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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장관·보훈처장, 대일선전포고 80주년 축사 거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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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국방부 장관과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이 오는 10일 서울 용산 백범기념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일 선전 포고 80주년 기념식’의 축사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군의 뿌리인 광복군이 연합군의 일원이 되는 역사적인 날을 기념하는 자리여서 정부가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이번 기념식을 주관하는 한국광복군기념사업회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국방부와 보훈처에 서 장관과 황 처장 명의의 축사 요청 공문을 보냈지만, 최근 양측으로부터 “축사가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와 관련, 이형진 광복군기념사업회장은 중앙일보에 “며칠 전 국방부 관계자가 전화로 연락이 와서 일본과의 관계 등을 이유로 서 장관이 축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에 따르면 보훈처의 경우 축사 거부와 관련해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광복군기념사업회는 이번 기념식이 80주년인 데다가 보훈처가 행사를 후원하는 유일한 정부기관인 만큼 황 처장의 참석도 요청했지만, 보훈처는 이 역시 다른 일정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고 한다.

오는 10일 열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일 선전 포고 80주년 기념식'을 주관하는 한국광복군기념사업회가 지난달 10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을 수신자로 해서 각 기관에 보낸 공문. 사진 한국광복군기념사업회

오는 10일 열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일 선전 포고 80주년 기념식'을 주관하는 한국광복군기념사업회가 지난달 10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을 수신자로 해서 각 기관에 보낸 공문. 사진 한국광복군기념사업회

보훈처에선 장ㆍ차관급인 황 처장과 이남우 차장 대신 국장급인 이성춘 서울지방보훈청장이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이날 광복군가 연주 등 기념 공연을 위한 국방부 군악대와 중창단 지원 요청은 받아들였다.

이와 별도로 광복군기념사업회는 육ㆍ해ㆍ공군사관학교와 육군3사관학교, 학생군사학교(ROTC)에 생도 대표들의 기념식 참관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답변을 보낸 곳은 육사뿐이라고 한다.

이 회장은 “육사 측은 코로나19 확산 등 방역을 이유로 기념식 참관이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임시정부의 국군인 광복군의 이름을 세계에 떨친 역사적인 의미를 기리는 날에 정작 직계를 자처하는 우리 군에서 이런 대우를 받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76주년 광복절을 이틀 앞둔 지난 8월 13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을 찾은 군 장병들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숙원이었던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성립 전례식이 중국 충칭에서 거행되는 모습의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76주년 광복절을 이틀 앞둔 지난 8월 13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을 찾은 군 장병들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숙원이었던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성립 전례식이 중국 충칭에서 거행되는 모습의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 장관의 축사 요청 거부와 관련, 9일 국방부는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며 “과거 사례 등을 고려해 장관 축사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보훈처는 “행사 성격이나 그간 참석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예년에도 대일 선전 포고 기념식에는 서울지방보훈청장이 참석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황 처장의 기념식 당일 ‘다른 일정’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광복군기념사업회 측은 “충분한 여유를 두고 공문으로 정중히 요청한 것은 이번 기념식이 예년과 달리 8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기 때문”이라며 “백범 김구 선생의 장손(김진 광복회 대의원)이 대일 선전 성명서를 낭독하기로 한 것도 그런 의미에서다”라고 반박했다.

◇보훈처 "처장 명의 축사" 번복

보훈처는 중앙일보 보도가 나가자 9일 오후 기자단에 "기념식에서 보훈처장 명의의 축사를 서울지방보훈청장이 대독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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