립)

골란 차관은 탈피오트를 대표적 사례로 들며 “이스라엘에서 국방과 과학 엘리트 양성은 별개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한국과 이스라엘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심각한 미사일 위협과 잠재적인 대량 대량살상무기(WMD)의 공격에 직면한 지구상에서 둘 뿐인 민주주의 국가”라고 표현했다. 로켓방어 시스템 아이언돔이 이스라엘 방위군 엘리트들과 방산기업 라파엘이 개발해낸 작품이다. 그는 “탈피오트 외에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특수부대가 많지만, 군사기밀이라 거론하기 어렵다”며 “적어도 이스라엘의 젊은 남녀들이 군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놀라운 재능을 키워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ㆍ개발(R&D) 투자에서 한국과 매년 1ㆍ2위를 경쟁한다. 이스라엘은 한국이 겪고 있는 ‘성과없는 R&D’ 또는 ‘R&D 패러독스’문제는 없을까. 골란 차관은“적어도 이스라엘 안에서는 R&D 패러독스라는 표현을 찾아볼 수 없다”며“이스라엘의 주요 대학이 혁신기술의 원천이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이스라엘에 R&D센터를 설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요격미사일(왼쪽), 아이언돔 시스템 개요도(오른쪽) [중앙포토]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요격미사일(왼쪽), 아이언돔 시스템 개요도(오른쪽) [중앙포토]

골란 차관은 한국과 이스라엘의 산업은 경쟁이 아닌 상호보완 관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이스라엘은 최첨단 혁신기술에, 한국은 독자적인 기술 제조와 글로벌 마케팅에 강점이 있다”며“이런 이유로 우리는 양국의 상호 이익을 위해 더 깊은 관계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기아차의 미니밴 카니발을 타는 한국차 애호가이기도 하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내년 수교 60주년을 맞는다. 골란 차관은 양국의 깊은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두 나라 모두 1948년 말 그대로 잿더미에서 일어났으며, 적국에 둘러싸인 점과 천연자원이 없이 인적 자원만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했다”며“지정학적 위협 환경에도 근래 자주독립국가로 자생한 고대 민족”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은 지난 5월 이스라엘과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했다. 골란 차관은“이스라엘이 아시아 국가와 체결한 첫 번째 FTA이자 대한민국이 중동 국가와 체결한 첫 번째 FTA”라며 “이번 FTA로 한-이스라엘 교역이 수억 달러 증가하고 양국 간 경제에 더욱 긴밀한 협력과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올해 새로운 변혁기를 맞고 있다. 13대(1996~1999)와 17대 총리(2009~2021.7)를 역임한 역대 최장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72)가 올 7월 물러나고, 40대 기업가 출신인 나프탈리 베네트(49) 총리가 취임했다. 이스라엘 제3의 도시 하이파에서 태어났지만, 히브리 대학 졸업 후 미국 뉴욕으로 이주, 1999년 사기 방지 정보통신(IT) 기업 사이오타를 설립했다. 2005년에는 회사를 1억4500만달러에 매각하면서 백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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