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에너지 넘치는 듀오 강소휘-유서연

중앙일보

입력 2021.12.09 07:12

GS칼텍스를 이끌고 있는 강소휘(오른쪽)와 유서연. 가평=김민규 기자

GS칼텍스를 이끌고 있는 강소휘(오른쪽)와 유서연. 가평=김민규 기자

'쎈 언니' 느낌으로 맞췄어요." (강소휘)
"사복이 별로 없어서 언니랑 상의했어요." (유서연)

여자배구 GS칼텍스의 공수를 책임지는 ‘에너지 듀오’ 강소휘(24)와 유서연(22)이 뭉쳤다. 검은색으로 '깔맞춤'한 둘의 에너지는 코트 안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가장 어렵고 무섭다는 ‘1년 선·후배’지만 사이좋은 자매나 친구 같았다. 강소휘는 "거의 친구나 마찬가지”라며 웃었다.

GS칼텍스는 지난 시즌 프로배구 사상 처음으로 트레블(컵대회-정규시즌-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다. 그러나 올 시즌 전망이 밝지 않았다. 공격을 이끌었던 삼각편대 중 두 명이나 빠졌다. 메레타 러츠(미국)는 일본으로 떠났고,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이소영은 KGC인삼공사로 이적했다.

GS칼텍스 강소휘. [사진 한국배구연맹]

GS칼텍스 강소휘. [사진 한국배구연맹]

1라운드는 3위로 마쳤지만, 2라운드부터 저력을 발휘하며 2위로 올라섰다. 선두 현대건설(승점 36·12승1패)이 독주하고 있지만, GS칼텍스(승점 31·10승4패·8일 기준)가 바짝 추격하고 있다. 공수에서 모두 뛰어난 강소휘(득점 8위, 수비 10위, 서브 5위)와 유서연(득점 16위, 수비 6위, 서브 12위) 덕분이다.

팀의 중심이 된 강소휘는 "지난 시즌보다 순위가 내려갈까봐 걱정했다. 러츠와 소영 언니 역할이 컸는데, 두 명이 없으니까 '3위 안에만 들어도 대박'이라는 생각으로 부담을 덜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책임감은 그 전에도 항상 가지고 있었다. 우리 팀은 한 명만 잘해서는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 팀워크로 이기는 팀이다. 짐을 다 같이 나눠지고 있고, 다 같이 잘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했다.

GS칼텍스 유서연. [사진 한국배구연맹]

GS칼텍스 유서연. [사진 한국배구연맹]

2016~17시즌 흥국생명에서 뛰었던 유서연은 김해란의 보상선수로 지명돼 KGC인삼공사로 이적했다. 하지만 곧바로 오지영과 트레이드돼 도로공사로 향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는 GS칼텍스 유니폼을 입었다. 이소영의 백업으로 코트에 자주 나섰던 유서연은 올 시즌 처음 주전으로 낙점됐고, 차상현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유서연은 "처음에는 부담이 컸다. '팀에 도움만 되자'는 생각으로 뛰었다. 소휘 언니가 많이 도와줬다. 팀이 하나로 뭉쳤다"고 했다. 강소휘는 "서연이가 두세 단계 성장했다. 처음 GS칼텍스에 왔을 땐 불안해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10년차 선수 같다"며 웃었다.

유서연은 "주전 선수가 되고 싶었어도, 그게 큰 자리란 걸 알기에 마음이 무거웠다. 차상현 감독님이 지난해부터 많은 기회를 주시고 출전 시간이 늘다보니 지금은 적응한 거 같다.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둘은 고교 시절까진 서로를 알지 못했다. 2018년 발리볼네이션스리그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처음 대화했다. 유서연은 "첫 인상이 세 보였다. 쉽게 못 친해질 줄 알았는데 지금은 '찐친(진한 친구)'이 됐다"고 했다. 유서연은 "같은 포지션이지만 소휘 언니를 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많이 배우려고 하고, 서로의 플레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

블랙핑크의 팬인 강소휘의 매력은 노래 가사처럼 '착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태도'다. 때리기 어렵게 올라온 공도 연타 대신 강타로 처리한다. 강소휘는 "중·고등학생 때도 감독, 코치님들이 ‘무조건 강하게 패라’고 했다. 이젠 자신감이 생겼다. 감독님도 '페인트 넣고 반격당하기보다 네 손에서 처리하라'고 하신다. 가끔은 세팅된 토스보다 어려운 공이 더 좋다. 상대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점수가 잘 나는 것 같다"고 했다.

'서로에게 뺏고 싶은 게 있느냐'는 질문에 유서연은 "소휘 언니는 '깡'이 있다. 겁 없이 하는 플레이를 닮고 싶다"고 했다. 강소휘는 "서연이는 블로킹에 맞고 바운드가 멀리 뛸 때 따라가는 순발력이 정말 좋다. 다양한 공격 기술도 뺏고 싶다"고 했다.

디펜딩 챔피언의 압박감이 없을 수는 없다. 유서연은 "선수들끼리 지난 우승은 잊고, 새로 시작하자는 마음을 새겼다. 그래서 '우리다운 경기'를 하는 것 같다. 봄 배구를 먼저 목표로 하고, 차근차근 나아가려 한다"고 했다. 강소휘도 "봄 배구는 가야 한다. 선수들이 부상 없이 완주하는 게 목표다. 지난 시즌처럼 똑같이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강소휘는 지난 시즌 뒤 연봉 총액 5억원에 계약했다. 유서연은 내년 봄 FA 자격을 얻는다. 'FA 선배' 강소휘에게 팁을 하나 부탁했다. 강소휘는 "나는 협상을 한 번에 끝내서 알려줄 게 없다"고 했다. 유서연은 "일단 언니만큼 배구를 잘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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