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에 간도 나빠진다…10㎍/㎥ 상승에 지방간 29% 증가

중앙일보

입력 2021.12.09 06:00

업데이트 2021.12.09 07:11

중국 베이징 도로 상공을 짙은 스모그가 뒤덮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도로 상공을 짙은 스모그가 뒤덮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미세먼지 같은 대기오염이 심한 곳에 장기간 거주하면 대사성 지방간 질환(MAFLD)에 걸릴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음주·흡연을 하거나 지방이 많은 식사를 하는 경우 대기오염과 관련된 MAFLD의 발생 위험을 더 키우는 것으로 분석됐다.

간에 지방·독성물질이 쌓이면서 나타나는 MAFLD는 간경변이나 간암과 같은 말기 간 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고, 심하면 간 이식이 필요할 수도 있고,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MAFLD의 유병률은 전 세계적으로 약 25%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아시아에서는 1999~2005년 25.28%에서 2012~2017년 33.90%로 많이 증가했다.

쓰촨 대학 등 중국 연구팀과 호주 모내시 대학 연구팀은 최근 '간장학(肝腸學) 저널(Journal of Hepatology)'에 게재한 논문에서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심할수록 MAFLD 발생 위험이 커진다고 보고했다.

조사 대상 9만 명의 유병률은 20%

대기오염과 간 질환 상관 관계를 조사한 지역. 지역별 참여 인원과 대기오염 현황. [Journal of Hepatology, 2021]

대기오염과 간 질환 상관 관계를 조사한 지역. 지역별 참여 인원과 대기오염 현황. [Journal of Hepatology, 2021]

연구팀은 예비 동일집단(Cohort)인 중국 다민족 집단(CMEC)에 기반을 두고 연구를 수행했다. 2018~2019년 쓰촨·티베트 등 중국 남서부의 5개 성(省)·지역에서 등록한 30~79세 사이 성인 약 10만 명 중에서 9만 86명을 대상으로 대기오염에 대한 장기간 노출과 MAFLD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방사선 영상으로 확인된 간 지방증 ▶과체중-비만 상태 ▶당뇨병 또는 대사 조절 장애 등 3가지 항목 중 하나를 기반으로 MAFLD 유무를 진단했다. 또, 위성 원격 감지 데이터와 기상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등 대기오염에 대한 노출 정도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조사 대상의 평균 연령은 51.7세였고, 여성이 60.3%를 차지했으며, 전체 MAFLD 유병률은 20%였다.

이들이 노출된 초미세먼지(PM2.5, 지름 2.5㎛ 미만) 오염도의 중간값은 ㎥당 38.4㎍(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었다. 초미세먼지 오염도 범위는 11.5~61.59㎍/㎥이었다.
미세먼지(PM-10)는 중간값이 66.3㎍/㎥이었고, 25.7~101.2㎍/㎥ 범위였다.

극미세먼지(PM1.0, 지름 1㎛ 미만) 오염도는 중간값이 28.4㎍/㎥, 범위는 8.8~54.5㎍/㎥이었다.
이산화질소(NO2)의 경우 오염 중간값이 0.013ppm이었고 범위는 0.005~0.034 ppm이었다.

비슷한 시기인 2018년 1월~2019년 12월 서울의 대기오염도는 초미세먼지가 평균 24㎍/㎥, 미세먼지는 41㎍/㎥, 이산화질소는 0.028ppm이었다. 중국 남서부 지역의 미세먼지 오염은 서울보다는 심했고, 이산화질소 오염은 서울보다 덜한 셈이다.

초미세먼지 10㎍/㎥ 증가할 때마다 질환 29%씩 늘어

중국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구 젠궈먼(建國門) 대로 주변이 스모그에 덮여있다.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구 젠궈먼(建國門) 대로 주변이 스모그에 덮여있다. 연합뉴스

연구팀이 대기오염 물질에 대한 노출 수준과 MAFLD의 발생 확률을 분석한 결과, 3년 간 오염에 노출된 것을 기준으로 초미세먼지가 10㎍/㎥ 증가할 때마다 MAFLD 발생이 29%씩 증가하고, 미세먼지가 10㎍/㎥ 증가하면 MAFLD은 11%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극미세먼지가 10㎍/㎥ 증가할 때마다 MAFLD은 13%씩, 이산화질소가 10㎍/㎥(5.3 ppm) 증가하면 MAFLD는 15%씩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또 남성이거나 음주자, 현재 혹은 과거 흡연자, 고지방 식이를 섭취하는 사람 등은 대기오염에 노출됐을 때 다른 사람보다 MAFLD 증상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초미세먼지가 10㎍/㎥ 증가할 때마다 알코올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그룹에서는 MAFLD 발생이 19%씩 늘어난 데 비해, 저·중 정도의 알코올 섭취자는 35%씩 증가했다.
알코올을 다량 섭취하는 그룹의 경우는 초미세먼지가 10㎍/㎥씩 증가할 때마다 MAFLD를 보인 사람이 90%씩 증가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대기오염에 장기간 노출됐을 때 대사 장애 위험이 증가한다는 증거는 축적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작용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면서도 "동물실험에서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해석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흡연과 음주 피하고, 실내 운동 많이 해야

대사 성 간 질환을 예방하려면 대기오염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흡연과 음주를 피하고 실내운동을 더 많이 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마포구민체육센터 헬스장에서 시민이 운동하는 모습. 뉴스1

대사 성 간 질환을 예방하려면 대기오염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흡연과 음주를 피하고 실내운동을 더 많이 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마포구민체육센터 헬스장에서 시민이 운동하는 모습. 뉴스1

즉,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면 간의 포도당-지질 대사가 손상돼 간에서 글리코겐 저장이 줄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초미세먼지 노출은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을 유발해 비정상적인 간 기능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면 간 지방증이나 염증, 섬유증 등을 특징으로 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과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또 "(남성이 더 위험한 이유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젠이 대기오염의 위험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며 "해로운 생활 습관도 대기오염과 관련된 MAFLD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남성과 비만한 사람의 경우 대기오염 노출을 피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흡연을 피하고, 술을 덜 마시면서 실내 운동을 더 많이 하면 MAFLD에 대한 대기오염 영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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